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박병호 경영대학 교수

<편집자 주> 뉴로마케팅이라는 명칭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 이러한 사실을 악용해, 다른 연구기법을 뉴로마케팅이라고 과대 포장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소개와 이를 통해 해외 대학의 연구환경을 함께 들여다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필자가 방문연구원으로 와 있는 인디애나대학의 ICR(Institute for Communication Research) 연구센터는 뇌파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리반응 측정기기를 보유하면서 꾸준히 많은 연구를 발표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간판만 있었던 이 연구센터를 생리반응 연구에 특화시키면서 활성화시킨 것은 금년 석학교수 칭호를 받은 애니 랭(Annie Lang)이다. 1990년대 중반에 워싱턴주립대로부터 옮겨온 랭 교수는 5평 남짓한 공간을 ICR 연구센터로 할애받아 연구를 시작, 업적을 쌓는 과정에서 학교의 인정을 받아 지금은 여러 명의 교수와 함께 수십 평에 달하는 연구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높은 건축비용과 땅의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대부분의 미국 주립대학들이 겪는 고민. 따라서 연구공간의 배정은 항상 경쟁과 갈등을 수반한다. 이 때문에 많은 경우 연구공간의 배정은 연구실적과 연구과제 수탁실적에 의해 결정된다. 공대가 없는 인디애나대학(Indiana Univ. at Bloomington)은 자연과학 계열이 주로 연구시설을 차지하고 있으나, 사회과학에 해당되는 ICR 연구센터는 융합연구를 통해 학계를 선도하고 2005년부터는 미국 정부로부터 백만 달러가 넘는 연구과제를 수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의 연구시설은 장비가 수집하는 미약한 생체전류를 간섭할 수 있는 전자파가 매우 적은 위치. 이사를 오면서 대학의 지원을 받아 벽을 부수고 새로 올려 실험 3건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개조하기도 했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은 대학 연구처의 권한과 예산이 막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에 소재한 대학조차 대부분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다.

공간이 늘어난 만큼 연구장비도 과거 1대뿐이었던 것이 지금은 총 4대로 늘어났으며, 내년 1월에 1대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연구장비를 1대나 2대 정도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 연구센터들보다 큰 규모다. 연구장비의 사용과 그 바탕이 되는 이론을 가르치는 과정이 과거 세미나 과목의 형식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제공되었으나, 이제는 매년 대학원 과목이 개설되어 교육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 외의 연구실 세미나를 통해 연구장비의 사용법을 배우게 하는 우리 학교의 많은 분야들의 입장에서는 부러워할만한 환경이다.

▲ 이번 학기에 진행 중인 정신생리학 수업. 학생들이 주제를 자율적으로 선정해 진행한 그룹 과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ICR의 센터장인 로버트 포터(Robert Potter) 교수는 ‘매년 생리적 반응의 측정-분석 과목을 가르치는 게 힘들지만 학생들이 흥미로운 연구주제를 생각해 와서 실제로 실험까지 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번 학기에 진행 중인 그의 수업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신체적 반응을 모두 측정하여 플레이어와 관전자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 등의 재미있는 내용들이 발표되었다.

ICR에서는 터무니 없는 내용만 아니라면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이 제안한 연구도 진행이 가능하며, 학생들의 독자적인 연구에 교수들이 무임승차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학생들이 교수와 공동작업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경험 많은 교수들을 공동저자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보다 좋은 학술지에 연구가 게재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실적과 학생의 권리보호를 모두 중시하는 미국 학계이기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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