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회 맞은 지식채널e, EBS 김진혁 PD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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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회 맞은 지식채널e, EBS 김진혁 PD를 만나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2.11.17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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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간판 방송 <지식채널e>가 900회를 맞았다. 짧은 방송시간에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지도 벌써 7년 2개월이다. 김진혁 PD는 첫 편부터 4년 간 지식채널과 함께해 왔다. <지식채널e>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김 PD가 쌓은 주춧돌의 역할이 크다. 서울 매봉동 EBS 사옥에서 김 PD를 만나 프로그램 900회를 맞는 소회를 들었다.

<지식채널e>가 900회를 맞이했다. 초기 4년을 함께 한 담당PD로서 감회가 어떠한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마흔이 된다. 7년 2개월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지식채널e>를 30대 되면서 시작해서 30대 후반에 끝냈다. 이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은 처음 시작했을 때의 느낌,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감수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식채널e>의 힘은 제작진의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열려있는 사고, 에너지 넘치는 추진력 등을 유지해야 한다. 

900회 중 어떤 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당연히 첫 번째 편이다. ‘1초’라는 제목이었는데,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이 작품이 결정했다. 그 이후 만들어진 편들이 아이템도 다양하고 주제 자체도 다양해졌지만,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구성할 때 어떤 틀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모델을 ‘1초’가 제공했다. <지식채널e>가 이렇게 성공하게 된 것은 첫 번째 편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처음에 <지식채널e>는 스테이션 브레이크(프로그램 사이의 공백)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현재 <지식채널e>의 방송시간은 1분 미만이 아니라 5분까지 연장되었다. 하지만 정규 프로그램의 사이를 매워 주는 이 의도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일주일에 4회 방송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일주일에 두 편을 만들고 같은 방송을 일주일 동안 번갈아 가면서 반복해 내보낸다. 매 회마다 PD와 작가가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감동을 끌어내지 못할 거 같으면 오랫동안 준비해온 주제라도 버리는 일이 흔했다.

제작기간도 점점 늘어나서 지금은 한 편당 6~7주 정도 걸린다. 작가 6~7명, PD 2명, 편집2팀 음악감독 1명 등 러닝타임(프로그램의 상영시간)에 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제작진이 욕심을 내서 옛날에는 일주일에 네 편을 모두 제작하기도 했는데, 로드도 많고 퀄리티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원래대로 주 2편을 제작하는 것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식채널e>는 러닝타임은 짧지만, 수치와 감각적인 화면구성 등으로 보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비법이 있다면

짧은 프로그램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 가지는 긴 프로그램의 일부를 나눠서 하는 프로가 있고, 50분짜리를 짧게 요약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가 <지식채널e>이다. 이런 식은 엑기스를 전달하는 식이다. 표현기법이나 자막의 말투는 어디까지나 포장이다. 알맹이는 엑기스를 포착해서 방송에 집어 넣는 것이다. 50분짜리를 하는 것처럼 자료조사를 하고, 고민을 깊이 있게 해서 들어가야 한다. 50분 방송은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단지 나열한 것이지만, 지식채널 e는 수백 가지의 이야기를 모두 녹여서 하나만 보여줘야 한다. 비빔밥을 만들 때, 고루 비벼서 한 입만 시청자에게 주는 식이다. 사실 과정은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있어서 버텼고 힘을 얻었다. 

<지식채널e>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한 주제에도 (특히 정치 소재의 경우)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는 누구의 의견을 따랐나

처음부터 고민했던 내용이다. 특히 사회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깊게 고민을 했다. 결론은 휴머니즘이었다. 기계적인 중립보다는 휴머니즘으로 밀어붙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에는 많은 사상과 종교가 있지만 휴머니즘을 부정하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휴머니즘은 모든 생각의 공통분모다. 휴머니즘 안에 있으면 모두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원칙이 있으니까 제작진이 4번 바뀌는 과정에서도 방송은 변하지 않았다. 보편적인 가치, 즉 사회적인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에는 까칠하게 대하는, 본질을 정하고 이에 충실했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 이러한 본질을 보여주고, 그 다음은 시청자가 결정을 하도록 했다. 

우리 나라 언론에 필요한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독립언론이 필요하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당연하고,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언론사의 개수도 너무 적다. 열정적인, 즉 권력이나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수많은 작은 언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회 전반에 많은 감시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동 단위로 언론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는 언론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광고 말고도 세금으로 언론사를 지원하는 등 다른 쪽으로 언론들이 살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 

<지식채널e> PD를 맡은 후 자신에게 온 변화가 있다면

역설적으로 이 방송을 할수록 지식이 본질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내 안에서 작동하지 못했던 지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지식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내가 그 지식을 받아들일 때 많은 고민 없이 그냥 외우거나 외우기 위해 이해했던 수준이었다. 나의 삶과 연관성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프로를 하면서 예전처럼 공부하면 안되겠구나, 지식을 곱씹으며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과학 공식을 이해하는 시각도 과거의 과학자들이 이 공식을 왜 생각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필요해서 이 공식을 만들게 되었는지 등의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식의 소화능력이 빨라졌다. 지식채널의 슬로건도 생각하는 힘이다. 

KAIST 학생에게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방송이 있다면

특별히 하나의 편에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2부짜리 ‘스프가 없네’편을 꼽고 싶다. 2부작 드라마로서, 학생들이 보면 놀랄 것이다. 전통적으로 <지식채널e>가 따르던 방식과 다르다. 그 나이대(30대 초반)에 던져봐야 할 질문을 내 나름대로 던졌던 프로그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나이대에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때다. 현실을 보면 위압적이고 변질을 바라는 것 같고 타협을 요구하는 것 같고, 복잡한 심정이 든다. 이 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대의 학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 '스프가 없네' 편 스틸컷 /EBS <지식채널e> 화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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