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립 학우/ 산업디자인학과 석사과정

“사이언스 페스티벌, 아티언스 프로젝트, 카이스트 아트&뮤직 페스티벌, 미디어 아트…”

요즘 과학은 사람들과의 소통, 과학의 전파, 현 작업의 홍보를 고심하고 있다. 예술작업을 하는 쪽에서도 급변하는 사회에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가끔씩은 서로가 서로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훨씬 커지고, 활동들은 다양하게 진행되어가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고 해서 다른 융합작업과 비교해 크게 색다른 것은 아니다.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끼리 협업하는 것이나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나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서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KAIST는 공대이니 공대생 입장에서 생각해 보다면, 왜 예술을 굳이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혹은, 자신의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럼 우리는 정말이지 왜 예술을 알아야 할까? 더 이상 20세기 산업사회가 아니라 21세기이기 때문에? 교양으로?

우선, 대전문화재단의 2012 아티언스 프로젝트 3차 포럼 때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님의 말씀처럼, 현재 아티언스 전시(한빛탑)에는 주로 과학의 도움을 받은 예술작품들이 있는데, 과학 쪽에서도 예술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알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도 이제는 과학자도 스스로 사회에 대해 생각을 하고 의견을 말해야 하는 시대이며, 과학자도 민주시민이자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사회를 먼저 돌아보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과학기술의 폭주를 견제하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미술관에 간 CEO> 같은 책들에서 보다시피 예술은 다른 분야간, 다른 사람들간의 소통을 도와준다.

“처음엔 왜 효용가치가 없는 작품들을 만들까에 대해 생각했지만, 임동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마음, 생각, 그리고 사상을 움직이는 예술작품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전문화재단이 주관한 아티언스 프로젝트에서 작가와 협력작업을 진행했던 기계과 박사과정 박종철 씨의 말이다.

그럼 KAIST의 학우들은 어떻게 예술을 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학교생활을 하다가 답답하면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패턴인 듯한데, 잠깐 산책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면 세상이 더 멋지고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현재 학교에서는 금요문화행사, KAMF, 문화버스, 도서관특강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럴 때 음악과 인문학에 더해 넓은 의미의 미술작품도 향유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카이스트 인터랙티브 미술관’을 주제로 진행했던 학생 융합 워크샵에서는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왔었는데 교내 곳곳에 놓여질 수 있는 작은 소통 공간, 어른을 위한 놀이터, 학생들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전시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산업디자인학과나 문화기술대학원 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리과학과, 물리학과, 항공과, 기계과 학우들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제안한 것으로서 한 부류의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가 이해하고 이해받기 위한 생각들이었다.

2006년 미술관을 지은 서울대학교의 경우는 삼성의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를 맡고 하나의 건축물을 지었지만, KAIST는 학우들의 아이디어로 더 재미있고 실험적인 공간과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지어진 주변 건물에 놀라고, 부족한 듯 느껴지는 ‘지방에서의’ 삶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상의 변화에 참여하는 태도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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