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영, 김용현 교수팀] 불소화 그래핀의 마찰력 측정 결과 토대로 휨강성과 마찰력 사이 관계 찾아

우리 학교 EEWS대학원 박정영 교수 연구팀,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용현 교수 연구팀이 불소화된 그래핀의 마찰력과 접착력을 측정하고, 그래핀의 마찰력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나노분야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 6월 21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으며, <네이처> 하이라이트로 선정되었다.

그래핀 개질하면 응용 가능성 넓어져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 벌집 모양 구조로 연결된 흑연의 한 층이다. 그래핀은 전기전도성, 유연성, 강도 등의 탁월한 물성 덕분에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그래핀을 그대로 이용하기보다는 불소화 하거나 질소화 하는 등 화학적으로 개질해서 물리, 화학적인 특성을 조절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핀의 여러 특성을 조절하면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간력현미경을 이용해 물성 측정

연구팀은 그래핀을 불소화하기 위해 플루오르화제논(XeF2) 가스에 넣고 고온으로 가열해 탄소원자를 불소원자로 치환했다. 이렇게 불소화된 그래핀의 마찰력과 접착력을 원자간력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e)으로 측정했다. 원자간력현미경은 시료 위에서 뾰족한 마이크로 탐침을 움직이면서 시료와 탐침의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측정해 시료의 상을 얻는 장치다. 그래핀 면을 탐침이 쓸고 지나갈 때 원자 사이의 인력에 의해 탐침이 기울어지는데, 이 각을 이용하면 마찰력을 측정할 수 있다. 접착력은 탐침을 그래핀 면에서 천천히 멀어지게 해, 그래핀이 탐침에 이끌려 볼록해지는 정도를 이용해 알아낼 수 있다. 연구팀은 불소화된 그래핀이 순수한 그래핀에 비해 6배의 마찰력과 0.7배의 접착력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탐침이 그래핀(좌)과 개질그래핀(우) 위를 이동하는 모습= 탐침의 각도가 불소화된 그래핀에서 더욱 기울어져 있다. 불소화된 그래핀이 마찰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박정영 교수 제공

휨강성에 의한 마찰력 이론

연구팀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래핀의 마찰력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3차원 구조를 갖는 소재들은 이미 연속체 이론(continuum theory)을 이용해 마찰력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핀은 2차원 구조이기 때문에 연속체 이론을 이용한 모델을 적용해 마찰력을 계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핀의 마찰력에 대한 측정값과 각 경우에 대한 제한적인 이론은 있었지만, 통합적인 이론은 정립되지 않았다. 이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그래핀의 마찰력이 휨강성(bending stiffness)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어떤 원소로 개질했는지가 물성 결정해

휨강성은 소재가 구부러지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탄소는 sp2인 혼성 오비탈을 갖고 있는데 반해 불소는 sp3 혼성 오비탈을 갖고 결합하기 때문에 개질 그래핀은 2차원 평면 구조를 갖는 순수한 그래핀과 다른 구조를 가진다. 이 때문에 그래핀은 어떤 원소에 의해 개질되었는지에 따라 휨강성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마찰력도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팀이 제시한 이론으로 계산한 결과, 기존의 그래핀이나 산소, 수소화 개질 그래핀의 마찰력 데이터와도 잘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래핀은 마찰력과 접착력을 조절할 수 있다면 나노 크기나 마이크로 크기의 기기 구동부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접착 면이 강하게 접착되어야 하거나, 부드럽게 움직여야 할 때 부품에 개질된 그래핀을 코팅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그래핀의 마찰력에 관련된 이번 연구는 에너지 효율과 마찰력 등의 기계공학적인 주제를 물리-화학적인 접근방법으로 진행한 연구다”라며, “융합적인 주제일 뿐 아니라,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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