“뭐든지 앱으로 만들면 다 되는 줄 안다”

 

민주당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것이라는 뉴스를 듣고 본사 웹 기자가 분노와 함께 내뱉은 말이다. 본사 또한 학보사 최초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준비하는 중인지라 내심 찔렸지만, 제법 수긍이 가는 말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 ‘IT 만능주의’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시작은 아이폰이었다. 사람들은 “왜 우리나라에는 스티브 잡스가 없나”라며 혁신의 ‘해결책’으로 ‘인문학’과 ‘융합’을 지목했다. 카카오톡 등의 성공 신화는 국회의원이나 정부 부처장들의 환상을 부추겼다. 이와 함께 불어닥친 것은 시대의 ‘멘토’들과 ‘힐링’ 열풍. 수많은 멘토는 ‘힐링’을 외치면서 용기와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창업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어난 것이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성장 부진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꼽히는 ‘창조 경제’는 인문학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IT와의 융합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과 혁신으로 설명된다. 새 정부는 규모로 보나 위상으로 보나 ‘제2부처’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미래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닭튀김 수렴공식’이라고 불리는 IT 개발인력의 인생 로드맵은 고급인력이 부품으로 소모되는 우리 사회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사회 전반에 프로그래밍과 개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최근 주간지 <일요시사>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대표로 있는 클라세스튜디오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기사 곳곳에서 IT개발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드러났다.

과학기술계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미래부의 청사진이 ‘창조 경제’를 위한 과학기술과 IT의 융합이라면,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 순수학문은 어떻게 될까.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되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익한 게 아니다”(관련기사 373호)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미래부의 기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시장성을 기준으로 과학기술을 지원한다면, 순수학문과 당장 수익성이 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비인기 학문은 고사할지도 모른다. ‘융합’을 말하면서 순수학문과 비인기 학문을 도외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닌가.

미래부가 지향하는 과학기술과 ICT의 방향은 틀렸다고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정작 미래부를 만들고, 운영할 고위관직자와 입법기관이 어느 정도로 미래부의 방향성과 실제 업무를 이해하고 있을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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