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남표 총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수들은 유례없는 시위를 펼쳤고, 학우들은 시험기간에 뛰쳐나와 공부시위를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태를 정리했다.

▲ 지난달 8일, 행진에 참여한 교수들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양현우 기자

교협, 설문조사부터 퇴진시위까지

지난해 9월, 교협은 긴급총회를 열었다. 혁신비상위원회 의결사항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점, 독단적인 리더십,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서 총장의 책임을 물었다. 서 총장의 퇴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70.4%의 교수 중 63.4%가 서 총장 사퇴에 찬성했다.

교협 내 ‘반 서남표’ 여론은 ▲혁신비상위원회 결의안 이행 불발 ▲교수평의회가 자문기구로 격하 ▲교수 임용 특혜 논란 등 학교 측과 많은 마찰을 거치며 더욱 커졌다. 또한, 서 총장의 지지세력으로 알려졌던 이사회가 서 총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올해 1월, 이사회를 앞두고 교협은 서 총장의 거취(해임)를 놓고 다시 한 번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75.5%가 서 총장의 해임 촉구를 요구하는 결의문 채택에 찬성했다. 지난해 9월의 설문조사보다 10%P가량이나 증가한 수치다. 교협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서 총장의 해임을 요청했다.

그러던 중, 2월 24일 교협은 기계공학전공 박아무개 교수의 ‘해상부유물 동요방지장치’ 특허를 누군가 서남표 총장의 명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본부 역시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총장에 대한 음해가 도를 넘었다”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마침내 3월 8일, 서 총장은 우리 학교 교수 4명을 ‘특허 의혹’과 관련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강경한 대응을 했다. 이는 교수사회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학과별·단과대별 성명서 확산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교수들의 기명 성명을 발표한 전기및전자공학과(전자과)에 이어 총 16개 학과와 1개 단과대학이 성명을 발표했다. 산업디자인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의 교수사회가 서명에 동참한 것이다. 이번 연판장 행렬은 교수 사회의 대다수가 총장의 용퇴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켰다.

4월, 한 학우의 안타까운 선택으로 인해 교협과 학교 모두 두드러지는 움직임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5월로 접어들며 서 총장 거취를 둘러싼 학내 갈등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잇단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한편, 학교본부와 교협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주로 언론을 통해 소통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교협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약 3달 간 학교 측 문제를 지적하는 16건의 서신을 언론에게 건넨 적이 있다. 학교본부는 언론을 통해 “교수협의회에는 전체 교수 중에 한 90% 정도가 참여하고 있고, 그 90% 중에서 또 투표에 참여한 70%의 교수 중, 동의하신 분들이 한 70% 정도 된다. 그래서 전체 교수 수로 보면 50% 좀 못 미친다”라는 분석을 내어 교협 측의 큰 반발을 샀다. 하지만 교협 측도 ▲특허 의혹 관련 자료 언론에 유포 ▲언론을 통한 소통위 참가 거부 등 언론을 통해 학교와 소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려’… 매번 우려만 반복

우리 학교 이사회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서 총장의 거취를 결정할 최종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기 및 임시이사회를 앞둔 시기에는 각계에서 여러 움직임이 일어나 서 총장 압박을 시도했다.

지난 2월 7일에 열린 이사회 또한 교협과 교수평의회 측에서 각각 2명의 교수가 참석해 학내 상황을 전달하고 서 총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달 24일 열린 임시이사회에는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 간부들이 방문해 학우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에 오명 이사장은 “학생들이 이렇게 나선 것에 대해 미안하고 학내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 지난달 21일, 공부시위에 참여한 학우들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양현우 기자

“총장님, 이제 떠나실 때입니다”

학내커뮤니티 ARA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시국을 지켜보던 학우들도 마침내 행동에 나섰다. 20여 명으로 조직된 ‘카이스트를 생각하는 학생들의 모임’은 지난달 21일 본관 앞 ‘공부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는 누적 참가자 300여 명(주최측 추산)을 기록했다.

학교본부와 교협의 거듭되는 마찰을 지켜보며 침묵했던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도 입을 열었다. 설문을 통해 서 총장의 사퇴에 과반수가 넘는 학우들의 찬성을 얻은 총학은 공청회를 열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다음날인 24일, 임시이사회를 방문해 호소문을 낭독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학교본부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이용훈 교학부총장은 총학의 행보와 학생모임의 출범이 시기적절치 못했다며 “학생을 위해야 하는 조직이 시험기간에 투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이 부총장은 “학생들이 여러 모임을 만들 수는 있지만, 총학이 좀 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지지해주는 학생들을 확실히 대변해야 한다. (대변할 학생들이 총장 퇴진)모임의 학생들인지, 말 없는 무언의 학생들인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총학-학생모임, 추후 행보는?

지난 18일, 16명의 학우가 처음 모여 ‘서남표 총장 퇴진을 위한 학생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우선 왜 총장이 퇴진해야 하는지 학우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기로 했다”라며 “방법은 글, 만화, 인터넷 방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총학과 연계해 움직이되, 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이용해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총학 또한 방학기간 동안 서 총장 퇴진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 사태를 국민에게 전파, 국회의원과 이사들 방문, 교육과학기술부 앞 시위, KAIST판 ‘나꼼수'와 같은 프로그램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도한 총학 회장은 “(공부시위와 같이) 원하는 학우들이 움직이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라며, “현재 총학의 행보에 관해 미진함이나 과함을 말하는 의견을 잘 판단해, 학우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움직이겠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침묵 깬 총동문회… 사태해결 촉구

총동문회가 학내 사태에 관해 처음으로 침묵을 깨고 현 사태에 일침을 놓았다. 총동문회는 동문의 의견을 이메일로 수렴 후 상임운영위원회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총동문회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에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KAIST 이사회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한다”라며 이사회 산하에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 이번 사태의 사실관계, 원인과 책임소재를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임형규 총동문회장은 “리더십이 흔들리고 정체된 상황을 동문이 보기 안타깝다”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 “독단적 대학운영, 개선 시급”

지난달 24일, 민주통합당도 현 사태를 주목하고 ‘공모제 총장의 독단적인 대학운영 개선이 시급하다’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공모제란 우리 학교와 같이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총장이 선출되는 방식을 말한다. 해당 논평에서는 “구성원 간의 공감대 부족, 총장이 지녀야 할 도덕적 자질 부족, 리더십 부재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서 총장이 언제까지 버틸지 주시하겠다”라며 서 총장을 압박했다.

같은날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학교를 방문해 총학 회장단과 간부, 경종민 교수협의회장, 이용훈 교학부총장을 차례로 만났다. 손 상임고문은 총학을 방문해 인간 중심의 교육 철학과 서 총장의 대학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 상임고문은 “학생들이 학교의 진정한 발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특허도용 논란, 종식 혹은 새로운 공방

지난 21일, 학교는 기자회견을 열고 특허도용 및 절도의혹사건 경찰 중간 수사결과를 전해,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수사결과, 특허의혹은 해당 담당 교수에 대해 ‘사전자기록 위작 및 동행사’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 서 총장 명예훼손 관련에 관해서는 불기소 의견이 검찰로 송치되었다. ‘사전자기록 위작’이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 및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위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서 총장-교협 갈등에서 학교본부가 새로운 칼자루를 쥐게 되었다.

이에 대해 교협은 26일 브리핑을 갖고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학교본부가 수사결과를 확대해석해 자료를 유포했다고 비난했다. 이제 특허 공방의 이목은 검찰수사로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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