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는 수 세기 동안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었으며 문학에서 회화, 조각,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표현되었다. 그리스 신화는 인류의 사고에 깊이 새겨져 있으며, 문화나 언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대에도 서양 문명 곳곳에 그리스 신화가 녹아있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는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 루브르에서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엄선한 110점의 작품이 신화의 테마에 따라 구성되었다.

1관 "혼돈의 시대와 올림포스의 탄생"

전시관을 처음 들어가면 첫 번째 테마, ‘혼돈의 시대와 올림포스의 탄생’에 관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초에 세상은 ‘카오스’라는 혼돈의 상태였다. 혼돈에서 대지의 여신이자 모든 신의 어머니인 가이아가 태어났고, 가이아로부터 다양한 신들이 태어났다. 태초의 신들은 끊임없이 권력을 차지하고자 싸움을 벌였으며, 결국 제우스가 혼란의 시대를 끝내고 신들의 세계인 올림포스를 만들었다. 올림포스는 프랑수아 르무안의 <올림포스>처럼 하늘과 맞닿아있는 신들의 회합과 향연의 공간이었다.

밀로의 항아리 /루브르박물관 제공

이 테마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기원전 400년 경에 만들어진 <거인족과 신들 간의 전쟁>이다. 이 작품은 밀로의 항아리라고도 불리며, 제우스가 세상을 통치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거인족이 올림포스를 공격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항아리의 정면에 그려진 제우스는 번개를 휘두르며 전장을 지휘하고, 아래쪽에서 전쟁의 여신 아테네가 창으로 거인을 찍어 누르고 있다. 사자 가죽을 두르고 있는 반신반인 헤라클레스도 거인족을 향해 활을 쏘며 올림포스의 신들을 돕고 있다. 이 작품은 전투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관 "올림포스의 신들"

두 번째 테마는 올림포스의 신들을 묘사한 많은 작품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올림포스에는 신들의 왕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 태양의 신 아폴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비롯한 다양한 신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자 역할을 맡아 세상의 평화를 유지했다. 고대인들은 신의 모습을 생활용품에 담아 신과 언제나 함께하려 했다. 기원전 320년경에 만들어진 접시 <태양 전차>에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마차를 몰아 태양을 움직이는 모습이,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출토된 대리석 모자이크 타일 <사냥하는 에로스>에는 사랑의 신 에로스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또한, 근대 이후의 수많은 예술가도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영감을 받아 회화나 조각에 그들을 표현했다. 결혼과 출산의 여신 헤라와 그녀의 전령사 이리스, 그리고 바람의 신들을 그린 18세기 유화 작품 <헤라와 이리스, 제피로스>가 대표적인 예다.

신들을 표현한 많은 전시물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2m 높이의 <아르테미스와 암사슴>이다. 거대한 크기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이 작품은 당장 화살을 뽑아 사냥하려는 듯한 역동적인 자세가 인상적이다. 조각상에서 아르테미스가 신으로서 맡은 역할이 뚜렷히 드러난다. 머리에 있는 초승달 장식은 달의 여신임을 나타내며, 화살과 암사슴을 통해 그녀가 수렵을 주관함을 알 수 있다.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지만 죄를 진 사람들, 특히 여성의 순결을 앗아간 남자들을 심판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아르테미스와 암사슴 /루브르박물관 제공

3관 "신들의 사랑"

세 번째 테마는 ‘신들의 사랑’이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신을 사랑하기도 했고, 때로는 인간을 사랑하기도 했다. 그들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신들의 사랑은 아름답기보다는 대개 위험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또한, 신의 사랑을 표현한 대다수의 전시물에는 납치와 변신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봉 볼로뉴의 그림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하데스>에는 달려오는 하데스와 깜짝 놀라는 페르세포네가 긴박하게 묘사되어 있고, 또 다른 회화 작품 <레다와 백조>에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는 장면이 관능적으로 그려져 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그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조각상인 갈라테이아에 생명이 깃드는 장면을 빛과 배경을 통해 이상적이고 신중하게 묘사했다.

아폴론과 다프네 /루브르박물관 제공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중 하나는 아폴론과 다프네의 사랑 이야기다. 에로스는 아폴론에게 황금의 화살을 쏘아 아름다운 요정 다프네를 사랑하게 하고, 반대로 다프네에게는 납의 화살을 쏘아 아폴론을 절대로 사랑하지 않게 했다. 아폴론의 계속되는 구애를 참지 못한 다프네는 결국 월계수로 변하게 되었다. 티에폴로가 그린 <아폴론과 다프네>에는 그들의 비극이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림 중앙에 있는 인물은 요정 다프네이며, 손끝이 잎으로 변해 나무가 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바로 뒤쫓아오는 아폴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다프네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은 아래에 그려진 강의 신부터 시작하여 다프네를 붙잡고 있는 아폴론의 손을 지나, 월계수로 변해 버린 다프네의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중심축에서 피라미드 모양으로 전개되는 구도로 그려졌기 때문에 장면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역동적인 움직임이 강조되고 있다. 인물들의 몸을 감싸는 천은 거센 바람에 펄럭이며, 한 발을 들고 뛰어 올라간 다프네는 균형을 잃은 모습이다. 이런 역동성은 상황의 긴박함을 관람객에게 더욱 실감나게 전달한다.

4관 "고대 신화 속의 영웅들"

네 번째 테마는 트로이 전쟁이다. 트로이 전쟁은 스파르타와 트로이 간에 벌어진 끔찍한 전쟁이다. 동시에 당대 영웅들과 신들이 참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최고의 전쟁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이에 많은 영감을 얻어 다양하게 트로이 전쟁을 표현했다. <트로이 점령>처럼 단순한 전투의 한 장면을 그린 작품도 있고, 석고상 <헥토르의 주검을 보고 애도하는 안드로마케>처럼 인간의 심리를 심도있게 표현한 작품도 있다.

파리스의 심판 /루브르박물관 제공

유화 <파리스의 심판>은 트로이 전쟁의 발발 원인을 그리고 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적힌 황금사과를 만들었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는 사과를 서로 자기 것이라 주장하고, 제우스는 사과를 누가 가질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파리스가 내리도록 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고,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주었다. 이에 격분한 스파르타가 트로이를 침공한 것이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다. 작품 중앙에는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건네주고 있고, 둘 사이의 공간에 빛이 집중되고 있다. 아테네와 헤라는 원통해하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2012 루브르박물관전

기간 | 2012년 6월 5일 ~ 9월 30일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오전 10시 ~ 오후 8시(주말)
요금 | 성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문의 | 02) 325 - 1077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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