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 기업인 노정석 동문, 그의 마지막 도전

IT벤처 업계에서 ‘롤 모델’로 손꼽히는 우리 학교 동문이 있다. 학부 시절에 처음 시도한 창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만 해도 4번의 창업을 했고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90년대 말 ‘KAIST 전설의 해커’로 더 유명한 이 인물은 바로 94학번 경영공학과 출신 노정석 동문이다.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아블라컴퍼니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정석 동문/ 노정석 동문 제공

해킹에 매료된 젊은 청년
90년대 우리 학교 전산 해킹 동아리 쿠스의 회장을 역임한 노 동문은 해킹의 매력에 푹 빠진 학생이었다. 학부시절 매일같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그는 “컴퓨터와 지내던 모습이 꿈속에서도 생생하게 그려진다”라고 말할 정도로 전산과 해킹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당시만해도 인터넷 보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킹은 더더욱 생소한 것이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끓었던 노 동문에게 전산과 해킹은 청춘을 바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던 것이
었다.

해킹 사건으로 구속까지
노 동문에게는 ‘KAIST 전설의 해커’라는 호칭이 심심찮게 따라다닌다. 국내 해킹 1세대로도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사과 전쟁’ 구속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과 전쟁은 96년도에 POSTECH 해킹 동아리 소속 학생과 우리 학교 학우 간에 상대 학교의 전산을 해킹한 사건으로, 이 일 때문에 결국 당시 2명의 우리 학교 학우가 검찰에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노 동문이었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우리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고 향후 보안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장이 컸다. 당시 해킹 사건은 우리 학교 학부생이 구속되는 사건으로까지 번지면서 우리 학교 내외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노 동문은 당시 사건이 인생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다만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 중 하나로 기억했다. 구치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보다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계기,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당시 사건을 평가했다.

학부시절 첫 창업은 대성공
학부시절 구속 사건은 노 동문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었을까. 그 사건 이후 노 동문은 아는 선배의 제안으로 창업을 하게 되는데 바로 보안 관련 사업이었다. 업계에서 인정받은 해킹 실력을 바탕으로 노 동문은 첫 사업을 젊은 나이에 호기롭게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작은 벤처 기업을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돌연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고 첫 사업에서 손을 뗀다. 꼭 하고 싶었던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성공을 일궈냈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것이었다.

성공후 겪은 첫 실패
기술집약적인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노 동문은 첫 사업을 함께한 동료들과 두 번째 회사를 차리며 다시 한 번 창업에 뛰어든다.

마찬가지로 보안 관련 사업이었지만 이번에는 미국 국방부에 제안서를 제출할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었다. 하지만 워낙 스케일이 컸던 탓에 어려움이 있었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핵심 구매자를 여럿 놓치는 등 잘 풀리지 않자 결국 1년 만에 접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이룬 이후 경험한 첫 어려움이었다. 노 동문은 “성공 이후 들뜨기도 하고 교만한 생각도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더 배우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다
이후 노 동문은 대기업 SK텔레콤에 들어가게 된다. 실패를 경험하며 부족한 점을 깨달은 뒤 더 넓은 현장에서 배우기 위해 대기업에 입사한 것이다. 보안 산업 외에는 잘 몰랐던 노 동문은 그 곳에서 모바일 서비스, 웹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 우리 학교 출신이자 ‘천재소녀’로도 유명한 윤송이 동문(당시 SK텔레콤 상무)팀에 합류하며‘1mm’프로젝트를 맡기도 했다. 비록 ‘1mm’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경험을 쌓기에는 충분했다.

세 번째 창업 그리고 구글에 인수
노 동문은 태터앤컴퍼니를 설립하며 또 한번 창업을 한다. SK텔레콤에서 쌓은 경험으로 블로그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렸고 결국 당시에 국내 웹 시장에 막 진출한 구글에 인수 제
의까지 받았다. 노 동문은 인수에 합의했고 그 이후로 구글에 들어가 일했다. 하지만 노 동문은 2년만에 구글에서 나왔다. 또 한번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도전, 아블라컴퍼니
더 늦기 전에 마지막 도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노 동문은 4번째 창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 아블라 컴퍼니를 창립했다. 그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해외 기업에서 활약하던 고급 엔지니어들을 모아 현재 소셜네트워크 분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온라인 시대에 맞춰서 아직도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지는 분야와 부문들을 온라인화 하는 것이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아블라 컴퍼니는 사실상 그의 마지막 도전이다. 끝없는 도전으로 잔뼈 굵은 벤처 기업인이 된 그의 마지막 도전 신화는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