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교협-이사회, ‘2월 사퇴’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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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교협-이사회, ‘2월 사퇴’ 대한 평가는
  • 맹주성, 김성중, 박효진 기자
  • 승인 2012.11.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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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한 학우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그 이후 우리 학교는 학우와 교수의 잇단 자살로 크게 시름하기도 했다.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는 개교 이래 첫 비상총회를 가지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고,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사회는 이후 두 달에 한번 꼴로 개최되며 학내 분위기의 쇄신을 원하던 여러 구성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매번 원론적인 수준의 대안만을 제시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 가운데 항상 뜨거운 감자였던 서 총장의 거취는 결국 내년 2월 23일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대해 총학과 교협의 대표를 만나 그들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또한, 이사회의 표삼수 이사를 만나 이와 같은 결정에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표삼수 이사>

이사회가 그동안 침묵하며 결정이 늦어진 까닭은

(서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각 이사들은 개인의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이사회는 회의를 통해 통합적으로 의견을 모아 결정한다. 그래서 개인의 의견을 이사회의 의견으로 대표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 개인의 의견을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이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사장도 개인의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사회의 입장이 이사장의 의견으로 대표될 수는 없다. 이사회의 의사결정은 재적 이사 가운데 과반수인 9명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사회는 여러 토의를 거쳤고 이번 이사회도 4시간에 걸쳐 굉장히 많은 논의를 해야 했다.

내년 2월 사표가 수리된 이유는

서남표 총장은 이미 연임 전에 4년의 임기를 마치신 분이다. 그래서 이사회가 총장의 거취에 대해 너무 성급히 결정하는 것은 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 학교의 발전과 명예, 명성에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총장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중도에 그만두었다는 것은 학교를 위해 명예롭지 못한 방법이다. 이사회는 총장을 당장 해임해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가기보다는 서 총장이 진심과 성의로써 남은 기간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내년 2월 23일 자 사표를 수리한 것이다. 물론 교수들과 학생들이 그동안 거취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혼란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사임서를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수리한 것으로, 더 이상 상황이 바뀔 여지가 없는 것임을 알아 달라.

서 총장의 10월 17일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은

서 총장의 기자회견은 유감이다. 이사회와 논의하지 않고 총장의 말만 한 것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 (이사회에서) 이미 총장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와중에 이사회와 논의 없이 총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앞으로의 KAIST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이사들은 판단했다. 특히 이사회가 학교의 주체로서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했지만, 그동안 이사회가 논란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처럼 보여 이사들 스스로가 많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부분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governace)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 이 부분을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총장후보선임위원회의 역할과 바람직한 총장상은

선임위원회가 모이면 어떤 분이 총장 직에 적합한가에 대한 자격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때 전체적인 총장상이 나올 것이고, 절차적으로는 총장후보발굴위원회와 공모를 통해 모집된 후보들을 인터뷰할 때 그런 부분에 대해 심사할 것이다. KAIST를 세계 일류 과학기술대학으로 이끌 수 있는 총장후보를 모집할 것이고 그게 가장 중요한 총장의 자격이 될 것이다. 선임위원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 이사회에서 두 사람이 추천되었고, 그게 나와 정길생 이사다. 나머지 분들도 마저 구성해 가능한 빨리 선임위원회를 소집해서 선임위원장을 선출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분에게 총장직을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결정이 있을 것이다. 총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언론에 공고를 내어 지원을 받는 것과 동시에 독자적인 기준을 만들어 적합한 후보를 발굴하는 작업도 이루어질 것이다.

총장 선출에 학생 참여 요구에 대한 이사회 내부반응은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다만, 학교의 다양한 구성원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부분은 선임위원회가 구성되면, 어떤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아직 선임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지 않아 확답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임명된 선임위원들이 내부적으로 한 이야기는 옵서버(참관) 형태로, 학생대표를 한 명 정도 참가시켜 투표와 의결은 못 하지만 총장후보들의 면접을 참관하고 의사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김도한 학부총학생회장>

2월 자진사퇴하는 형태로 서 총장의 사임이 결정됐다. 작년 9월 말부터 큰 갈등이 일었던 지난 1년을 평가하자면

솔직히 끝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 문제였다. 정치적 완력다툼들 속에서 학우들도 불만이 많았을 것이고, 같이 일했던 총학 간부들이 무엇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불안정한 학내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웠다. 교수사회 여론은 작년 말부터 일찍이 서 총장 퇴진으로 목소리가 모였지만 학우들의 의견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은 단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봄학기부터 학생대표로서 입장을 확정하기 보다는 최대한 많은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것이 총학의 애당초 계획이었다. 학우들에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고 싶었다. 그러나 학우들의 의견이 생각보다 조기에 모였다. 생각보다 많은 학우들이 학내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학생회 활동을 하며 뒤늦게 발견했다. 학생회에서 이를 미리 캐치(catch)하지 못한 감이 있고 이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 언제나 학우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총학의 활동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다. 다만 서 총장 취임 이후 6년 간의 역사를 놓고 볼 때, 학우들만 외친다고 해서 이것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총학은 이러한 맥락에서 대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사들이나 국회의원들과 많이 만나 법률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에서 어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또 학교본부의 귀에 닿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점에서는 장기적인 학생회 활동을 볼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학교의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 확립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

