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최병규 전 교학부총장은 서남표 총장이 허위사실을 가지고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골자의 공개질의를 했다. 최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서 총장 발언은 ▲과거 교수 중 20%가 5년 이상 논문 한 편 안쓰고 1주일 3시간 강의에 1억이 넘는 연봉을 받음 ▲재수강 제도를 없앤 것이 총장 반발 원인 ▲재임 전 51억원이던 기부금이 지금은 1700억 원대 등의 세 가지다.

▲ 지난해 4월 7일 서남표 총장이 긴급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최병규 당시 교학부총장(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이 취재진에게 학교본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홍보실 제공

5년 동안 논문 0편,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우리 학교 테뉴어 교수는 지난달 기준 588명이다. 이 중 20% 정도인 110명 남짓한 교수가 5년 동안 논문 한편 안 쓰고 주당 3시간만 강의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교는 학과별로 소속교수의 실적을 평가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학교본부 차원을 차치하고라도 학과 차원에서 이를 묵인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교수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 학교 교수들을 바보 취급했다”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회장은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라며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런 교수는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경 회장은 “매년 교수마다 실적이 나오는데 총장이 그런 황당한 발언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 회장은 최 교수의 의견에 “다 맞는 얘기다”라고 동의했다. 한편, 교협은 서 총장 거취에 대해 7월 이사회 이후 3개월이 지난 10월 20일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학우들 반발 원인, 재수강 정책 때문?
지난 2006년 말, 서 총장은 재수강 3회 제한과 재수강 과목 성적 B+ 초과 불가를 골자로 하는 재수강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2009년 가을학기부터는 모든 재학생에게 1학점당 75,000원의 재수강료를 징수했다. 학사과정 학생들의 재수강 비율 감소를 유도하고 재수강 수업료의 현실화를 위해서다. 실제로, 2006년 봄학기부터 지난해 가을학기까지 재수강 인원비율은 8.45%에서 2.49%로 하락했고 학점 평균이 B0 이상인 비율도 감소했다.

하지만 재수강 제한의 실제적인 효력에 교수들은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2007년도 이전에는 그 횟수나 학점 취득에 제한이 없었지만, 재수강생 중 B+ 이상의 학점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고 한다. 수리과학과의 한 교수는 “B+ 상한선이 없어도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학우들이 재수강 제도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 <우리누리> 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37%가 재수강 규제 중 ‘재수강 횟수 제한’을 가장 먼저 없애야 할 규제로 꼽았다. 하지만 서 총장의 개혁으로 말미암은 학내 문제를 지적하는 자리에서 재수강 정책이 주요 안건으로 대두되는 일은 드물었다. 작년 비상총회 의결안건에도, 올해 총학이 진행한 총장 거취 설문조사에도 재수강을 핵심으로 하는 문항은 없었다.

곽영출 전 회장은 “(재수강 정책) 개선 요구가 많았지만 이를 서 총장 반대 제1요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김도한 회장 역시 “자기 명예를 위해 KAIST 구성원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언행이다”라며 “사퇴 요구를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부임 후 기부금 30배” 對 “오히려 줄었다”
서 총장과 학교본부가 총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발전기금현황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도 최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최 교수는 “재임 전 51억 원이던 기부금이 지금은 1,700억 원대다”라는 총장의 7월 기자회견 발언을 두고 “어폐가 많다”라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전임 총장들 실적을 합한 것의 30배가 넘는 실적을 올린 것처럼 해석하게 해 전임 총장들을 모독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학교 발전재단의 ‘연도별 KAIST 발전기금 수입액’에 따르면 2007~2011년도의 5년 간 약정 총액은 1,700여억 원이 맞다. 하지만 이와 비교된 재임 전 51억 원 기부금은 06년도 한 해만의 약정금으로, 그 이전의 실적은 포함되지 않아 1,700여억 원과 동등한 비교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전달된 정보가 잘못되었음을 학교본부도 시인했다. 두원수 홍보실장은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홍보실장인 본인이) 발전기금 자료를 해석하는 데 잘못이 있었다”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또한 최 교수는 ‘약정액’이 실제로 학교에 들어오는 ‘모금액’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약정액’이란 기부자가 기부하기로 약속한 금액으로 기부자의 변심이나 기부 방법, 기부금 형태 등에 따라 모금액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발전재단 자료에 의하면 2006년부터 5년 간 발전기금 모금액은 888억 원인데, 그 가운데 이를 처분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343억 원이다. 또한, 2010년 말 조사에서 ‘즉시 매각 불가’로 판정된 부동산이 365억 상당이다.

최 교수는 “이를 감안하면 총장 부임 후 5년간 발전기금 누적액은 180억원으로 줄어든다”라며 “총장 부임 전 5년의 실적 448억과 비교해 오히려 60%나 줄어든 수치다”라고 주장했다.

학교본부는 최 교수의 공개서한에 공식대응을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 두 홍보실장은 “학교본부는 최 교수의 주장에 일일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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