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세력에 맞서왔다” 對 “불통과 독선에 맞서겠다”
이사회 앞두고 서남표 총장-학부총학생회 주말 공방전
상태바
“기득권 세력에 맞서왔다” 對 “불통과 독선에 맞서겠다”
이사회 앞두고 서남표 총장-학부총학생회 주말 공방전
  • 손하늘 기자
  • 승인 2012.07.16 0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남표 총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학교본부와 학부총학생회(총학) 등 관련 주체들이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서 총장 계약해지안이 상정될 임시이사회를 앞둔 주말, 서남표 총장은 출입기자단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불과 10여 시간 뒤에는 총학이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내고 서 총장을 계약해지할 것을 이사회에 촉구했다.

서 총장과 총학이 각각 발표한 입장은 ▲개혁과 조직운영에 대한 평가 ▲서 총장의 거취 ▲이사회가 취해야 할 행동 등 모든 측면에서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세계적 명문대인가, 총장의 사조직인가= 서 총장은 우리 학교 등을 취재하는 대덕특구 출입기자들에게 14일 밤 보낸 서신에서 “적어도 KAIST만큼은 국민의 기대에 비추어 세계적인 명문대로 육성하고자 쉼없이 달려왔다”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나의 조국이 부여해 준 대학개혁이라는 소명을 선택한 것은 저 자신이다”라면서도 “그러는 동안 KAIST 가족들에게 조금 더 세련된 언어로, 살가운 스킨십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도, 더 스스럼없이 어울리지 못한 것도 바로 저 자신이다”라고 했다.

재임기간 동안 소통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학개혁을 통한 세계 명문대 진입이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총학은 “소통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무했다”라고 반박했다. 김승환 총학 부회장은 “정책결정 과정에 구성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소통 문제를 지적하자 떡국먹기 행사와 같은 보여주기식 소통으로만 일관하는 서 총장에게 구성원들은 소통을 위한 어떠한 의지도 느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총학은 “소통의 횟수는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서 총장은 엉뚱한 대답으로 시간을 끌고 본인의 말만 늘어놓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라며 “소통은 단순히 스스로 했다고 믿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대상이 그렇다고 느낄 때 비로소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총학은 “서 총장은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라고 혹평했다.

김 총학 부회장은 또한 “편법 펀드 투자를 통해 수백억 원의 손실을 내고, 이사 추천과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통해 서 총장의 입맛대로 학교를 사조직화한다”라며 “자신이 필요할 때는 독단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다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때는 이사회 등을 핑계로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는 총장은 학교를 원만하게 이끌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득권 둘러싼 다툼인가, 독선과 거짓의 마침표인가= 서 총장은 학교 안팎에 강고한 벽이 있다며 “원칙과 소신이 벽을 맞닥뜨릴 때 거래와 정치를 떠올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불명예 중도해임에 대해서는 “법으로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독립적인 대학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년 간 수십 차례 근거없는 음해와 비난을 당했다고 밝힌 서 총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 자리를 지킨 이유는 바로 대학개혁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서 총장은 특히 “대학 내 일부 기득권세력이 오도하는 학내문화를 합리와 상식, 도덕 등 민주사회의 기본적 원칙으로 견제하고 도전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대학개혁의 본질이다”라며 “그런 일을 소신있게 하라고 데려온 사람을 내쫒는 일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해 사퇴 불가 입장을 명확히했다.

이에 대해 총학은 “서 총장은 임기 중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서남표식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는데, 서 총장을 직접 마주했던 학생과 교수들은 기대는커녕 최소한의 신뢰마저 거두었다”라고 반박했다.

학내 기득권세력에 저항했다는 서 총장의 입장에 대해 총학은 “서 총장은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를 ‘개혁을 지속하려는 자신’과 ‘기득권세력’의 대결로 왜곡해 바라보고 있다”라며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면 6년 동안 학내 구성원들을 합리적이고 명확한 근거로 설득했어야 했는데, 총장은 불통으로 일관했고 민주적인 협의과정은 전무했다”라고 밝혔다.

총학은 “서 총장은 왜 자신이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만이 옳은 개혁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아무런 기득권도 없는 학생들 역시 서 총장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퇴요구는 이권다툼 이상의 일임을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총학은 “학생사회와 교직원사회는 총장 사퇴요구를 미뤄오면서 신뢰와 소통의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총장은 정당한 요구를 권력다툼으로 매도하고 교직원사회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 총장의 직위유지와 학교의 정상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라고 밝혔다.

역사의 죄인인가, 뒤늦은 결단인가= 서 총장은 “이사회가 사실관계에 따라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이사 개인의 명예’ ‘역사의 죄인’ 등의 표현을 쓰며 계약해지 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서 총장은 “이사회는 일방적인 주장에 정치적으로 편승하는 곳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정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곳이다”라며 “이러한 일에 사회 명망가인 이사 개인의 명예를 걸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또한 “학교의 일부 기득권 교수집단의 집요한 탄핵요구에 이사회가 단 한번의 사실 확인과 검증 절차도 없이 면죄부를 줄 리는 없다고 판단한다”라며, “누구든지 정치적 목적으로 대학개혁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저지한다면 KAIST와 한국교육 역사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했다. 계약해지에 찬성하는 이사들과 교육과학기술부, 교수사회 등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총학은 “서 총장 자신이 아니면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는 생각은 혼자의 고집일 뿐이며, 학교는 총장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서 총장은 그동안의 학내 갈등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김도한 총학 회장은 “이번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내려, 학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우리는 앞으로 학교를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영할 새로운 틀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