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익명의 독지가가 우리 학교에 55억 원 가량을 쾌척한 데 이어,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700만 달러(우리 학교 발전재단 추정액, 한화 약 8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유언에 의한 증여로 우리 학교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이에 지난해 격화된 학내 갈등으로 위축되었던 발전기금 모금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해 일간지 기자를 거쳐 광원산업을 창업한 이 회장은 현재 서울법대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이 모교가 아닌 우리 학교에 기부한 이유는 서남표 총장을 비롯한 학교 직원들의 학교 발전과 개혁을 위한 노력에 크게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14일 행정본관에서 진행된 발전기금 약정식을 찾은 이 회장은 “과학기술이 대한민국 발전의 힘이며, 그 원동력은 KAIST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 총장은 “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이 회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회장의 기부금은 ‘KAIST 이수영 국제 교육 프로그램’ 추진 및 운영에 쓰이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학기부터 시작한 첨단 멀티미디어 활용 집단지성 교수법 ‘Education 3.0’의 확대 운영과 국제화를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학교는 앞으로 ▲대상 교과목 확대 ▲온라인 학습 공간 및 수업 자료 연구개발  ▲해외 유수 대학 간의 공유 네트워크 구축 ▲지식 확산과 교육산업 기술 혁신 등의 목적으로 기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전재단은 잇단 호재를 반기는 한편 앞으로의 기부 문화는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견지했다. 현재 우리 학교 발전기금은 일반인, 기업 등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발전재단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6월 30일 발전기금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모금액 중 약 92%가 일반인과 기업체로 받은 기부금이었다. 작년에는 최근 4년 중 가장 적었던 11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반인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발전재단은 안정적으로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자산가의 단발성 기부보다도 동문, 교직원들의 지속적인 기부 참여를 꼽았다. 박인배 발전재단 사무국장은 “기부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교직원과 동문, 특히 동문이 학교에 얼마나 기부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발전재단은 이를 위해 학내 구성원과 동문 등을 대상으로 학술정보문화관 건립 지원과 동문 네트워크 발전을 위해 '디딤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거액 기부 유치를 위해 돈을 달라고 직접 요구하기는 어렵다”라며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교직원, 학생, 동문이 모두 합심해 바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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