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초, OLEV 셔틀버스 운행이 시작되었다. 셔틀버스는 하루에 꼬박 31번, 100km씩 학교를 순환한다. 버스를 운전하는 유병택 씨는 “지난 5개월 동안 학교를 1,000바퀴 넘게 돌았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방학에도 쉬지 않고 학우들을 위해 셔틀 버스를 운전하는 유병택 씨를 지난 14일에 만났다.

▲ 셔틀버스 기사 유병택 씨 /윤미루 기자

KBS에서 일했어요
보통 ‘셔틀버스 기사’라고 하면 전에 버스기사 아니면 적어도 운전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 씨는 KBS MD(Master Director)였다. MD는 주조정실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송출하는 책임자이다. 유 씨는 지난해 3월 정년퇴직을 한 후, 때마침 우리 학교에서 OLEV 기사 모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응모했다고 한다.
유 씨는 MD일을 하기 이전에 중계차를 운전했다고 했다. 유 씨는 “(KBS)입사 초기에는 중계차를 몰고 다녔어요. 중계차를 처음 운전했을 때는 힘들었지요. 하지만 곧 익숙해졌어요”라며 “이때의 경험을 살려 셔틀버스를 운전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시험 스트레스, 저도 알지요
유 씨는 뒤늦게 공부에 대한 열망이 생겨 야간대학 11학번으로 입학했다. 경영학과에 다니는 유 씨는 입학 초기에는 코피까지 흘렸다는 이야기를 하며 공부가 참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버스를 타면서도 항상 프린트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우들을 보면서 공부를 열정적으로 하는 학우들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기말고사 기간, 한 학생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한숨을 푹 쉬고 있는 것을 보고는 “힘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고 격려했다. 그러자 학생이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하고 가는 것을 보면서 감동받았다고 한다.
“KAIST 학생들은 서로 경쟁해야 해서 많이 힘들어 보여요. 하지만 학생들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안전에 주의해주세요
우리 학교 셔틀버스는 전기충전버스이다. 보통 자동차나 버스와는 달리 소음이 적다. 그래서인지 버스가 뒤에 있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가는 학우들이 눈치를 못챈다고 유씨는 걱정했다. 또한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경우 사거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때도 있다. 사거리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많아 시야도 좁고 학우들이 빨리 달리다가 사고가 날 것 같다며 “다들 아들, 딸 같은 애들인데, 사고 나면 안 되잖아요”라고 걱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외에도 유 씨는 특히 자전거 핸들을 잡지 않고 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볼 때마다 사고가 날까봐 무섭다고 한다.

한 명이라도 더 태우고 싶어
셔틀버스가 출발하기 전, 헐레벌떡 뛰어오는 학우가 없는지 유 씨는 백미러로 한 번 더 확인해본다. “한 명이라도 더 태우고 가고 싶지요. 굳이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손을 흔들면 태우기도 해요. 마찬가지로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세워주기도 해요”
가끔 서측으로는 왜 운행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학우도 있다. 유 씨는 이런 말을 듣고 전에 서측에 가보았다. 서 측에 가본 후 유씨는 버스가 다니기 위해서는 길을 조금 더 넓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유 씨는 “서측 노선을 추가 하는 것 자체가 버스기사로서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학생들이 좀 더 편할 수 있게 다니면 나도 좋을 것 같지만, 아쉬울 따름이지요”라고 말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정문 앞에서 한 학생이 탄다. 유 씨는 반갑게 그 학생을 맞아준다. 일명 ‘단골’이라고 불리는 셔틀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한 학우다. 유 씨는 “오늘 늦게 가더니 점심은 먹었니?”라고 안부를 묻는다. 이에 그 학우는 “아직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한다. 유 씨는 셔틀버스 기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역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들을 때라고 말한다.
버스가 학내 식당 앞에 도착하고 버스를 회차한다. 회차하는 구간에는 노란색으로 ‘주차금지’라고 쓰여 있다. 유 씨는 “가끔 이 곳에 주차를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버스가 회차를 못해요. 아주 가끔 자신만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곤란함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하며 학우들에게 남을 생각하면서 행동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