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증가하는 실험실 사고 어떻게 예방하나

6년 전 풍동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조정훈 학우(항공우주공학전공 박사과정)가 숨지고, 같은 과 박사과정 강지훈 학우의 두 발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우리 학교는 실험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험실 사고의 사례와 실험실의 특성에 따른 대응책을 알아본다

 

대학 실험실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실험실은 빈번하게 사고가 일어나는 장소다. 특히 새로운 물질의 개발과 첨단장비의 활용이 늘면서 실험실 안전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학 실험실도 예외는 아니다. 실험실 사고는 대학에서 일어나는 전체 사건ㆍ사고의 약 30%를 차지한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7건, 2007년 16건, 2008년 37건으로 실험실 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는 한양대학교 광전자재료연구실에서 사고가 발생해 대학원생 한 명이 숨졌다. 2007년 2월에는 서울대학교 자연대학과 공과대학 실험실에서 폭발과 누전화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1992년 홋카이도 대학 응용 물리 실험실 질소 누출로 2명이 숨진 사건을 비롯해 1980년부터 1993년까지 16건의 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우리 학교는 타 대학보다 실험실의 수가 많은데다 그 규모 또한 방대해 실험실 사고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석, 박사과정 학우만 5,000명이 넘는다. 사고의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1999년 10월 기계과 실험실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2003년에는 풍동실험실 폭발사고가 있었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도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한 번씩 일어났다. 위험한 물질이나 기계를 다루는 실험실에서도 큰 사고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는 작은 사고들이 자주 일어난다. 강경태 학우(화학과 석사과정)는“실험을 하는 도중 위험 물질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유독한 가스가 실험실 내에 누출되는 일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험실 사고 어떻게 대비하나

 실험실 안전을 위해서는 연구소장이나 학과장, 연구실 책임자, 연구원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연구소장이나 학과장은 확실한 안전방침을 정해야 한다. 또한, 연구원이 안전하게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전 과학기술부에서는‘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그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실 책임자는 실험 시 연구원의 안전교육을 담당하는데, 이는 실험을 배우는 학부 실험실에서 조교의 역할이다. MIT에는 EHS(Environment Health Safety Management System)라는 학내 체계가 있는데 그 중 실험실 안전보건 프로그램이 연구실 책임자의 역할을 보조한다. EHS는 MIT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유해폐기물법, 청정대기법 등의 위반으로 150,000달러의 벌금을 문 이후 만든 체계로 산업안전과 환경관리를 담당한다. 그러나 실험실 사고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실험을 하는 연구원의 안전의식이다. 사고가 일어나면 안전에 대한 책임 대부분이 연구원에게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험을 하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위험을 예상해 대책을 마련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평소에 해당 연구실의 특성에 따라 어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고 미리 대응책을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실험실 안전도 실험실 특성에 따라 달라

 실험실은 크게 ▲가스/화학 ▲보건/생명과학 ▲기계/전기 ▲토목/건설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가스/화학 실험실에서는 폭발, 연소, 유해물질 접촉 등의 화학적 위험과 고압가스 사용에 따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폭발, 연소 등의 사고는 큰 경제적, 인적 손실을 줄 수 있으므로 항상 가스용기의 배치장소를 잘 선택하고 누출 대응정책을 마련한다.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실험실은 폐수처리에 유의한다. 지난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 반도체 연구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폐수처리과정이 잘못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보건/생명과학 실험실에서는 미생물 감염 등의 생물학적 위험이 존재한다. 이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처리용기와 누출을 대비한 살균제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기계/전기 실험실과 토목/건설 실험실에서는 충돌, 절단 등의 기계적 위험과 전격, 과열 등의 전기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많은 소음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음과 진동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누전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누전차단기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험실 사고, 유능한 과학 인재 앗아갈 수 있어

 지난 3일부터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의 연구ㆍ실험실 안전문화 정착과 연구활동에 참여하는 연구 활동 종사자, 대학생의 상시 안전을 위해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 예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중앙대, 동국대, 숭실대, 고려대 등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이틀씩 순회 개최되며, 해당 대학과 합동으로 사고 사례 사진전, 홍보물 배포, 가두 캠페인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는‘대덕연구단지 특별캠페인’으로 한국화학연구원, 충남대학교와 함께 지난 4월 시행했다. 얼마 전 제5회 조정훈 학술상 시상식에서 장학금을 받은 이정섭 학우(항공우주공학전공 박사과정)는“우리의 안전 불감증과 부주의로 인한 실험실 안전사고는 유능한 과학 인재를 앗아갈 수 있다”라며 실험실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학교 학우들은 실험실을 그 누구보다 자주 사용하는만큼 실험실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실험실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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