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임시이사회… 이사 16명 중 7~12명 찬성 유력
“학내외 총장 비판여론 들끓어” 對 “꼼수… 법률적 지적 있다”

학부총학생회(총학)와 교수협의회(교협) 등 학우들과 교수들에게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서남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안이 어젯밤(12일) 10시 경 이사회에 전격 상정되었다. 이로서 서남표 총장의 거취는 학내 ‘총장 퇴진운동’ 2개월 만에 이사회에서 결정되게 되었다.
 

▲ 5월 24일 오전 7시 30분 경, 이사회가 열리기 앞서 서남표 총장이 이사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박효진 기자

결국 안건 상정… 긴박했던 일주일=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이 예상을 깨고 이사회에 상정된 것은 학내외에서 서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초, 임시이사회가 곧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명 이사장이 오는 20일 오전 7시 30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기로 하고, 이사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계약해지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물은 드물었다. 학교본부의 한 관계자는 “어떤 안건이 상정될지는 아직 통보받지 않아 알 수 없다”라며 “보고나 의결할 사안이 없는데도 소집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학내외 현안에 정통한 관계자도 “예측이 어렵다”라며 임시이사회에서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던 중 13일 새벽, 본관 곳곳에는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이는 지난해 4월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학교가 공황상태에 빠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모든 조간신문이 지면을 마감한 오전 3시 경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온라인판에 이사회 관계자발(發)로 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알리는 단독보도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본지는 학교본부 핵심관계자와 정부 관계자를 통해 이같은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오명 이사장과도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닿지 않았다.
 

▲ 5월 14일 서 총장과 학교본부의 긴급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서 총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자료사진= 양현우 기자

'사실상 해임' 안건, 통과 전망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사태’ 당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서 총장에 힘을 실어주는 등 친(親)총장파로 분류되는 이사들이 임기가 만료되어 상당수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서 총장의 계약해지에 찬성표를 던질 이사는 최소 7인에서 최대 12인으로 예측되고 있다. 총 16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사 과반수가 출석한 가운데 과반수가 찬성하면 계약해지 안건이 통과된다. 이 경우 총장 본인은 투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사 전원이 출석한 경우 8명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이 가결된다.

최소 7인으로 예측하는 관계자들은 “오명 이사장 본인과 이번에 선임된 이사, 정부 부처의 당연직 이사를 합치면 7명이기 때문에 분명히 7표는 나온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나머지 이사들 중에서도 서 총장의 계약해지에 찬성하는 이사들이 1~5명 더 있기 때문에, 의결정족수를 넘는 8~12명이 찬성표를 던지게 되어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교협은 오는 18일 정기총회를 열고 서 총장의 거취와 관련된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총장의 거취가 결정되는 임시이사회 이틀 전에 소집되는 총회인 만큼, 퇴진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여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 채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해지안이 통과되면 후임 총장을 선출할 때까지 3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두게 되어, 길면 10월 중순까지 서 총장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다 물러나게 된다. 의결 즉시 물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임안과는 구별된다.
 

▲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서남표 총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5월 8일 본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양현우 기자

학교본부 “명분없는 꼼수… 법률적 논란 가능성”= 학교본부의 한 관계자는 “교협에서 퇴진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특허 도용 의혹이 경찰 수사 결과 결백하다고 밝혀졌다”라며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본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사회가 계약해지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결정적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일각의 사퇴 요구만을 이유로 총장을 ‘해임’할 경우 이사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일 것을 우려해, 용어가 생소하고 결정적 명분도 필요 없는 ‘계약해지’ 카드를 들고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안건이 통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향후 대응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라면서도 “현재 법률가들 사이에서, 계약해지를 적용해 임기가 남은 총장을 축출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논쟁이 일고 있다”라고 전해 법적 논란이 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은 오는 1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안국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구차하게 협상(자진사퇴)을 하고 거래(거취와 관련된 요구)를 하느니, 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라며 "총장에 대한 임면권을 가진 이사회가 해임을 할 수 있는데도 계약해지를 택한 것은 이사회 스스로가 법률적, 사회적으로 해임의 정당성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 아닌가"라는 등의 의견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 총장은 오늘(13일) "이사회는 사리에 맞는 다양한 기준을 바탕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곳이지, 정치적 판단과 행위를 앞세우는 곳이 아니다"라며 "대학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KAIST 이사회가 국민적 기대와 학교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고 학교본부 관계자가 전했다.
 

▲ 5월 23일 오전, 학부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남표 총장의 거취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총학 회장단과 간부들이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손하늘 기자

“환영한다” “의외다” “아쉽다” 학우들 반응=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위한 학생모임’ 소속의 한 학우는 “서 총장의 거취가 비로소 이사회에서 의결된다니 다행이다”라면서도 “이번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데 걱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총학은 내부 회의를 통해 학우들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학우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학우는 “앞으로 계속 싸우다가 (서 총장의) 임기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거취가 논의된다니 늦었지만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다른 학우는 “학내외에서 ‘친서남표 이사회’라고 불리던 우리 학교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가 논의된다니 굉장히 뜻밖이다”라며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10학번의 한 학우는 “서 총장의 정책적 시도와 대학개혁을 위한 방향에 공감했는데, 결국 이렇게 중도에 거취가 결정되게 되어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 5월 21일 오후 6시경, 시위 현장에 마지막까지 남은 90여 명의 학우들이 자진해산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손하늘 기자

퇴진운동에서 계약해지 상정까지= 지난 5월 8일, 교협은 임시총회를 열어 서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안건을 채택한 뒤, 교수 70여 명이 KI빌딩부터 본관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교협은 앞서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도 각각 서 총장의 사퇴와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한 바 있으며, 지난 3월과 4월에는 16개 학과와 1개 단과대학의 교수 대다수가 총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기명 성명을 학과별로 발표했다.

이어서 5월 20일, 20여 명의 학우들로 구성된 ‘카이스트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임’은 서 총장과 학우들에게 보내는 성명을 각각 발표하고 다음날인 21일 본관 앞에서 ‘공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연인원 3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총학은 서 총장의 거취를 묻는 찬반 설문조사를 5월 21일부터 양일간 진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1,278명의 학우들 중 74.4%가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서 총장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87.7%에 달했다. 총학은 이를 토대로 본관 앞에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총학 회장단 및 간부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총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손하늘 기자

사태가 확산되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학교를 방문해 “노예같은 교육이 아닌 놀이같은 교육, 인간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교육철학에서 더욱 강력한 교육경쟁력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민주통합당은 “서 총장은 이미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교육자와 지도자로서 신뢰를 잃었다”라며 “서 총장의 버티기를 주시하겠다”라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학교가 방학에 돌입한 6월에도 총학이 서 총장의 퇴진운동을 추진하고 ‘서남표 총장 퇴진을 위한 학생모임’ 소속 학생들도 사퇴 요구 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는 등 학생사회 움직임이 계속 이어졌다. 교협도 ‘서남표 총장 즉각 사퇴’ ‘국감에선 내 특허, 이제와선 네 특허’ 등 현수막을 학내 곳곳에 게시하며 퇴진 요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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