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을 수도 없고…” 학식은 지금 ‘총체적 난국’

 계약, 상식과는 다르다

위탁업체 선정 위원회에는 학생대표 5명이 참석해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서류 및 발표심사를 거쳐 업체를 선정한다. 그 후 총무팀이 계약서 작성을 진행하는 한편 학생대표들과도 간담회를 통해 세부적인 조건을 조절한다. 이러한 협상이 계약서에 어느 정도 반영될 뿐 학생대표들이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계약서에 명시된 부분은 업체 입주기간이나 영업시간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이다. 학우들이 보다 관심있는 반찬 수나 맛, 가격에 관한 조항은 계약서에 포함할 수 없다. 주관적인 기준이 개입되고, 물가 변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두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이 점에서 협상과 업체의 도의적 책임감이 중요하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 수 줄어

이번 공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4~5곳에 불과했다. 사업 설명 당시 관심을 보인 업체는 15군데 가량이었지만 10군데가 포기했다. 대기업도 포함해 더 많은 업체가 참여했던 지난 입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승환 총학 부회장은 “우리 학교가 (식당 운영이) 상당히 힘들다는 평가 같은 것이 예민하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업체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계약 조건이 개선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어려웠다.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 또한 문제였다. 업체 중 대기업은 한화호텔앤리조트와 신세계푸드 두 곳뿐이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이다. 그 중 두 곳은 신용등급 평가가 미흡하고 타 대학 식당에서 운영 중 철수한 업체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은 하림 한 군데였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경우 당시까지 학우들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었다”라며 “신세계푸드와 하림 중 골라야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카페테리아 업체 선정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했다. 적자 발생으로 업체가 중도 철수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었다. 김 부회장은 “하림은 상대적으로 대학교 운영 실적이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주에게도 나름의 고충 있어

계약주 입장에서 무작정 강하게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면 업계에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 다음 입찰 때 참여업체가 더욱 줄 수도 있다. 또한, 신세계푸드는 일전에 우리 학교에 입점했지만 학우들의 불만 속에 떠난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결과를 분석해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라는 다짐을 보였다고 한다. 과연 그 다짐이 지켜졌는가는 미지수다.

 

카페테리아 방식, 과연 이득일까

학식의 카페테리아 방식이 과연 적합한 선택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방식은 학우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지만 더 비싸질 수 있다. 학우들이 영양 기준이 아닌 입맛에 맞는 반찬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재료가 더 다양해지고 인건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음식의 질이 낮아질 소지가 있다. 때문에 애당초 신세계푸드측에서 반은 카페테리아, 반은 세트메뉴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제공된 세트메뉴의 가격이 카페테리아에서 같은 구성으로 음식을 고른 것보다 더 높은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사람 간의 신뢰라는 부분에서 실망이 많았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계약해지 한 학기 반 걸려… 차선책 있나

학우들의 의견이 실제로 식당에 반영될 수 있는 창구가 식당운영위원회다. 위원회에는 학생 대표와 총무팀, 식당 대표가 운영 방향을 의논한다. 식당모니터링위원회(이하 식모위)는 식당에서 찾아낸 문제점을, 총학은 학우, 학부모, ARA 등으로부터 받은 건의사항을 제기한다. 특히. 식모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고 3회를 받으면 식당 교체를 위한 찬반투표를 할 수 있으며, 이것이 현실적으로 합법적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식모위는 학기 중과 방학 중, 한 학기에 2차례 식당만족도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경고가 부여된다. 하지만 경고는 한 학기에 2회만 부여할 수 있고, 따라서 경고 3회가 누적되려면 한 학기 반이 필요하다. 급기야, ARA에서 보이콧을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에 관해 김 부회장은 “지난 5일 식당운영위원회의가 있었고, 보이콧을 벌일 생각까지 하고 참석했다”라며 “그렇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바뀌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답했다.

 

식당운영위원회, 어떤 요구사항 오갔나

지난 5일에 열린 식당운영위원회에서 학교 측과 학생대표들은 여느 때보다 강한 태도를 보였다. 김 부회장은 “시스템, 맛, 서비스 모두 전체적으로 크게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학교 측과 학생대표들은 신세계푸드의 주장에 반박하고, 눈에 보이는 지적사항을 말했다. 먼저, 동측 학생식당을 모니터링해서 운영한디는 신세계푸드의 주장에 대해 동측 식당이 오히려 학식보다 평이 좋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격이나 수량 등 객관적인 비교 자료를 다음 회의까지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신세계푸드가 “적자가 난다”며 호소하는 목소리에도 반박이 이어졌다. 학생 측은 대기업의 물류 시스템은 복잡해 어느 한 곳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서는 이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손익분기점 같은 자료가 아니라 결과로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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