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이사장 동반사퇴 촉구… ‘7.20 합의’ 불이행 강하게 비판
“‘이명박 대통령이 사퇴 요구했다’ 오명 이사장이 수차례 말해”

서남표 총장이 내년 3월 말 자진사퇴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서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수송동 서머셋팰리스호텔 세미나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부여된 임기는 2014년 7월까지이지만, 내년 3월 정기이사회를 끝으로 저의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 정기이사회는 매년 2차례 열리는데, 상반기 정기이사회는 3월 말에 열린다.

서 총장은 전날 세계연구중심대학총장회의가 끝난 직후 긴급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오후 9시경 취재진들에게 알려졌다. “자신의 사퇴와 관련한 로드맵을 밝힐 것이다”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사퇴를 종용하는 세력을 특정지어 발표할 것이다”라는 전망도 나왔다. 두 가지 전망은 결국 모두 들어맞았다.

10시 58분, 서남표 총장이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했다. 서 총장의 양 옆에는 이용훈 교학부총장과 주대준 대외부총장이 배석했다. YTN을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서 총장은 사퇴 로드맵을 ‘내년 3월 말’로, 사퇴 종용세력을 ‘이명박 대통령(오명 이사장 주장) 및 오명 이사장’으로 명백히 밝혔다. 회견은 40분 가량 진행됐다.

“대학순위 상승하고 기부금 늘어”… 이사회 ‘계약해지 사유’ 겨냥= 서 총장은 회견을 시작하면서 “지난 7.16 기자회견 이후 3개월 동안 학교에는 좋은 소식들이 많았다”라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큐에스(QS)’ 및 ‘더 타임즈(THE TIMES)’ 세계대학순위를 언급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독지가의 55억 원 기부와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의 80억 원 기부약정 등 고액 기부 사례를 언급하며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탑 1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평가 순위 하락 ▲기부금 감소 ▲각종 성과 미진 등 이사회 일각에서 ‘계약해지 사유’로 제시한 항목들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이사회가 열린 시점까지는 대학평가 순위가 하향세였고 기부금도 감소세였지만, 최근 3개월 사이 대학순위가 크게 상승한 평가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고액 기부가 2차례 이어졌다. 따라서 서 총장의 발언은 이사회가 자신을 계약해지할 사유가 사라졌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총장은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 하나쯤 갖고 싶어 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염원에 보답하고자 했다”라며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의 꿈을 이뤄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내년 3월 말 자진사퇴… 오명 이사장 목표는 ‘서남표 사퇴’ 하나뿐”= 서 총장은 이어서 “오랜 고민 끝에 KAIST는 저를 뛰어넘는 글로벌 경쟁력과 비전, 리더십을 겸비한 새로운 총장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내년 3월 정기이사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 총장은 “내년 1월 중에 후임 총장 선임절차 개시를 위한 임시이사회를 열어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새 총장 선출을 위해 구성되는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우리 학교 정관상 기존 총장 임기만료 2개월 전에 구성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총장 선임 승인을 받을 때까지 운영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 총장은 오 이사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 총장은 “지난 2년 동안 오 이사장은 이사회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면서 오로지 저의 사임만을 강요해 왔다”라며 “지난 7월 이사회 직전에도 저의 자진사임을 유도하고자 여러 제안을 하면서 이사회를 책임지고 설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합의내용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직 저의 사임만을 끌어내고자 했다”라고 역설했다.

“정부·정치권에 독립적이어야”라면서… “차기 정부와 효율적으로 협력해야”= 서 총장은 “오 이사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이명박 정부 임기 중에 후임 총장을 선임하려는 의도는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오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구속기소)과 사돈 관계다. 후임 총장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와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이 선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 총장은 “이사회와 함께 후임 총장 영입에 협력하겠다”라며 “남은 5개월 동안 여러 개혁정책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데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총장은 “KAIST가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하려면 개혁의 걸림돌이자 그동안 그릇된 선례로 남아있던 일부 학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 과학기술계 등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 학교가 사유화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정부가 학교에 일일이 간섭하면 KAIST 발전을 해치는 데 영향을 끼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서 총장은 앞선 문단에서 차기 정부와의 협력을 후임 총장 인선의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오명 이사장도 사퇴해야… ‘7.20 합의’ 조속히 이행하라”= 서 총장은 마지막으로 “오명 이사장은 KAIST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학교의 비전과 발전방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총장을 내쫓고자 이사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온 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다”라며 “KAIST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오 이사장은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 측 이성희 변호사는 “제가 입회한 가운데 진행된 7.20 합의 이후로 이행된 것이 하나도 없다”라고 지적하며 “합의 내용 중에 ‘서 총장 사퇴’가 있는데 서 총장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니 오 이사장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사유로 사퇴하게 되면 서 총장과 KAIST 중 어느 쪽도 배상금(8억 원 가량)을 부담할 의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와 본부 관계자 등이 공개한 합의문은 ▲서 총장의 지난 6년 업적을 계승하고 발전한다 ▲특허 명의 도용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한다 ▲학내 흑색선전과 비방을 없애는 데 노력한다 ▲KAIST의 선진적인 전통과 문화를 정립하고 교수사회 무사안일을 개혁한다 ▲함께 협력해 후임 총장을 인선하며 총장 퇴임은 서 총장 자율에 맡긴다 ▲이사장은 총장의 명예로운 퇴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행한다 ▲총장은 3개월 뒤에 물러나되 서 총장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 등 7개항이다.

“오명 이사장이 ‘MB 지시다’라고 수차례 협박”= 서 총장은 한편 “오명 이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사퇴를 요구했다)’고 수차례 얘기했다”라며 “그건(실제로 이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는지는) 제가 알 수가 없으며 저를 협박하고자 (오 이사장이) 대통령 이름을 팔았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JTBC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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