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사회가 서남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한 뒤, 학내 각 단체는 수많은 서신과 성명을 발표하며 여론전을 벌였다.

서 총장 측은 13일과 14일, 출입기자들에게 자진사퇴 불가와 계약해지의 부당성을 표명하는 서신을 전달하고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 총장의 뜻을 밝혔다. 또한, 다수의 언론 매체와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언론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에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 역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16일 기자회견장을 방문해 입장을 밝혔으며,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18일 정기총회에서 해임 촉구안을 채택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평의회는 17일 이사들에게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문과 성명서를 보냈다.

서 총장 기자회견이 열린 16일 당일은 200여 건, 교협 정기총회와 서 총장의 서신 공표가 있었던 날은 각각 20여 건이 넘는 기사가 게재되는 등 뉴스가 쏟아졌다.

서총장 “해임돼야 할 사유를 모르겠다”

서 총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사회가 해임 사유를 못 찾으니까 계약해지라는 편법을 들고 나왔다”라고 반발하며 “다음 총장도 일부 교수와 학생, 과학계 인사들, 교과부가 싫어하면 해임할 것인가”라며 오명 이사장을 직접 거론했다. 또한, 여러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에서 자신이 관료사회 관행을 따르지 않은 점, 장관이나 관료를 거치지 않고 예산을 가져간 점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의 미움을 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나를 몰아내려는 세력이 있다”라며, “이사진들이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로 꾸준히 물갈이됐다”라고 밝혔다. 교수사회의 퇴진 움직임에 대해서도 “테뉴어 심사가 강화되고 학과장 중심제가 도입되어 원로 교수들이 소외감을 느꼈다”라며 사적인 감정으로 자신을 해임시켜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이에 교협은 18일 기자회견에서 9개 항목 40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해임사유’를 발표해 부정직, 위선, 사익 추구와 구성원의 불신 등 서 총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의 망언과 실책으로 학교 내외에서 사람들이 자신에 반대하자 ‘고위 권력자가 자신을 탄압하니 국민이 자기를 구해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조국, 국민’운운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교수평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계약에 포함된 ‘중도 계약 해지’ 조항 또한 적법한 것이다”라며, 서 총장의 외압설에 대해서는 ‘과대망상적 궤변’이라 잘라 말했다.

총학 역시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사 추천권을 독점해 친총장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7명의 전, 현직 이사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라고 주장해 학교본부와는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서남표식 개혁’, 혁신이냐 독재냐

서 총장은 대학 평가, 기부금, 자산 등 각종 지표의 급등을 예로 들며 학교의 발전을 강조했다. 또한, 테뉴어 제도에 대해 “한정된 재정을 가지고 있기에 잘하는 사람에게 더 잘해 줄 수밖에 없고, 그걸로 소통을 안 한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교수들은 관행과 초과권력을 내려놓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교수사회에 직격탄을 날렸고 “한국에 있는 마지막 날까지 대학개혁의 주춧돌을 놓고자 소임을 다하겠다”라는 의지를 보였다.

교협은 서 총장의 개혁을 ‘개발독재식, 밀어붙이기식 교육철학’이라고 비판하며, 주요 사안에 대해 학내 의견수렴이나 사전 통보 없이 언론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테뉴어 제도에 대해서도 “실력이 없어서 잘려나가는 것을 반대하는 교수들은 없다”라며 서 총장의 의견에 반박했다. 이어 “학생과 교수를 고발하고, 승진을 빌미로 자신에게 충성하는 교수를 만들어, 초과권력을 무소불위로 남용한 것은 오히려 서 총장 본인이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총학 역시 지난 15일 발표한 입장에서 학교의 대대적인 학사제도 개편을 지목하며 “학생들은 정책변화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총장은 어느 것 하나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2년 이면합의’ 실체, 누가 옳은가

재작년 서 총장 연임 당시 확산된 ‘2년 거래설’에 대해서도 양 측의 주장이 분분하다. 서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종문 이사 등이 ‘2년만 하겠다고 선언하면 표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으며,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과 오명 이사장도 ‘2년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종민 교협 회장은 “당시 굉장히 많은 분이 서 총장으로부터 2년만 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이사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총장이 2년만 하겠다는 말을 듣고 재임에 찬성해줬다’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평소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오 이사장은 이례적으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언론을 타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이고, 최종적으로 이사들의 판단을 존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사회가 열리지도 않은 시점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라며, “서 총장이 상식에 없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할 말이 있으면 이사회에 출석해서 하라”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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