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이사장 “서 총장이 전권을 자신에게 일임, 계약해지안 처리 유보”
8시30분 시작해 9시15분 종료… 병풍 뒤로 입장해 취재진 거센 항의

[종합2보= 7월 20일 오후 7시]

[종합1보= 7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이사회는 결국 서 총장 계약해지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20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예상을 뒤엎고 서 총장 계약해지안 자체를 의결하지 않은 채 회의를 9시 15분 종료했다.

이사회에는 당초 '지난 임시이사회 회의록 보고' '서 총장 계약해지안' '신임 총장 선임 개시안' '총장후보선임위원회 위원 선임안' 등 4가지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서 총장 계약해지안이 논의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2~4번 안건은 폐기됐다.

오명 이사장= 오 이사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학내 수습방안 전권을 자신에게 일임했다”라고 밝혔다.

곽재원 이사= 오 이사장이 ‘이사회 임시 대변인’으로 지목한 곽재원 이사는 오 이사장의 발언이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서남표 총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오 이사장에게 학교의 수습방안을 일임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곽 이사는 “이사회 시작 전 6시 20분부터 서남표 총장과 오명 이사장이 만나서 협의한 뒤 들어왔다”라며 “협의 내용을 이사회 시작 직후 발표했고, 나머지 이사들은 구두로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내 상황에 대한 수습방안이 결정되면 다음 이사회를 소집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내용은 서 총장이 남은 임기 2년을 채우지 않는 것(조기 퇴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표삼수 이사=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우리 학교 출신 표삼수 이사는 회의가 끝난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6명 정도의 이사가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라고 전했다.

표 이사는 “KAIST의 장래와 한국대학의 지속적 개혁을 위해 이사회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계약 중인 총장의 해임은 통상적인 일이 아니므로 신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특별한 사유가 없이 총장을 해임할 경우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 총장과 오 이사장의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합의되었는지 듣지 못했다”라며 “총장의 거취를 포함해 전권을 오명 이사장에게 일임한다고만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성희 변호사= 학교본부 측 이성희 변호사는 이사들의 주장을 일부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새벽 서 총장-오 이사장 회동에 배석해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다”라고 밝히며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사퇴를 전제로 합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며, 먼저 특허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선행된 다음에,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 등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오 이사장과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곽 이사 등이 발언한 ‘퇴진 전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전권을 위임했다’라는 표현에 대해 이 변호사는 “위임이라는 말이 ‘오 이사장 독단적으로 한다’라는 말이 아니라 ‘그것(판단)을 협의해서 하자’는 뜻이다”라며 “서 총장에게 ‘거취와 관련된 자율권’을 많이 주고, 그것을 인정해 이사장에게 말하면 이사장이 최종 판단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오 이사장이 ‘거취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라며 “거취에 관한 자율권이란 사퇴의 시기나 방법 등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 이사장은 당초 서 총장 계약해지에 확고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 이사장의 입장이 이처럼 크게 달라진 이유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계약해지를 했을 때 상당한 혼란이 오는 것을 피할 수가 없는데, 그런 부분을 협의하자고 오 이사장에게 제의했다”라며 “그제 이후로 오 이사장이 계속 연락을 해 왔고, 어제 최종적으로 약속을 잡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도한 학부총학생회장= 김 총학 회장은 회의 결과가 알려진 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망스럽지만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오늘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오 이사장이 전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서 총장을 퇴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개학할 때까지 거취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돌아와 훨씬 큰 저항이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 경 회장은 “결과가 명쾌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경 회장과 강성호 교수평의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직후 오 이사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 이사장은 “너무 길지 않은 시한 내에 (서 총장이) 사퇴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확실히 일을 처리했다”라고 말했다고 경 회장이 전했다.


[7보= 7월 20일 오전 9시]

서남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이 상정된 제217회 KAIST 임시이사회가 조금 전 8시 30분 시작됐다. 이번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총 4개로, 계약해지안이 처리된다면 그 과정에는 서 총장이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9명 이상 찬성하면 서 총장 계약해지= 두원수 홍보실장은 “이번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총 4개로, 어떤 안건이 상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며 “오명 이사장이 심도있게 토론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회의는 짧으면 1시간 30분에서 길면 4시간 이상 걸린다.

이번 이사회에는 총 16명의 이사 중 허동수 이사를 제외한 15명이 참석했다. 재적이사 중 과반수인 9명 이상이 참석했으므로 서 총장 계약해지안을 처리할 수 있는데, 가결하려면 역시 재적이사 중 과반수인 9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즉, 서 총장을 제외한 14명의 이사 중 찬성표가 9표 이상, 반대표가 5표 이하로 나오면 가결되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이사회 결과를 오 이사장이 임시기자실에서 브리핑할 예정이다. 서 총장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호텔 2층에는 40여 명의 취재진과 학교본부 관계자, 학우와 교수 50여 명이 이사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 총장 계약해지하라” 학우·교수 침묵시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2층은 이사들이 입장하기 전부터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학우와 교수들로 가득 찼다. 호텔 직원의 지시 하에 시위단은 침묵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에 앞서 김도한 학부총학생회장은 이사들에게 서신을 보내 "서남표 총장은 학생과 교수, 이사회와 정부 모두를 '정치적 음모' '배후세력' '기득권'과 같은 단어로 폄하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위해 KAIST를 깎아내리고 있지만, 독선과 거짓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에는 '배후세력'도 '기득권'도 없다"라며 서 총장 퇴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날 침묵시위에는 총학 간부들과 ‘서남표 총장 퇴진을 위한 학생모임’ 소속 학우들을 비롯한 일반 학우들, 그리고 교협 운영위원들과 일반 교수들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안건 상정에서 이사회 개회까지= 이사회에 서 총장의 계약해지 안건이 전격 상정되자 학내외에서는 발빠른 행보가 시작됐다.

지난 월요일 서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떠나야 할 것 같다”라고 운을 띄우며, 일부 이사를 비롯한 특정 고위층의 사퇴압박을 받았음을 주장했다. 또한, 총장 측 이성희 변호사는 “(계약해지 안건이 통과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이사회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서 총장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총학은 호텔 인근 인도에서 “이사회는 서 총장을 계약해지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이사장은 각 언론사에 서신을 보내 “당일 이사회에서 충분히 안건을 논의해 KAIST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결론을 내릴 것이므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않은 현 시점에서는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해 달라”며 일축했다.

다음 날인 화요일 교수평의회는 서 총장의 퇴진을 재차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기자회견이 있고 이틀 뒤 열린 교수협의회 정기총회에서는 서 총장이 “물러나야 하는 사유를 밝히라”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것에 반발해 서 총장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 40가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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