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나섰고,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대국민경선에서 정세균, 손학규, 김두관 등의 예비후보를 가볍게 제치고 대선에 출마했다. 또한, 세간의 관심이 쏠린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 9월 전격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은 팽팽한 3강 구도로 재편되었다.

이들은 저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유세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세 대선 주자들은 지난달 중순 잇달아 우리 학교와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하며 과학기술계와 대전충청권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학 정책과 현안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피력했다.

박근혜 “안정적 연구환경 위해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 펼 것”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8일 우리 학교를 찾아 ‘젊은 과학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며 “자율성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펼 것이다”라고 과학기술 정책의 연속성을 약속했다.

본관 로비에서 오후 2시부터 40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우리 학교 화학과 박사과정 학우를 비롯한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 10명의 과학기술인이 참석했다. 이들은 과학기술 현장에서 겪고있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토로하며 박 후보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을 부탁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율적 연구환경 조성 ▲연구·개발 지원예산 시스템 개선 ▲경제성 중심의 연구 풍토 타파 ▲장기적 안목의 과학기술정책 수립 등의 요구가 있었다.

한국기계연구원 임현의 연구원은 “대통령과 정당이 바뀌더라도 출연연이 그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라며 연구현장에서의 자율성을 보장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송희 학우(화학과 박사과정)는“과학발전은 창의적 연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라며 “그런 연구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최남미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자력발사체를 갖기 위한 디딤돌로 나로호를 생각하고 있다”라며 3차 발사를 앞둔 나로호에 응원을 부탁하면서 박 후보에게 나로호 모형을 전달했다. 박 후보는 “자력발사체를 가져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정부가) 표명했다면, 하다가 잘못 되더라도 끝까지 밀어주고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연구원들의 의견을 수첩에 메모하며 청취한 박 후보는“이해가 되고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과학기술인이 긍지를 갖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꼭 만들겠다”라며 “과학기술인이 정권과 무슨 상관이 있겠나. 과학기술인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도한 학부총학생회장은 간담회장을 찾아 학내 갈등 관련 서신과 <서남표 보고서>를 박 후보에게 전달했다. 서남표 총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벽에 걸린 박 후보의 명예이학박사 사진을 박 후보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는 지난 2008년 2월 ‘과학기술육성정책 확산 및 이공계 출신 여성 지도자로서 교육계에 기여한 공로’로 박 후보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바 있다.

문재인 “과학은 미래 성장발전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 요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10일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해 과학기술인들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연구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과학기술이 심각한 홀대를 받았다”라며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관료주의적인 통제가 문제인 것 같다”라고 과학기술계의 문제를 진단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대전과학벨트 부지를 둘러보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들러 연구진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어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해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과학이 강한 나라’를 주제로 과학기술인과의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문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고용불안과 처우, 열악한 환경 등이 과학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라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폐지된 것이 원인이 된 것 같고 과학인들이 신명나게 연구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과학에 달려있다”라며 “과학기술에서 획기적인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참석한 과학기술인들의 의견과 질의가 30분가량 계속되었다. 문 후보는 의견을 귀담아들은 뒤 ▲연구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소 ▲연구원 정년 보장 ▲효율적인 연구·개발 예산 운용 ▲과학기술부 부활 등 과학기술계 핵심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날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문 후보는 “아까 한 출연연에 들렀는데 연구원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71%였다”라며 “말이 안 되는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문 후보는 “동일사업장 내 동일가치노동 동일처우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고용평등법 제정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60%에 달하는 비정규직 비율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라고 말했다.

과학계의 또 다른 이슈인 정년 환원 문제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당연히 환원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결국 R&D예산이 대폭 확충되어야 함을 문 후보는 지적하면서 “예산의 확충과 동시에 연구원들이 신명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특히 PBS(연구과제중심제도)를 지적하며 “경쟁과 효율의 마인드로는 긴 호흡의 연구를하지 못하고 단기 실적에 급급하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부활에 대해서는 “물론 부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다만 과거의 부처를 있던 그대로 복원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세상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기능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전문가가 의사결정권 가져야… 소통과 융합이 중요”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전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지난달 10일 우리 학교를 찾아 ‘과학기술과의 소통’을 주제로 강연했다. 오후 2시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열린 이날 강연은 500여 명의 학우들이 참석해 터만홀이 복도까지 가득 차고 2층 강의실에서 생중계로 강의를 시청하는 등 학내외로 드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번 강연은 우리 학교 동아리 아이씨스츠(ICISTS)가 안 후보를 ‘ICISTS 대중강연’의 형태로 초청해 이뤄진 것으로, 안 후보가 우리 학교 강단에 선 것은 석좌교수직 퇴임 1년 만의 일이다. 안 후보는 강단에 올라서서 “정말 그리운 KAIST 학생 여러분, 정말 반갑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강연에서는 소통과 융합에 대한 안 후보의 견해를 엿볼 수 있었다. 안 후보는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소통에 대해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게 전문가의 역할이고 소통의 시작이다”라고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 사이의 소통에 대해서는 “한 분야의 전문지식 만으로는 복잡한 자연, 사회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라며 “조직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아이디어를 흡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본인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소개하며 “개방형 혁신모델이 정치권에도 도입되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직 내부의 소통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도 전문가가 의사결정권을 갖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학우들의 질의 응답 시간에는 과학기술인의 창업과 융합학문에 대한 안 후보의 의견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창업에 대해 “회사의 성과는 기술력 곱하기 마케팅 능력이다”라며 마케팅을 강조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팀을 이루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창출하며,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세 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융합학문에 대해 안 후보는 일자리와 학회 분류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강연이 끝나고 안 후보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카이 트사태 당시 침묵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안 후보는 “제가 서울대학교로 옮긴다는 뉴스가 나오고 잇단 자살이 발생했다”라며 “몸담고 있던 조직을 나갈 때, 그 전 조직에 대해 험담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안 후보는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에 대해 “KAIST에서 무한경쟁을 더욱 가중시키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학생들이 받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극단적인 경쟁은 지양되어야 하며, 동시에 인문학적인 교육이 확충되어야 한다”라며 “뒤처진 학생을 탈락시키기 보다는, 다른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제도적 장치들이 보완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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