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길> 새내기와 까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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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길> 새내기와 까치집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2.07.0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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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한 기계공학전공 교수

몇 년 전 인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앞에 있는 은행나무 주위에서 까치 두 마리가 무척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무 둥치 주위에는 잔 나뭇가지가 이리 저리 흩어져 있고 까치들은 자그마한 부리에 마른 나무 가지를 물고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까치들이 집을 짓는 것이 아닌가.

사는 집이 마침 도로보다 위에 있어, 집을 짓고 있는 은행나무의 위치가 바로 눈앞이어서 멋진 구경을 특등석에서 할 수 있었다. 답답한 것은 이 까치들이 Y자 형으로 만들어진 은행나무에 한 반자 가량 길이의 나뭇가지를 어렵사리 올려놓은 후 다음 가지를 올려놓으면, 그만 첫 번째 올려놓은 가지와 함께 나뭇가지들이 나무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기계공학적인 지식이 조금만 있어도 문제없이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부질없는 생각을 하여 보았지만, 오직 작은 부리만을 이용하여 나뭇가지를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고 또 그 위에 다른 가지를 올리고, 쌓아가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한 30분이나 보고 있었을까, 나무 둥치에는 떨어져 버린 나뭇가지가 제법 불쏘시개 감 정도나 되게 쌓여 가고 있었지만 까치집의 기초 공사는 영 진전이 없었다. 까치의 한계에 대한 측은함이라 할까,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난 자부심이라 할까. 여러 가지 맴도는 자투리 생각들을 훌훌 떨쳐버리고 집안에 들어가 아침식사를 하고 나오니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드디어, 그 많은 시간 후에 이제 3개의 나뭇가지가 서로 삼각형의 구조를 갖춘 것이 아닌가. 가장 안정적인 기하형상을 이 까치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까치 부부가 수학공부도 아니하였을 터인데-- 생존에 대한 의지는 인간의 학문적 지식을 초월하나 보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 까치집은 말 그대로 지수함수적으로 그 크기가 커져갔고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나절로 충분했다. 가지를 올려놓고 부리로 눌러 놓아 가지와 가지 사이의 접속력을 증가시키는 등 고도의 역학적 행위를 본능적으로 할 뿐이었다. 완성된 집 주위를 부부까치가 환호하면 들며 나는 것을 보는 것은 귀한 희열이었다.

아마 새내기 학생들의 이번 학기도 비슷한 좌절의 연속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어떤 학생은 한 개의 가지도 올려놓지 못했을 것이고 또 어떤 운좋은 학생은 벌써 3개의 가지를 삼각편대처럼 근사하게 올려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학생은 어떤 나무에 집을 지어야 할지 고민만 하다 한 학기를 보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집을 지어본 자들만이 또 다른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낮은 가지 위에 작은 집을 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어떤 집을 짓는가를 걱정하기 보다는 집을 짓는 기본을 익히는 것이 좋아 보인다. 아마도 필수 교과목이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작은 성공을 모아 크고 보람찬 성공으로 만들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매일 내일의 계획을 세우기만 하였던 기억이 난다. 계획은 실천이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을, 좋은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보내버린 기억이 새롭다. 까치는 무수한 실패를 성공의 연습으로 보는 것 같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작은 가지를 올려놓아 보는 연습을 하자. 무엇인가 작은 까치집을 지어 보자. 작은 것이던 큰 것이던, 잘생긴 것이던, 못생긴 것이던, 만들어진 것은 우리 것이고, 우리는 감상할 권리와 배울 권리를 갖게 된다. 그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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