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학습관 터만홀서 강연…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정확히 전달해야”

▲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일 오후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열린 'ICISTS 대중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연승 기자
안철수 전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0일 우리 학교를 방문해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강연했다. 안 후보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라며 “전문가들은 대중이 이해하게 쉽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라고 소통과 융합, 사회구조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과학기술과의 소통으로 다음 세대를 열어갑니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번 강연은 우리 학교 학생동아리 아이씨스츠(ICISTS)가 ‘ICISTS 대중강연’의 형태로 안 전 교수를 초청해 이뤄진 것으로, 우리 학교 강단에 서는 것은 석좌교수직 퇴임 1년 만에 처음이다.

초청강연에 앞서 안 후보는 정오 경 어은동 ㅇ중국음식점을 찾아 즉석에서 만난 학우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같은 시각, 창의학습관 로비에는 강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몰려든 학우들이 건물 입구까지 긴 줄을 늘어서 있었다. 이날 강연에는 500여 명의 학우들이 참석해 터만홀이 복도와 계단까지 가득 차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학우들은 2층 강의실에서 생중계로 강연을 시청하는 등 학내외의 높은 관심이 쏠렸다.

▲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일 오후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열린 'ICISTS 대중강연'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강연에 참석한 학우들이 연사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손하늘 기자
강단에 서서 강연을 시작한 안 후보는 “너무 좋아서 말을 할 수가 없다”라고 운을 뗀 뒤 “정말 그리운 카이스트 학생 여러분, 정말 반갑다”라고 말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안 후보는 우리 학교와 대전을 다시 찾은 소감을 말하며 “천안과 대전은 저에게 인연이 깊은 곳이다”라며 “대전에 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넓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안 후보는 ‘매스 커스토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의 발전상으로 ‘3차원 프린터(3D Printer)’를 소개하며 “이런 것들이 모여 혁신경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대중 간의 소통에 대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다”라고 안 후보는 강조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전문가 간의 소통에 대해서는 “한 쪽 눈으로만 보면 잘 안 보이듯이, 한 분야의 전문지식만으로는 복잡한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라며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모델을 적용해 조직 외부와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흡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개방형 혁신모델을 정치권에 도입한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조직 내부의 소통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전문가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가야 한다”라며 “과학기술인이 소통에 재능이 있으면 열 배, 백 배 가치가 난다”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인이 창업에 진출할 때 페이스북과 같은 성공을 보려면 발전되어야 할 점을 묻는 한 학우의 질문에 안 후보는 “회사의 성과는 기술력 곱하기 마케팅 능력이다”라며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면 100 곱하기 0은 0이 되는 것처럼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팀을 이루어서 창업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창출하며, 올인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세 가지 핵심 방향을 안 후보는 제시했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강조하는 STS, STP 등의 학문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 학우의 지적에 대해 안 후보는 “융합이 다 좋은데 참 힘든 일이다”라며 “한 분야 전공을 하려면 굉장히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나이가 많이 들고 그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를 하려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일자리와 학회의 분류 등 현실적인 문제도 안 후보는 지적했다.

▲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일 오후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열린 'ICISTS 대중강연'에서 강연한 뒤 학교를 떠나면서 학우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한편, 안 후보는 강연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AIST 자살 당시 침묵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서울대학교로 옮긴다는 뉴스가 나오고 자살 사태가 터졌는데, 몸담고 있던 조직을 나갈 때 그 전 조직에 대해 험담하면 오해를 받을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에 대해서는 “미국의 스트레스 순위를 보면 이공계가 굉장히 높다”라며 “KAIST에서 더욱 무한경쟁을 가중시키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학생들이 받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어서 “극단적인 경쟁은 지양되어야 하며, 동시에 인문학적인 교육이 확충되어야 한다. 특히 뒤처진 학생들을 탈락시키기보다 다른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들이 보완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