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 실세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멘붕’된 국민들은 “내가 이상한건가?”라는 유행어를 외치며 세태를 통렬히 비관하고 있다.

현 정부의 측근비리 의혹이 유난히 많은 것은, 지난 4년 간 입법 행정 사정 언론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모두가 오직 이 대통령만을 바라보았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의 제왕적인 권위 하에서 견제와 감시는 짓밟혔고 바른 말은 축출됐으며, 대통령의 주위에는 듣기 좋을 발언만이 난무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필연적이었던 이 대통령의 조기몰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과연 서남표 총장의 주위에는 비판적인 여론을 전달하는 이들이 몇 명이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기 포함된다.

서 총장은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으며 침묵하는 다수의 구성원들은 자신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학우와 교수, 국민의 여론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 총장의 주위에는 탄식과 분노로 가득찬 학생사회와 교수사회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측근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인지 의문이다.

서 총장이 왜 여론과는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들이 있다. 16일 서 총장의 기자회견장에는 회견장을 찾은 총학 간부 10여 명이 있었다. 이들은 서 총장의 회견 전에 총학의 입장을 간략히 발표할 것과 총장의 회견을 참관할 것을 요청했다. 기자회견 전 5분간 입장을 발표한 뒤 학생들은 퇴장하고, 학생회장에 한해 방청을 허용한다고 협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학교본부는 출입문을 봉쇄했다.

비슷한 상황은 이사회에서도 반복됐다. 학우와 교수 50여 명, 취재진 40여 명을 피해 서 총장이 병풍 뒷쪽으로 몰래 입장한 것이다. 침묵시위를 하기로 호텔 직원과 협의했기에 구성원들이 난동을 부릴 일도 없었고, 취재진에게 간단한 질문을 받고 입장하는 것은 이상득 전 의원도 매번 준수하는 상식이다.

학교본부는 본지 취재진의 이사회장 스케치를 저지했으며, 임시기자실 출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기자들에게 전달한 서 총장의 서신들을 본지에는 전송하지 않았다. 학보사는 기자단이 아니므로 취재할 수 없다는 본부의 궤변에는 오히려 출입기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 5월에는 학우들의 대자보를 모두 철거해 비판여론이 커진 바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마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행위를 막아서 일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상식을 봉쇄하고 자유를 붕괴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