민주적이란 말이 사실 굉장히 애매한 말이다. 다른 사립학교 비리재단 같은 사례와 비교한다면 우리 학교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 KAIST가 대한민국에서 맡아온 대학문화의 선두주자 역할을 계속하려면, 더욱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절실하다. 이제는 패러다임이 변했다. 독선적인 리더가 단체 전체를 이끌고 나아가는 것보다 한명, 한명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때 그때 방향을 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학생들이 학교 행정적인 부분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초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문화들이 학교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때 우리가 한국 대학문화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임 총장에게 바라는 자질이 있다면

무엇보다 소통이다. 사실 소통은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라 다양한 범위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크게 ‘진심’과 ‘프로세스’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피력해야 할 것이고, 이와 더불어 구성원들에게 눈으로 보여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진심이 절실해도 눈에 보이는 행위가 부족하다면 구성원들이 그 진심을 일일이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프로세스’는 총장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직교수들을 비롯한 교원들 전체가 이에 대해 고심하지 않으면‘진짜 소통’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6년간 학우들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의 KAIST는

작은 것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이 많이 갈리기 때문에 큰 그림부터 논의가 필요하다. 총장의 비전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상호 동의를 통해 함께 가야 한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

교협은 이번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정치적인 교수들이 KAIST 교수들이다. 총장 직선제를 요구해본 적도 없고,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후임 총장을 추천할 때 외부 사람도 고려했다. 동료 교수들이 잘려나가면서도 목소리 한 번 낸 적 없다. 혁신위 때 많은 권한을 쥐고 추진하면서도 교수들의 권익을 얘기한 적이 없다. 항상 학생들의 문제, 학교의 문제를 얘기했다. 이것은 협의회가 아니다. 협의회는 보통 회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이번 위기상황에서도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교수의 권익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말자. 교수들이 무슨 정치적으로 흉계가 있나. 암묵 카르텔, 뒷담화의 문화, 중상과 모략의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누가 할 얘기인가. 학교가 말이 아니다. 더 망가지기 전에 서 총장이 나가게 된 것이 KAIST에 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들이 이렇게 강한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나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러플린 총장 퇴진 당시에도 없었다. 작년 혁신비상위원회 때 마련한 합의사항을 다 지키기로 해 놓고 “잘 모르고 사인했다”라고 했다. 그즈음에 신뢰가 깨진 것이다. 교수의 특허사건 당시. 총장이 자신이 잘못한 부분이 명백한 게 있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 이걸로 나가라고 할 순 없다. 그런데 명백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엉터리로 조작한 증거로 교수를 고소한 것이 교수들을 분노하게 한 것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각에 따라 비판할 수도 동의할 수도 있다. 지성인이라면 글과 말로 비판한다. 그렇지만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누를 힘이 있다.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거꾸로 포박하는 것, 엉터리 증거를 내세우며 경찰에 고소하는 것은 교수들로 하여금 그런(이전에 없던 방법을 쓰는)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합법적인 시위다.

총장의 개혁 중 득과 실은 무엇이었는가

제일 잘한 것을 꼽으라면 교수들의 테뉴어 심사를 강화한 것, 젊은 교수들을 많이 임용한 것. 이 두 가지다. 테뉴어 심사를 강화한 것은 아프지만, 교수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나머지는 나쁜 부분이 너무 많다.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은커녕 소통 능력이 거의 없었다. 총장 혼자 언론에 발표하고 구성원들을 배제해버려 개혁의 내용도 혼자 머릿속에서 있다 보니, 많은 부분들이 잘못된 동기를 가지고 진행이 되었다. 또한 교수들이 반대의견을 내면 그들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짓밟고 폄하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교수들은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 진정한 개혁은 언제든지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다. 천천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을 갖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교수협의회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총장은

KAIST는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 연구와 인재양성을 해야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총장은 과학기술 분야의 많은 사람의 인격, 경력, 지도력 면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자이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존경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듣고 책임을 지고 끌고나갈 수 있는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키우고 과학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검증된 경험과 경력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을 정부나 이사회 등에서 ‘노벨상을 받았다’거나 ‘어디서 무엇을 해 본 적이 있다’면서 내세워서는 안 된다.

KAIST를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서 총장이 개인적으로 잘못된 것이 많이 드러났다. 그게 겉으로 드러날 때에는 나쁜 병균과 같은 것들이 땅으로 스며든 것이 있다. KAIST의 많은 보직자가(자신에게) 힘이 있으니 마음대로 하겠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고소까지 한다, 변호사를 통해 소통한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많다. 서 총장을 비판하지만, 그 병균이 깊이 침투해 있다. 이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힘과 생각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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