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커뮤니티 ARA에서 일부 이용자들의 상식을 넘어선 글쓰기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이공계 대학의 학내커뮤니티가 꼴이 말이 아니다’라며 ‘ARA를 정화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학내커뮤니티 ARA의 첫화면 /ARA 누리집 갈무리

흑색 선전과 비방으로 얼룩진 ARA

현재 ARA에서는 ▲제27대 학부총학생회장 선거(이하 총선)를 염두에 둔 흑색선전 ▲성차별적 발언▲상대에 대한 노골적인 비아냥과 무시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의 글은 다음 총선의 윤곽조차 잡히지 않은 봄학기 종강 시점부터 올라와 그 어느 때보다도 혼탁하고 치졸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학우들의 학생사회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올해와 같이 음모론이 판치는 선거는 역대 총선을 돌아보아도 최초인 만큼 학우들의 우려도 많다.

‘조돼*’라는 닉네임의 한 이용자는 총선과 학우들의 퇴진 운동 간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소설을 올려 큰 파문을 몰고왔다. 이 이용자는 특정 학내 인물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본관 앞 공부시위’를 주도한 것은 다음 총선을 겨냥한 정치 행보라고 주장하면서도, 누군가를 폄훼하려는 글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음해의 대상이 된 한 학우는 “처음에는 (나에 대한 음모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있지 않은 사실로 나에게 운동권이라는 (정치적)색깔을 입히려 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이용자가 특정 정치성향의 집단에 대한 비방을 유도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골적인 성차별 발언과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이른바 ‘악플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드세다. 상대에 대한 무분별한 욕설과 비방을 일삼는 소수의 악플러들에 대해 ARA 이용자들은 ‘건전한 토론문화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요새들어 악플러의 출현에 대한 경계심 또한 부쩍 높아졌다. 최근, 사기를 당했다며 ARA에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한 동문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power***’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동문은 과격하고 권위적인 발언으로 수차례 실언을 계속했고 ARA 내의 여론은 급격히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사건의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들어줄 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표현의 자유도 상식의 선에서

단순히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각 개인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막아서는 것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ARA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forsythiasw’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발언할 자유를 온전히 인정하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공론장에서 사회 공적 문제에 관한 논의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학자들의 중론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 받으면서도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기본권은 아니다”라며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는 어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용 규정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규칙을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충고하며 “정도가 지나친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음란한 표현 등은 삭제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4항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명예를 침해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표현에는 책임이 따르며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일부에선 ‘ARA 실명제’ 주장까지

ARA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한 학우는 “커뮤니티의 익명성을 악용해 저급한 글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라며 문제의 원인으로 커뮤니티의 익명성과 이용자 간의 배려가 부족한 점을 꼽았다. 그릇된 인터넷 문화가 익명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실명제를 주장하는 게시물을 ARA에 올린 ‘푸른빛바람’은 “ARA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동체 커뮤니티로,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라며 “(무작정 실명제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필요성을 진지하게 느낄 정도로 (일부 이용자의) 이용 행태가 위험한 수위에 달했다”라고 현 상황에 대한 대책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민경배 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 사이버사회연구소장)은 “원인은 익명성보다는 비대면성과 집단성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대면성이란 상대방이 눈에 직접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를 살아있는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게되는 속성을 말하고 집단성이란 네티즌들이 다수의 군중 속의 일원으로 숨는 속성을 의미한다. 민 교수는 “실명제처럼 글쓰기 단계에서 네티즌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소수의 악플러들을 향해 다수의 네티즌이 보여주는 강력한 대응이 효과적인 규제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보유할 수 있어 이른바 ‘계정세탁’이 가능한 점과 글의 추천수를 조작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화 되고 있다. 이에 ARA의 한 관계자는 “시삽진 차원에서도 현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충분히 우려하고 있다”라며 “내부 방침을 우선 정한 뒤 이용자들과의 소통 과정을 거쳐 ARA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라고 전했다.

바람직한 인터넷 윤리의식 갖춰야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올바른 윤리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민 교수는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현실 세계의 반영일 뿐이다”라며 “실제 생활에서 윤리의식이 바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넷 윤리가 바로서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실에서의 윤리의식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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