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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대덕을 만나다 (4)
우리별 위성 개발의 주역 박성동 멘토
[320호] 2009년 07월 01일 (수) 김은희 기자 hou-hou@kaist.ac.kr

5월 28일 오전 11시 무렵, 박성동 쎄트렉아이 사장과의 만남을 앞둔 세 명의 학생이 모였다. 안우진 멘티(전기및전자공학과 석사과정), 임이랑 멘티(우주탐사학제전공 석사과정), 항공우주공학 대학원 재학 중인 황창환 멘티. 얼마 지나지 않아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는 전민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챠
오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약속한 12시. 문이 열리더니 허겁지겁 박성동 멘토가 뛰어들어온다. 우리별 1, 2, 3호 개발의 주역이자 소형위성수출기업으로 그 분야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코스닥상장기업 쎄트렉아이의 CEO, 의 네 번째 멘토이다

 멘티들과 눈인사를 나눈 박성동 멘토가 레스토랑 직원에게 손짓한다. "자, 우리 낮술 한잔해야 하지 않겠어요?" 시원시원하게 와인을 주문한 멘토가 학생들을 둘러보더니 사전에 멘토에게 전달된 멘티들의 자기소개서를 꺼내 든다. 멘티들의 자기소개서 위로 노란색 형광펜 흔적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멘티들이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자기소개서를 눈동냥 하자 박성동 멘토는 우선 밥부터 먹자며 메뉴판을 뒤척인다. 전공서적 들추듯 열심히 메뉴판을 탐독하길 5분, 주문이 끝나자 박성동 멘토가 묻는다. "자, 왜 내가 보고 싶었어요?"

 

 


 가장 먼저 안우진 멘티가 당차게 입을 열었다. “전자과 세미나 시간에 연사로 오셨던 멘토님을 뵈었는데요. 벤처를 하고 싶다는 제 꿈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멘토님께서 절대로 벤처를 하지 말라고 하셨고요. 오늘 그 질문을 다시 여쭙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멘토의 질문이 이어졌다. “왜 벤처가 하고 싶은 겁니까?”안우진 멘티는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좇아 무언가를 개발하는 것
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가슴이 쿵쿵 뛰던 그 순간, 이것이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하게 듣던 멘토가 입을 열었다. “공대생에게는 여러 진로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사업일 텐데, 창업을 하게 되면 자기는 절대 개발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안우진 멘티가 심각한 표정으로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답하자 멘토는 웃으며 재차 강조한다. “하지 말라니까. 일단 보류. 좀 더 생각해봐요”


 이어 임이랑 멘티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를 말했다. “학부 때부터 하는 연구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소형위성에 관심이 생겼어요”멘토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이고, 그럼 인터넷에서 논문 찾아보면 되지. 더 잘 가르쳐줄 텐데”임이랑 멘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기술적인 것들 말고, 그 분야에서 일하면서 느끼셨던 것을 듣고 싶었어요” 멘토는 불쑥“근데 제 뒷조사는 좀 하고 나오셨습니까?”라고 묻는다. 멘티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멘토는 따끔하게 충고
한다. “어디서 누굴 만나든, 만나러 가는 사람에 대해서 공부를 해가도록 하세요. 공부한 만큼 보입니다” 그제야 안우진 멘티가 “사실 전 쎄트렉아이 오늘 주가까지 보고 왔습니다”라고 고백(?)하자 멘토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세미나 강연을 많이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서 주로 어떤 말씀을 해주시죠?”대답이 참 그답게 간결하고 솔직하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욕 해주고 오지요”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멘토는 한 잔씩 와인을 따라주며 말을 잇는다. “난 이공계 출신들이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합니다. KAIST 학생들은 특히 새겨들어야 해요”


