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과 민범기 교수팀] 전압 바꾸면 전도성 변하는 그래핀 이용해 고굴절률 메타물질의 유전율 조절

우리 학교 기계공학전공 민범기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고굴절률 메타물질의 굴절률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광 기억소자를 비롯한 다양한 광소자 개발 가능성을 연 이 연구는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9월 30일 자에 게재되었다.

일반적인 물질의 유전율은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하지만 음의 굴절률을 갖거나, 1보다 훨씬 높은 굴절률의 물질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이러한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그 결과로 개발되고, 연구되는 물질이 바로 메타물질이다.

자연계에 없는 굴절률을 가진 메타물질

다양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물질은 일정한 굴절률을 가진다. 이는 원자 간 결합 구조의 주기성이 빛의 파장보다 훨씬 짧아 빛이 물질을 균질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메타원자를 설계, 제작해 이를 바탕으로 물질을 구성하면 물질의 굴절률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물질을 메타물질이라고 한다.

지난해 고굴절률 메타물질 영역 열어

기존에는 ‘투명 망토’와 관련해 음의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민 교수팀은 지난해 굴절률이 1보다 훨씬 큰 메타물질을 개발하면서 ‘고굴절률 메타물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관련기사  349호 6면) 굴절률이 유전율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메타원자를 미세한 간격으로 떨어뜨려 놓으면 전자기파에 의해 전자가 메타원자 내에서 진동하는데, 이때 메타원자 양 끝에 전하가 모여 쌍극자 모멘트가 생긴다. 쌍극자 모멘트값이 클수록 유전율이 커지므로, 적절한 메타원자를 설계하면 고굴절률의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다. 민 교수팀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래핀을 이용하면 쌍극자 모멘트값을 조절해 굴절률을 제어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래핀 메타물질 제작 모식도= 금속 전극을 이용해 그래핀에 전압을 가하면 그래핀의 전도도가 변하면서 메타물질의 쌍극자 모멘트를 변화시킨다 /민범기 교수 제공

메타물질의 유전율 조절하는 그래핀

그래핀은 좋은 전도체로 알려졌지만 일정 전압을 걸어주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가 된다. 민 교수팀은 이에 착안해, 직접 개발한 메타물질과 그래핀, 전극을 고분자 기판 위에 결합했다. 전압에 의해 그래핀의 전도성이 변하므로 메타원자 사이에 흐르는 전류를 조절할 수 있으며, 흐르는 전류를 조절하면 쌍극자 모멘트를 조절할 수 있다. 즉, 그래핀의 전압을 이용해 메타물질의 유전율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작된 그래핀 메타물질에 전극을 걸어주며 빛을 투과시켰더니 빛의 위상은 최대 40도, 빛의 투과율은 47%까지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광소자로 응용 가능해 

이처럼 굴절률을 조절할 수 있는 메타물질은 좋은 광소자나 광변조기로 이용될 수 있다. 광변조기는 빛의 세기나 위상을 조절하는 광학 소자다. 지금까지의 광변조기는 일반적으로 반도체를 이용했는데, 반도체의 굴절률을 조절하려면 극저온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핀은 상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므로, 훨씬 저렴하고 안정적인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이 광소자는 광 기억소자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짧은 펄스를 통과시켰을 때 이력현상(hysteresis)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력현상이란 물질이 지나온 상태에 따라 물리량이 결정되는 현상이다. 민 교수팀이 개발한 그래핀 메타물질은 펼스를 어느 방향으로 가하느냐에 따라 투과율이 두 가지 값을 갖게 되는데, 이를 0과 1로 생각한다면 이 물질을 메모리로 이용할 수 있다.

민 교수는 “전기적인 방법보다 펨토초 광학 펄스를 가하면 더 빠르게 동작하는 광 기억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광 메모리의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향, 광학적 논리회로를 구현하는 등의 메타디바이스를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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