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가르치는 영국인, 다니엘 마틴(Daniel Martin)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지난 6월 인문사회과학과에 한국영화를 전공한 교수가 새로 부임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 교수가 아닌 외국인 교수라는 것이다. 바로 다니엘 마틴 교수다. 마틴 교수는 한국계도 아닌 정통 영국인이고, 한국어도 잘 못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조금 별난 그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인문사회과학동에 있는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 다니엘 마틴(Daniel Martin)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송민성 기자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한국영화를 연구하고 있는 만큼 더 수준 높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영국 퀸즈대학에서 교수로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한국의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연구차 한국에 매년 1~2번 방문해서 영화제작자들을 만나고, 영화 자료들을 얻었죠. 매번 이렇게 해야 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한국에 머물고 연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죠.

우리 학교 교수로 온 이유는
처음에는 저도 제가 KAIST로 오게 될지 몰랐어요. KAIST는 세계 100위권 대학이기 때문에 훌륭한 학교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전혀 없는줄 알았죠. 과학기술분야만 있는줄 알았는데 우연히 인문사회 분야도 활발히 연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KAIST는 연구 환경도 좋고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학교이기 때문에 연구 경력을 쌓기에도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면접을 보러 왔는데 만난 사람들도 좋았고 여러모로 정말 마음에 들었죠.

한국영화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일단 동아시아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청소년 시기부터였어요. 일본 만화와 홍콩 영화에 푹 빠졌었죠. 그렇게 관심을 가지면서 저는 영화사에도 흥미가 생겨서 영국에서 상영하는 일본과 홍콩의 고전영화도 많이 찾아봤죠.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일본과 홍콩 영화는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한국영화는 없을까”
영화 관련 서적을 찾아봐도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한국영화에 대해 궁금해진 저는 직접 한국영화들을 찾아보기로했죠. 처음 본 한국영화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놀라움과 충격 그 자체였어요. 정말로 환상적인 영화였어요. 이 영화를 계기로 저는 한국영화를 더 많이 찾아보고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한국영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영국의 영화산업에서 한국영화가 보급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이전에 조명받지 못한 분야를 개척하겠다고 마음먹었죠.

한국어는 얼마나 하는지
한국어는 거의 못해요. 기본적인 말만 합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를 볼 때는 영어 자막이 꼭 필요하죠. 그래서 극장에 상영하는 영화는 잘 못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 상영하는 영화 <광해>도 아직 못 봤죠. 그래도 용산 등에는 영어 자막을 해주는 극장도 있긴 해요. 그래도 한국영화를 볼때는 영어 자막 기능이 있는 DVD로 찾아보는 편이에요. 영국에 있을 때부터 DVD로 한국영화를 많이 봐서 지금은 모아놓은 것만 해도 500개 정도 됩니다. 나중에 세상을 뜨고 나서 컬렉션으로 전시해도 될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으로 본 한국영화는
여러개가 있지만 그 중에서 먼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꼽을 수 있어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명세 감독의 작품에 많이 꽂혔어요. 이명세 감독의 다른 작품 중에서 <형사>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입니다. 무협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요소가 강렬한 것이 인상적이죠. 로맨스 요소가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은 한국영화의 큰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사랑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꼭 나오죠. 또 영화 <첫사랑>은 정말로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영화는 어린 나이에도 사랑에 빠진 감정을 생생히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KAIST와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굉장히 만족스럽고 좋아요. 일단, 대전생활이 만족스러운데 정말 근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풍경도 예쁘고 날씨, 공기 모두 좋죠. 무엇보다 서울까지 (KTX를 이용하면) 1시간거리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영국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면 기본 3시간이거든요. 제가 서울에 갈 일이 많은데 교통이 편리해서 정말 좋아요. KAIST에서의 생활도 정말 즐거워요. 현재 강의를 2개 열고 있는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굉장히 열정적이고, 창의적이어서 매번 저를 놀라게 합니다. 모두가 수준도 높고 적극적이에요. KAIST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