 황창환 멘티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영국 유학은 가고 싶어서 가셨나요?”스파게티를 우물우물 삼킨 멘토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답을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우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유학 준비를 하면서 살펴보니까 위성 통신 이런 거 말고 위성과 관련된 책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때 다짐했죠. ‘내 후배들에게는 국내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가 없어서 외국에 가는 일은 없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가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같이 유학 갔던 사람들 모두가 그랬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싶다던 황창환 멘티는 멘토의 당시 상황이 무척 궁금했는지 다시 질문한다. “그럼 가서 재미를 느끼신 건가요?”“그런 셈이죠. 다들 그렇지만 특히 공돌이는 남들이 안 하는 거 하는 재미가 있지 않습니까. 새하얀 눈이 집 밖으로 쫙 펼쳐져있을 때 첫 새벽에 일어나 그 눈을 밟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재미와 사명감 중에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었느냐는 질문에, 멘토는 한층 더 진지한 표정이 된다. 멘토는 대학 시절 은사님의 말을 빌려 “여기 와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학교 와서 돈 안 들이고 편하게 공부하는 것이 자기가 잘나서 그러는 줄 아는데 정신 차리라는 거에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KAIST 학생들은 스스로 공익적인 기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박성동 멘토는 비정규직 연구원 시절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전 92년에서 99년까지 비정규직 프로젝트 연구원이었습니다. 6개월마다 계약 갱신해서 프로젝트비에서 인건비를 받는 형식이었죠. 우리는 당시 상당히 적은 돈으로 작은 위성을 만들었고, 그것이 나라에서 투자한 돈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위성은 80억짜리 값비싼 장난감’이라는 비난이 나왔죠” 박성동 멘토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당시 아리랑, 무궁화 같은 위성은 실용
위성이었지만 우리별 위성은 인력양성이나 기초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비난을 들으니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만들었죠. ‘두고 보자. 그만큼의 돈을 주고 위성을 사는 사람이 있으면 될 것 아니냐’하는 생각으로요. 그렇게 10년이 지나니까 지금은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에 업무 보고할 때 우리 사례가 언급되곤
합니다. 나라에서 엄청난 돈을 이 분야에 투자했어도, 외국에서 돈 벌어들이는 건 우리밖에 없거든요”


 박성동 멘토는 이어 멘티들에게“좋은 대학 나왔다고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 서빙을 하는 직원이 탐날 때도 있어요. 무슨 대학 무슨 과를 나왔다는 것은 아주 하찮은 거에요. 기본이 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식당 직원이라도, 굳이 손님이 무엇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보고 서빙 잘 하는 보배 같은 사람들은 야간대학 다니게 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주면 일하는 데 하등의 문제도 없습니다”라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멘토의 말을 경청하던 한 멘티가 물었다. “남들과 다른 사장님의 뭐라고 생각하세요?”“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쌈박질을 잘하는’겁니다. 어떤 대상이 있으면 지진 않아요. 전투력이 있는 거죠. 취직을 할 시기에는 전공이나 그간의 커리어가 자신의 강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단계를 지나고 나면 더욱 큰 그림
에서 장점을 찾게 될 겁니다. 지금은 뭔가 커리어를 쌓아두는 것도 방법이죠.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재무, 회계,
마케팅, 기획 이런 것도 공부하면 좋고요. 그런 게 다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겁니다. 전자과 나오고 항공과 나온 친구들은 많거든요”


 잠시 와인으로 목을 축인 멘토가 깊은 인생관을 털어놓는다. “사람은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인생의 목적이 자기가 설정한 것이든 조물주가 부여한 것이든 그 인생의 꿈을 위해 5년, 10년의 목표를 정해야 하죠. 위성기술을 배우러 갔을 땐 내 손으로 우리 고유의 위성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고, 그다음엔 우리가 만든 위성을 파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회사를 차리고 나서는 우리 쎄트렉아이의 직원들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됐죠”


 오후 4시 무렵, 멘티들은 박성동 멘토에게 선물 받은 쎄트렉아이 컵을 들고 멘토의 사무실을 나섰다. 안이랑 멘티는“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즐거움이 크다”라면서도 클린룸 안에 한 번 들어가 볼 걸 싶었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만남 내내 진지했던 황창환 멘티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말 끝에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안우진 멘티는 “마음속으로만 그리고 있던 미래의 모습과 대면한 것 같다. 대학교 대선배님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라고 쾌활하게 답했다. 높이 뜬 해가 무척 뜨거웠던 5월의 어느날, 세 명의 멘티, 그리고 박성동 멘토의 인연이 모쪼록 쎄트렉아이의 위성만큼이나 높이 날아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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