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와 한국형 발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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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와 한국형 발사체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2.12.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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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 항공우주공학전공 교수

나로호의 3차 발사를 앞두고 고조되던 열기가 발사 연기로 잦아들면서, 다시금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발사 실패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곤 했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여러 비판에 대해 조율된 답변으로 응대해 왔으나, 비판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나로호의 발사가 일단락되면 더 이상의 발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형 발사체가 완성되는 2021년까지 우주발사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나로호 개발과정을 되돌아보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정책오류가 있었다면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나로호의 개발이 착수되던 2000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기술 수준은 매우 낮았다. 항우연에서는 국내 최고의 액체 사운딩 로켓 KSR-III를 개발중이었는데 아직 발사를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KSR-III 개발목적은 사운딩 로켓으로 검증을 한 후 이것을 우주발사체로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된 KSR-III의 13톤 엔진 성능은 우주발사체의 성능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기부는 KSR-III의 후속사업인 나로호 개발 사업을 통해 2005년까지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가 있어야한다고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다. 항우연은 국제협력을 위해 미국, 일본을 포함한 여러 우주선진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국가는 거절했다. 유독 러시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러시아는 구소련 해체이후 중앙정부의 통제가 느슨해 있었고 경제가 매우 어려웠다. 항우연은 러시아측과 계약을 맺고, 정부가 원하는 일정대로 우주발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나로호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나로호 개발에서 예산 점유율이 가장 큰 1단 로켓 개발을 러시아가 맡게 되면서, 그 동안 KSR-III의 주 계약업체로 액체로켓 엔진 개발과 체계종합을 맡았던 업체인 현대우주항공은 사업을 잃게 되고 계열회사로 흡수된다. 그 동안 현대우주항공이 축적한 기술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국제협력을 통한 발사체 개발 정책의 채택은 또한 국내 발사체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처음에는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계약에 따라 항우연의 연구진이 로켓 설계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다수 러시아로 파견되었지만, 러시아의 경제가 회복되고 전략기술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러시아는 기술보호협정을 맺을 것을 요구했고, 1단 로켓의 비공개 조건을 추가했다. 항우연으로서는 정부를 설득해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조건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러시아와의 협력을 단념하고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미 러시아와의 국제협력에 의한 발사체 개발로 정책방향을 설정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단념하면, 우주발사체 사업 자체가 폐기될 위험도 있었다.

항우연에서는 어떻게해서든 나로호 개발 사업을 지속해야 했기에, 쉬워보이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라도 수용하여 우선 나로호를 발사하고, 경험을 다진 다음 그 후속 사업인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제대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원래 나로호의 1차 발사가 성공하면 2009년에 즉시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거듭된 나로호 발사실패의 여파로 2년이나 지연된 후에 착수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러시아와의 국제협력을 추진하면서 국내 개발을 병행했다면 어떤 결과가 왔을까 생각해본다. 현대우주항공은 계속 국산 액체로켓 엔진을 개량했을 것이고 러시아와의 협력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을 때 대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는, 러시아가 기술보호협정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을 때, 국제협력을 포기하고 전면적인 계획수정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형 발사체는 나로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스템 복잡성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3단이고 탑재중량도 나로호의 10배다. 하지만 개발 예산은 전부 사업비이지 발사체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나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는 거의 없다. 연구재단이 우주핵심기술 개발로 책정한 예산까지 부품개발비로 전용되고 있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이 부분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자기방어적인 논리에서 탈피해,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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