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학우 100여 명 “민주적 KAIST 촉구”… 풍자 영상 '남표스타일' 유투브서 인기 끌기도

▲ 지난 6일 본관 앞 잔디밭에서 '애니웨-이 굳나이트 크럽'이 열린 가운데, 참가한 학우들이 밴드 '와이낫'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양현우 기자

본관 앞 잔디밭에서 유명 인디밴드들이 참여한 가운데 ‘축제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6일, KAIST판 ‘본부스탁’ 추진모임인 ‘애니웨이 굳나잇 엔터테이먼트’는 ‘애니웨-이 굳나이트 크럽’을 개최했다. 학우와 교수, 동문, 학부총학생회 등으로부터 650여만 원을 후원받은 이번 행사는 ▲장기화된 학내 갈등 해결 ▲비민주적인 학내 의사소통 구조 개선 ▲서남표 총장 사퇴 등을 촉구하며 열린 록 페스티벌이다.

‘애니웨-이 굳나이트 크럽’은 축제형 시위를 도입해 학내 문제를 문화적으로 풀어보자는 한 학우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원한 10여 명의 학우로 구성된 추진 모임은 우리 학교 출신 밴드와 대전,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디밴드를 섭외했다. 또한, 풍자 포스터를 학내커뮤니티 ARA와 페이스북 등에 게시해 행사 홍보에 나섰고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를 개사해 ‘남표스타일’ UCC를 제작했다. 유투브 등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조회수가 15만 건을 돌파했으며 한국 유투브 첫화면에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애니웨-이 굳나이트 크럽’에 대한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은 ‘불허’였다. 학생정책처는 10월에 있을 KAIST Art&Music Festival과 행사내용이 중복되며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또한, 학생 또는 단체가 수업 외의 학생활동이나 외부인을 초청, 학교시설물을 이용하고자 할 땐 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학생활동지침 상의 규정을 덧붙였다. 이에 행사를 준비하던 학우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지기도 했다. 추진모임 대표직을 맡은 허현호 학우(산업및시스템공학과 09)는 “학교의 강압에 굴복하면 학우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좋지 않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라며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추진모임은 “학교 측이 ‘행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외부집단이 있다’ 혹은 ‘경찰 보안과에서 주시하고 있다’, ‘징계를 받을 지 모른다’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했다”라고 알렸다.

행사 당일 오후 6시 30분께 ‘애니웨-이 굳나이트 크럽’은 진채밴드의 연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첫 공연 직전까지 관객이 40여 명도 채 모이지 않아 공연이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어서 회기동단편선, 아홉번째, 자보아일랜드의 공연과 유명 밴드인 와이낫과 허클베리핀 등이 무대에 올라오며 한때 공연장에는 150여 명에 달하는 관객이 모이기도 했다. 우리 학교 출신으로 구성된 EL101, 스모킹구스, E.T. 등의 밴드들도 공연에 참여,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와이낫의 보컬 전상규씨는 무대에서 “이번 행사가 젊은 치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학생 한 명, 한 명이 오늘의 기억을 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재승 학우(생명화학공학과 11)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학내 적극적인 의견표출과 생산적인 토론이 지속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무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던 생명과학과의 한 교수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자유다.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교환학생으로 2주 전 한국에 온 멕시코 출신 Miguel 학우에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해주자 “한국 최고의 공과대학이라고 해서 입학했는데 이런 갈등을 빚고 있을지는 몰랐다”라며 “이러한 자세한 사정은 외국에서 입시를 준비하며 듣지 못한 이야기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후원하며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물을 제공한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 회장단과 간부들도 함께 공연을 즐겼다. 무대에 올라온 김도한 총학 회장은 “징계를 준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기획을 해준 ‘애니웨이 굿나잇 엔터테인먼트’ 소속 학우들에게 고맙다”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자리에서 학교의 미래를 같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총학은 중앙운영위원회 동의 절차를 거쳐 추경예산으로 200여만 원을 행사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준비한 허 학우는 “참가한 밴드들도 공연의 취지에 공감해 교통비도 안되는 사례금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공연을 승낙했다”라며 “학우들로부터 행사 경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후원금이 모금되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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