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최종 합격한 김리라 물리학과 동문

 

▲ ⓒ 박효진 기자

올해의 외무고시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 가운데, 이 중 우리 학교 출신이 있어 큰 관심을 받았다. 우리 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과정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science communication)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김리라 동문을 만났다.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제가 진로를 바꾼 건 이공계에 흥미가 없어져서가 아니에요. 단지 저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어요. 하이젠베르크가 쓴 ‘부분과 전체’라는 책을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 만들어졌던 원자폭탄과 그것을 만들었던 과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당시 원자폭탄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애국심이냐 공공선이냐의 문제였어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오펜하이머는원자폭탄을 만든 것에 대해 큰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다시 돌아가서 원자폭탄을 만들 건지 포기할 건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오펜하이머는 ‘그래도 나는 만들 것이다’라고 답했어요. 이 상황이 바로 딜레마인 거지요. 저는 이런 딜레마를 직접 다루는 실용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된 거고요.

주변에서 반대는 없었는지

사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 갈 때도 주변의 반대가 심했어요. 한국에서는 유럽 학위를 인정을 잘 안 해주거든요.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간 학교인데, 졸업하자마자 외무고시를 보겠다고 했으니 가족들의 반대가 많이 컸어요. 그래서 1년만 해보겠다고 설득했고, 그럭저럭 좋은 성적이 나와서 부모님께서 1년만 더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운 좋게 합격하게 된 것이지요.

외교관으로서 이루고 싶은 일은

저는 제 전공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대화를 이끌고 싶어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비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설명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독도 문제의 경우, 국민들은 고지도를 증거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국제 법원에서 고지도는 일방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효력을 가지지 못해요. 하지만 외교통상부에서는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외교통상부와 국민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에배운 지식들을 통해 국내에서의 소통 메커니즘을 탄탄하게 만들고 싶어요.

우리 학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KAIST 후배들에게 제가 본보기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저의 좌우명은 후회는 해도 미련은 남기지 말자는 거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안 해서 남는 것은 미련이고, 그 일을 저지르고 나서 남는 것이 후회에요. 그래서 저는 영국 취업 기회를 버리고 외무고시를 공부했어요. 하지만 이건 저의 판단일 뿐이고, 실제로 저처럼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KAIST 후배들이 저를 본보기삼지 않았으면 해요.

두 번째는, 기초를 잘 쌓았으면 좋겠어요. 창의적인 생각은 기초가 쌓이지 않으면 생기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KAIST 학생들은 기초과목을 열심히 공부했으면 해요.

그리고 진로의 갈림길에 서 있는 후배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요. 첫 번째 질문은 “그 일을 해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은 “그 일을 하는 것이 꼭 나여만 하는가" 이에요. 정신없이 막 달려가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이 두 가지 질문을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KAIST 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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