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잔줄 알았는데 눈을 감고 보니 구멍이었어

            - 이종민

 

버려진 박스와

일그러진 렌즈

 

텅빈 무대와

거세당한 양떼들

 

그리고

 

순조로운 숲속에 숨은

까만 틈새들

 

완성된 퍼즐은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져버려

 

도미노처럼 밀려오는 말굽소리

 

시시포스처럼 모든 잡동사니들

굴려 떨어뜨려도

 

메아리마저 삼켜버리는 구멍은

우리의 고향일지도 몰라

 

 

닫힌 서랍에서

외로운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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