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수리과학과/ 화학과 <생명과학기술대학> 바이오및뇌공학과

올해도 어김없이 다수의 연구성과가 우리 학교를 빛냈다. ‘나노’분야는 여전히 강세였고, HCI나 ‘빅 데이터’ 등 새로 떠오르는 분야에서도 많은 실적이 나왔다. 덕분에 2012년도 ‘올해의 연구성과’가 어느때보다 풍성한 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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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신중훈 교수는 몰포나비의 날개 구조를 모방한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5월호 내부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같은 달 <네이처(Nature)>에 주목받는 연구(Research Highlights)로 소개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색으로 유명한 몰포나비의 날개는 어떤 각도에서 봐도 일정한 색을 유지한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면 시야각이 넓고 색이 아름다운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다. 신 교수팀은 몰포나비의 날개구조를 본따 얇은 박막을 제작한 결과, 몰포나비의 날개와 같이 구조색이 일정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박막은 내구성이 강하며, 반도체 증착 기법으로 제작할 수 있어 곧 반사형 디스플레이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별도의 광원 없이 외부의 빛을 이용해 정보를 표시하므로 전력소모가 적은 친환경적인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으며 장시간 사용시 눈의 피로도 덜하다. 한편, 일정한 구조색을 이용해 지폐의 부분노출 은선을 만들거나, 기존의 색소와 달리 번쩍거리는 느낌을 더하는 코팅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 몰포나비의 날갯빛과 이를 모사한 박막 /신중훈 교수 제공

[수리과학과] 수리과학과에서는 고기형 교수와 박효원 학우(수리과학과 박사과정)가 한림원과 한국대학총장협회가 공동주관하고 S-OIL 과학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올해의 우수학위논문상’ 대상에 선정되었다.

고기형 교수 연구실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땋임 군(Braid Group)’을 연구하고 있다. n개의 물체가 주어진 위상공간 X에 놓일 수 있는 위치는 배치 공간(Configuration Space)을 이룬다. 이 배치 공간의 한 점에서 시작해 다른 한 점에서 끝나는 움직임은 군을 이루며, 이를 위상공간 X의 n-땋임 군이라고 한다. 군이란 임의의 연산에 대해 닫혀있고, 결합법칙이 성립하며, 항등원과 역원을 포함하고 있는 집합을 말한다. 또, 배치 공간의 위상적 특징을 대수적인 불변량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이를 호몰로지군이라고 한다.

이러한 땋임 군에 대한 연구는 복잡한 선로 위의 자동화 로봇들을 제어하는 연구에 응용될 수 있다. 선로를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그래프로 나타내고, 로봇의 위치를 좌표에 대응시키면 그래프 땋임 군에 관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 교수팀의 땋임 군의 군 표현에 대한 연구는 암호학 등 다양한 방향으로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 교수팀은 올해 1월호 <Transactions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에 그래프 땋임 군에 대한 분류를 2개의 Y-부분 그래프와 Theta-부분 그래프의 존재성을 가지고 증명한 논문을 게재했다. 또, ‘올해의 우수학위논문상’ 대상을 차지한 연구인 그래프 땋임 군의 호몰로지군과 그래프의 점 연결성 간의 상관관계를 통해 모든 첫째 호몰로지군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논문이 <Discrete & Computational Geometry>에 게재될 예정이다. 

[화학과] 올해에 선정된 기초과학연구원 2차 연구단장 7명 중에는 우리 학교 화학과 장석복 교수가 포함되어 있다.

장 교수팀은 탄소와 수소 간 결합반응 활성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연구단장 선정 중 기초과학 연구와 산업 응용 부문에서 모두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탄화수소는 화학 반응성이 낮다. 장 교수팀은 이를 활성화시키는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반응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촉매화학반응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 교수팀의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피리딘 유도체의 탄소-수소 활성화 반응’ 논문은 톰슨 로이터의 ‘이달의 주목할 만한 논문’에 선정되었다.

▲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표지 /학술지 표지 촬영

[바이오및뇌공학과]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는 박지호 교수팀이 세포 내시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조광현 교수팀이 암세포 신호전달경로를 수학적 모형으로 나타내 표적 항암제의 내성 원리를 밝혀내는 등 다양한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다. 또 정기훈 교수팀이 3차원 구조로 은 나노 섬(Nano Island)을 배열해 나노 플라즈모닉 현상을 강화한 바이오칩을 만들어 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강한 빛을 분자에 쪼여 나타나는 분광 스펙트럼 진동수를 분석해 원자 결합을 확인하는 방법을 라만 분광법이라 한다. 그런데 유리에 은을 얇게 코팅하면 금속의 자유전자가 전자기파와 공명하면서 전자기파가 집광되는 나노 플라즈몬 효과가 일어난다. 나노 플라즈몬 효과가 발생하면 분광 신호가 훨씬 커지는데, 이를 표면 강화 라만 분광법이라 한다. 

정 교수팀은 나노 단위 두께의 은 박막을 유리 위에 증기증착한 후 가열했다. 은은 녹아서 표면장력에 의해 둥글게 뭉치는데, 이렇게 나노 단위로 은이 뭉친 것을 은 나노 섬이라 한다. 은으로 덮이지 않은 부분의 유리 기판을 기둥 모양으로 깎아낸 뒤 은을 제거하고 다시 은을 증착하면 기둥의 옆면에도 은 나노섬이 형성된다.

이 3차원 구조에 전자기파를 쪼이면 나노 플라즈몬 효과에 의해 전자기파가 집광되는데, 전자기파는 여러 나노 섬 사이의 열점이라 불리는 틈에서 특히 강하게 집광된다. 정 교수팀이 고안한 바이오 칩에는 열점이 많아 집광되는 전자기파의 강도가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분광 신호가 훨씬 강해진다. 분광 신호가 강할수록 짧은 시간만 빛을 쪼여도 극소량의 시료로부터 나오는 미세한 전자기파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조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라만 분광법에 사용하는 시료의 농도보다 훨씬 낮은 수십 나노몰 정도의 시료를 1초 안에 측정할 수 있다.

이 바이오칩은 기존 공정에 비해 대량생산이 용이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측정하기 쉬운 바이오칩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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