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의 새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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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의 새벽에서
  • 손하늘 편집장
  • 승인 2012.11.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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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를 반가워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첫눈이 내렸습니다. 쌀쌀하다못해 한기가 스며오는 바람을 마주하며 속절없는 계절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사실 우리 학교에서는 흐름을 느끼기가 조금 어려운데, 시내로만 나가도 중무장한 이들이 무표정으로 종종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단절된 도시에서, 삼중으로 꽁꽁 동여맨 외투는 경계선에 쌓은 장벽같은 느낌입니다.

우리는 매서운 계절 속에서 온기를 찾습니다. 거리의 연말 장식과 조명은 어쩌면, 스산한 계절의 분위기를 반전코자 하는 사람들의 작은 희망이 아닐까요. 주머니가 추울수록 오히려 개인모금액은 증가하고, 역전에서 야채를 파는 어르신의 고객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까닭이겠지요. 매년 이맘때면 정치권과 언론은 사회안전망을 외치지만, 촘촘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대로만 동결되어도 다행인 공공안전망을 봅니다. 우리는 메마른 땅에서 스스로 안전망의 일부분이 되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터널은 정말 길었습니다. 구멍가게는 망했고 중국집은 쫓겨났습니다. 무소불위의 건설자본과 종횡무진하는 유통자본이 나라를 정복했습니다. 공정경쟁이 붕괴되고 생존권과 인격권이 짓밟히는데 국가의 개입은 없었습니다.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은 그들이 권력을 위임한 근거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빼앗긴 안전망은 토목공사에 전용되었습니다. 수변공원은 금세 잡초로 뒤덮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율과 창조의 학풍이 시원스레 밀어주던 대학은 강요된 학점과 형식적 영어가 힘겹게 끌고가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곪아가는 열정은 수치적 성장이라는 반창고로 가볍게 덮혔습니다. 진정한 학문이 투기되고 매몰되는 현장에 국민과 정치권, 언론은 한때 환호했습니다. 갈등은 지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사회는 성숙했지만, 그 이면에는 싸움에 질리고 지친 학우들이 학내외 정치를 외면하게 되는 아픔도 낳았습니다.

오는 21일에는 학부총학생회 총선거가 진행됩니다. 연말에는 후임 총장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달 19일에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되지요. 혹시,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고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는 패배주의에 빠져있지는 않은가요. 그렇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몸짓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지요. 하지만, 참여하는 학우, 행동하는 시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깨어있고 실천하는 우리는 학생사회와 대학, 사회와 정치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겨울, 아픔과 실망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함께 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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