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운위 통과, 16일 전학대회 상정… 학우들은 1인 시위 개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서남표 총장의 거취 문제가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를 앞두고 급격히 불거지고 있다.

이사회가 서 총장 퇴진을 결정하지 않으면 총장실 점거를 실시한다는 안건이 12일 총학 중앙운영위원회를 통과했으며, 16일 열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상정된다. 총학은 ‘이사회에 서남표 총장의 해임을 촉구합니다’ ‘서남표 총장님, 이제는 물러날 때입니다’ 등의 현수막 10장을 학내 곳곳에 게시했다.

한편,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학우들이 15일 저녁부터 본관 앞과 학부식당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총장 퇴진’을 외치는 학생사회의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 지난 10일 오후,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부총학생회의 현수막이 창의학습관 앞에 게시되어 있다 /손하늘 기자

사상 초유 ‘총장실 점거’ 안건 상정= 12일 오후 11시 총학 회의실에서 열린 중운위에는 서 총장 거취와 관련해 총학의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안건이 상정되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16일 오후 10시 전학대회를 소집해 ‘(이달 말에 열릴) 다음 이사회에서 서 총장 퇴진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총장실 점거를 실시한다’는 안건을 상정하는 방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16일 밤 태울관 미래홀에서 열리는 전학대회는 ‘이사회 결정에 따른 총장실 점거 결의 논의’를 단독안건으로 상정한 채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학생사회의 중대한 전략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출입문이 통제된 채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에 이은 ‘본관 일부 점거’ 현실화될까= 총장실 점거가 실제로 벌어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해당 안건이 전학대회에서 통과되어야 하고, 서 총장의 거취가 이번 이사회에서도 논의되지 않거나 논의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는 경우다.

해당 안건은 12일 중운위에서 재석인원 17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따라서 전학대회에 총원 38명이 모두 참석한다고 해도 찬성이 과반수를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말에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지난 7월 이사회 이후 구성된 ‘KAIST 발전을 위한 소위원회’의 활동이 보고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AIST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서 총장 거취가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 ▲논의되더라도 결과가 애매하거나 결론이 유예될 가능성 ▲논의 결과 서 총장에게 힘을 실을 가능성 ▲서 총장을 해임할 가능성 등이 있다. 총학은 ‘서 총장 해임’ 외의 결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 지난 5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학부총학생회 회장단과 간부들이 설문조사 결과와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한편,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본관 총장실은 복도에서 비서실로 통하는 문과 비서실에서 총장실로 통하는 문을 거쳐야 진입이 가능한데, 이 두 개의 관문이 모두 전자식 잠금장치(무인방범장치)로 되어 있다. 아날로그식 자물쇠가 주요 잠금장치였던 서울대학교 본관의 사례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이를 뚫지 못할 경우 총장실 내부 대신에 총장실 앞 복도를 점거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총장실 내 업무를 어렵게 하므로 총장실 점거와 결국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총장실 점거’는 실제 실현가능성을 떠나 “학우들이 서 총장 퇴진에 이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을 표명하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소위원회의 표삼수 위원장은 총학과의 대화 및 본지와의 인터뷰 등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의결은 ‘학생들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총장 퇴진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 16일 오후 학부식당 앞에서 학우들이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현수막 게시… 1인 시위 개시= 앞서 총학은 10일 학내 주요지점 10곳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의 문구는 ‘이사회에 서남표 총장의 해임을 촉구합니다’ ‘서남표 총장님, 이제는 물러날 때입니다’ 등으로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학우들은 1인 시위로 힘을 보탰다. 15일 오후 5시 20분부터 본관 앞과 학부식당 앞에서 진행된 이번 1인 시위의 피켓에는 ‘서남표 총장 퇴진’ ‘우리 총장 우리 손으로’ 등의 문구가 담겼다. 1인 시위는 이튿날인 16일 정오에도 본관 앞과 학부식당 앞, 교양분관 앞에서 각각 이어졌다.

▲ 16일 오후 본관 앞에서 한 학우가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1인 시위를 벌인 학우들은 16일 저녁과 17일 점심에도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교에서 1인 시위가 벌어진 것은 지난해 여름 ‘혁신위 의결사항 즉시․전면 시행’을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가 벌어진 이후 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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