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른 나로호… 그 12,600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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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른 나로호… 그 12,600초의 기록
  • 정진훈 기자
  • 승인 2012.12.03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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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로호 발사시도 디-데이,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우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가 발사된 지 5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린 나라를 뜻하는 스페이스 클럽에 속한 국가는 9개국뿐이다. 이렇게 좁은 ‘하늘 문’을 열기 위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은 ‘나로호’에 집약되어 현재 그 성패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본지 취재진도 29일 발사시도를 인공위성연구센터 현장에서 함께 지켜봤다.

오후 1시 30분

인공위성연구센터에는 평소 보기 어려운 방송 중계차가 5대 가량 서 있었다. 나로호에 장착된 ‘나로과학위성’을 개발한 인공위성연구센터는 발사 후 궤도에 오른 나로과학위성과 교신하게 될 지상국 역할을 하게 된다.

인공위성연구센터는 후문 근처의 샛길로 깊숙이 들어가야 찾을 수 있어, 캠퍼스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인공위성연구센터는 1989년 설립된 이래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에 굵직굵직한 획을 그어왔다.

본래 나로호에는 과학기술위성 2호가 실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9년에는 페어링 분리 문제로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고, 2011년에는 나로호가 궤도진입에 실패하면서 준비했던 과학기술위성 2A호, 2B호가 모두 소진되었다. 이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다시 나로과학위성을 개발, 탑재했다. 나로과학위성은 나로호 궤도진입을 검증하고, 궤도진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 뒤에도 타원 궤도를 따라 돌면서 다양한 우주환경 관측, 국산 우주기술 검증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전날과 당일 오전에 지상국 운용 리허설을 한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추력방향제어기의 전기신호 이상으로 나로호 발사가 연기된 가운데, 2일 오후 우리 학교 인공위성연구센터의 대형 안테나가 우주를 향해 우뚝 서 있다. 관계자들은 빠른 시일 내에 인공위성과의 교신이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한연승 기자

오후 2시 30분

방송국 기술진뿐 아니라, 취재기자와 아나운서도 속속 인공위성연구센터에 도착해 중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9년 1차 발사부터 4년 동안 수차례 같은 목적으로 모인 터라 서로 익숙한 얼굴이 많은 듯 인사를 주고받는다. 대화 중에도 부정적인 단어는 최대한 피한다. 일견 희망적인 관측도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일말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중계하기 좋은 위치를 선점한 방송국은 옷을 가다듬고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후 3시

본격적인 발사 준비 작업이 시작되었다. 나로호에 연료 주입이 완료되고, 기립 장치는 분리되었다. 방송사는 현장중계를 하느라, 기자들은 상황을 기록해 속보를 보내느라 바쁘다. 어린이 과학동아 명예 기자 자격으로 초등학생도 ‘press’ 표찰을 차고 자리에 앉았다. YTN 뉴스특보에 출연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연구소장이 성공 확률을 95%로 점쳤다. 아직까지는 이상무. 기상 상태도 좋아,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후 3시 40분 (발사 예정 20분 전)

최종 점검이 진행된다. ‘go, no go’를 결정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될 경우, 2시간 내로 노르웨이 스발바드 지상국에서 성공 여부를 확인할 것이다. 발사 직후 9분 동안 모든 것이 결정되어 이 시간을 ‘마의 9분’이라고 부른다.

발사 15분 전부터는 자동카운트가 시작되며, 이때부터는 자동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는 최종점검이 이루어진다.

오후 3시 45분 (발사 예정 15분 전)

‘카운트 다운 중단’ 짧은 한 문장의 속보에 프레스룸 전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편에서는 “또?”라며 불안한 모습이다.

5분 만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단 로켓의 추력방향 제어장치. 전기 신호에 문제가 있으나 정확한 문제는 아직 파악 중이며, 아직 발사가 중단된 것은 아니니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다. 프레스룸 전체에 불안감이 조성된다.

1단 로켓은 러시아 기술을 빌려온 로켓이지만 2단 로켓은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고체연료 로켓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측에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라리 자동 카운트 다운이 진행되기 전에 문제가 발견된 것이 다행이다”라며, 지금이라면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카운트 다운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도 나왔다. 반면 2008년에 개발된 로켓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원래 있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오후 4시 5분

‘나로호 오늘 발사 불투명’ 절망적인 속보가 전달되었다. 프레스룸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끈기를 갖고 마지막까지 지켜보기로 한다.

오후 4시 12분

‘나로호 오늘 발사 취소’ 프레스룸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곧이어 교과부의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추력방향제어기의 전기신호 이상으로 16시 08분, 발사 중지를 선언합니다”

▲ 29일 오후 나로호 발사 연기가 확정된 가운데, 인공위성연구센터 세미나실에서 센터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아쉬움을 드러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연승 기자

정확한 원인 규명은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결과를 지켜본 후 앞으로의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프레스룸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정리해라!” 일부는 허탈한 심정으로 프레스룸을 떠나기 시작했다.

오후 4시 34분

전기 신호 이상이 ‘과전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전류가 흘렀다면 이는 하드웨어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하드웨어적인 문제라면 기립한 나로호를 다시 내려서 조립동에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연료를 다시 뺀 다음 산화를 막기 위해 세척 건조 작업에 2일, 조립동으로 돌아가 수리를 시작하는데 1일, 다시 돌아와 발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데 또 3일 정도가 걸려 발사 기한인 12월 5일까지 아슬아슬하다는 전망이다. 기립 장치가 다시 재조립되는 것으로 보아 발사 기한 내로 발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해진다.

오후 4시 50분

‘나로호 연료 빼기 시작, 올해 내 발사 어려울 듯’ 불길한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은 브리핑과 함께 “우리 연구원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의 자세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취재진은 아쉬움을 뒤로하며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 교과부는 나로호 발사 일정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 가능성’이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소연 교수도 트위터에 같은 입장을 표현한 바 있다.

비록 1단 로켓은 러시아의 기술을 빌려왔다고 하지만, 나로호는 국내에서 발사한 최초의 발사체로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나로호의 경험과 이전받은 일부 기술들은 한국형 발사체 KSLV-2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나로호는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계획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비록 올해 나로호 발사는 실패했지만, 곧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 학교 항공우주공학전공의 문구를 빌린다.

“나로호 is the just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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