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고발은 자유에 대한 억압, 어떤 발언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상태바
신해철 고발은 자유에 대한 억압, 어떤 발언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 강재승 기자
  • 승인 2009.04.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 정부는 지난 2006년 쿠데타를 통해 이루어졌다. 최근 피지 정부는 헌정을 파기하고 국가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지난 9일 피지 고등법원이 현 정부가 피지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선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피지 정부가 강력한 언론 통제를 통해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국에서 온 기자를 추방했으며 국내 기자는 체포했다. 바이니마 라마 총리는 "언론자유는 골칫덩어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언론인이 피지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을 성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 눈여겨볼 만한 일이 있다. 유명 가수 신해철 씨가 북한 로켓 발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한 그의 글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단체와 탈북자 단체가 신 씨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해당 보수단체 대표인 봉태홍 씨는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법이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가 북한을 찬양하는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자유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일까. 정말 국가 최고법인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발언이 있을까. 광장 한복판에서 북한 국기를 휘날리며 "김정일 만세"를 외칠 자유가, 우리에게는 정말 없을까.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면 고발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가.

피지에서 추방당한 오스트레일리아 국영방송 특파원은“언론의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제로 통제하는 국가는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남의 발언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법으로 규제하려고 하는 사회, 언론의 자유로운 표현이 규제받는 사회는 민주사회라고 불릴 수 없다. 신 씨의 고발 사건은 당연한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과연 우리는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표현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민주사회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유롭게 말할 자유가 부족한 사회다. 노래와 책이 검열당하고, 대한민국 국적으로는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릴 수 없으며, 방송국 PD와 기자가 쇠고랑을 찬 채 경찰 조사를 받는다. 이에 더해 지난 시대의 유물로만 생각했던 국가보안법이 글을 쓰는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것은 의견을 개진하기가 점점 어렵고 답답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북한 찬양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신 씨의 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그의 글에 불만이 많다. 악독한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죽어가는 국민을 외면한 채 만든 선전용 로켓을 민족의 영광인 양떠받드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글은 글로서 비판받아야 할 뿐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다른 말을 할 자유는 다 있는데, 북한을 찬양할 자유만은 없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는 어떤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에 쓰여 있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근본이 되는 하나의 요소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사상가 볼테르는 "비록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남의 자유가 곧 내 자유이며, 자유로운 사회를 지키는 데에는 나와 남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 씨 사건은 단순한 촌극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입에 수십 년 전과 같은 재갈이 다시 물릴지 모른다.

나는 북한을 좋아하지 않는다.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서울시청 광장에 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며 인공기를 흔들어도 체포되거나 고발당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그 어떤 발언도 허용되는 사회에서 내 표현의 자유 역시 가장 잘 보장될 것이고, 그런 사회야말로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