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 징수의 시작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족한 정부예산을 고려, 대학 운영경비를 보충하기 위해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고ㆍ중학교 기성회 준칙' 훈령을 발표, 입학금ㆍ수업료 외에 돈을 더 걷어 학교 시설 확충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기성회비 징수는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강제적으로 부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급기야 지난 1999년 전국의 사립대는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현재 국공립대만 이를 유지하고 있다.

기성회비 징수, 무엇이 문제인가
기성회비 징수를 둘러싼 논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성회비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강제징수의 형태라는 점 ▲기성회비의 상당 부분이 교직원의 급여 보조성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회비의 적법성과 관련, 법원은 실제로 이를 ‘법적 근거가 없고 강제적인 성격을 띤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 6월, 서울대학교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000여 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진행한 부당이익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현재 이에 대한 항소가 진행 중이다.

국가공무원법 제46조에 의하면 모든 공무원은 일반회계에서 지급되는 보수 외에는 어떠한 보수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 국공립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훈령인 ‘국립대학교 비국고회계관리규정’을 근거로 교직원에게 연구비 명목의 인건비성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상위법령을 무시하고 기성회계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성회비를 성과보수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이미 몇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관례고 그 액수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교과부의 자료를 보면 재작년 전국 17개 국공립대학에서 기성회계 급여 보조성 인건비로 지급된 평균 금액은 1천만 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우리 학교 기성회계, 그 규모와 운용은
올해 우리 학교 기성회계는 약 410억 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학사서비스개선사업비’로 명명된 80억 정도의 돈이 교직원들에게 성과보수로 지급된다. ‘학사연구조성비’는 71억 원 규모로 전체 교직원을 그 대상으로 하고 ‘학사연구개발비’는 9억 원 규모로 보직자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한편, 기성회계에서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1983년부터 이어져온 관행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 학교에서는 지난해 이후 ‘교직원경비’가 ‘학사서비스개선사업비’ 등의 애매한 단어로 명명되어 인건비성 지출임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아가서 집행률이 100%에 달하는 학사서비스개선비에 비해 실질적 학생경비인 ‘학생활동보조비’는 그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해 집행률이 최근 5년 평균 70%대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에 학생회 차원에서 학교에 기성회비 운영 관련 건의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기성회비 운영위원회가 열려 ▲교직원 대상 급여 보조성 인건비 폐지 ▲2010학번 이후 국비 대학원생 기성회비 납부 폐지 검토 등 2개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보직자가 그 대상인 ‘학사연구개발비’는 오는 12월을 마지막으로 폐지하기로 결정되었지만, 대학원생 기성회비 납부에 대한 논의는 아직 결정된 것 없이 흐지부지 끝난 상태다. 다만 이용훈 교학부총장은 “서서히 그 액수가 줄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돈을 내지 않게 하는 제도와 재정구조 구축에 힘쓰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학교 기성회계, 타 대학과는 달라
기성회비가 총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다수 국립대학교와 다르게 우리 학교는 총예산 대비 기성회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실제로 올해 기준 서울대는 법인회계 6,300억 원, 기성회계 2,88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예산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일반회계 7,510억 원, 기성회계 417억 원 정도의 규모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급여 보조성 인건비가 일반회계에서 책정되고, 나아가서는 기성회비가 폐지될 여지도 더 큰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기성회 김석진 사무국장은 “일반회계 규모가 기성회비보다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회계 또한 용도가 다 정해진 예산이다”라며 “80억 정도의 급여보조비를 여기서 당장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김 사무국장은 “추가적 예산 확보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기성회비 문제는 우리 학교만의 것이 아니라 전국적 문제이므로 큰 틀에서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라며 즉각적 해결책을 내는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기성회비 문제, 우리 학교만의 노력 필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1월 26일 발표한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서 장기적으로 기성회비를 폐지해 수업료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애당초 교과부 김홍구 대학재정총괄팀장은 “기성회 회계를 국고 회계와 통합하는 내용이 담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 기성회비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현재 19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인 추이를 지켜봐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우리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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