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우리 학교와 ICU가 교육과학기술부의 합병인가승인을 통해 통합대학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두 학교 통합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지 약 두 달이 지나고 주변에서 심심찮게 전 ICU 학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전 ICU 학우가 우리와 함께 중간고사까지 치른 시점에서 학적, 학생 복지, 학생 생활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실질적인 통합이 얼마나 진행되었나 살펴보고 통합 이후 달라진 학교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ICC 설립, IT 연구의 중심지로

우리 학교와 ICU는 지난 3월 2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기념식을 개최하며 KAIST로 통합대학 명칭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을 통해 우리 학교는 ICU 교수진을 흡수해 IT 분야에서만 147명의 교수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학부생 수도 3,831명에 이르게 된다. 문지캠퍼스(전 ICU 캠 퍼 스 )에 는 ‘ ICC(IT Convergence Campus)’를 설립, 운영하기로 했다. 문지캠퍼스에는 정부, 기업체 등 외부지원 IT 융합기반 교육 및 연구 관련 프로그램과 연구소 등을 설치, 운영해 IT 융합 교육,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통합 후 기본 틀은 우리 학교를 따라

현재 전 ICU 소속 학우는 기존 ICU의 학과인 정보통신공학과와 IT 경영학과에 속해 있다. 전 ICU 학우들은 이번 학기 내에 기존 ICU 체제를 따를지 우리 학교의 체제를 따를지 선택하게 된다. 우리 학교 체제를 선택하는 경우, 우리 학교 학과로의 전과를 허용한다. 전과를 하면 선택 학과의 졸업 이수 요건을 만족해야 하되 기존에 수강한 일부 ICU 과목에 대해서는 각 학과의 규정에 따라 학점을 인정한다. 우리 학교의 과목과 ICU 과목에 대한 상호 학점 인정에 대한 규정은 현재 마무리 작업 중에 있으며 5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우리 학교 학우의 ICU 과목 수강은 허용하지 않는다.

재수강 제한을 비롯한 기본 학칙은 우리 학교의 규정을 따른다. 특히 ICU는 3학기제로 운영해 여름학기를 정식 학기로 인정했으나 우리 학교의 제도를 선택하면 여름학기를 정식 학기로 인정하지 않는다. 졸업장과 성적표를 비롯한 학제증명서도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 형식에 맞추어 받는다. 다만, ICU 체제를 선택한 학우는 정보통신공학과와 IT 경영학과로, 이외의 학우는 전과한 학과명이 표기된다. 정태한 학적팀장은“통합 관련 학적 사항은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의 틀을 따를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 ICU 학생과 우리 학교 학우 모두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기숙사 배정과 장학금, 선택의 기회 주어질 것

전 ICU 08학번 학우는 문지캠퍼스의 기숙사를 계속 사용한다. 09학번 학우는 가을 학기에 본캠퍼스의 기숙사 신청의 기회를 주되 연차 이내에 해당하는 본캠퍼스 학우를 모두 배정하고, 호실이 남을 경우 입사를 허용할 예정이다. 오성권 학생복지팀장은 “현재 모든 학우가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를 배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학생과의 협의를 통해 기숙사 배정의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불편이나 불만을 최소화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단, 2011년에는 6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가 완공되어 모든 학생이 기숙사를 배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 ICU 학사과정 09학번 학우에게는 가을학기부터 기성회비를 전액 부과하며 이공계 장학금의 혜택도 함께 지원한다. 전 ICU 학사과정 08학번 학우는 우리 학교의 제도를 따르기로 한 학우에게만 기성회비 부과와 함께 이공계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존 ICU 제도를 따르는 학우에게는 기성 회비를 부과하지 않고 이공계 장학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이공계 장학금 이외의 성적 장학금, 학자금과 같은 장학금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 이전에 ICU에서 개별적으로 한국과학재단에 신청해 이공계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우는 자료를 이관해 자동으로 우리 학교 이공계 장학생이 된다.

박사과정을 밟는 전 ICU 학우는 KAIST학우에게 주어지는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가 가능하다. ICU는 본래 시험을 응시해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했으나 통합이 되면서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무시험으로 전문연구 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학생증 발급과 셔틀버스 운행도 해

전 ICU 학생에게 기존의 KAIST 학생증과 같은 학생증을 발급했다. 통합 후 본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는 학우에게는 이미 발급이 되었으며, 문지캠퍼스에서 강의를 듣는 학우는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발급한다. 하지만, 문지캠퍼스의 건물은 아직 전 ICU 학생증으로 출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인배 안전팀장은“통합까지의 논의는 길었으나 실질적인 통합은 급히 이루어져 모든 시스템을 바꾸기 어려웠다. 본캠퍼스 학우의 문지캠퍼스 출입을 위해서는 카드리더기를 전부 교체해야 하는데 카드리더기를 바꾸려면 전 학생의 학생증이 발급되어야 한다. 또한, 바로 설비하고 가동을 하더라도, 정비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문지 캠퍼스의 카드리더기를 전부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 ICU 학우가 수업을 듣는 데 가장 큰 문제는 통학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셔틀버스는 하루에 총 14회 운영되고 있으며 첫차는 아침 8시 30분 문지캠퍼스에서 본캠퍼스 행 편도로, 마지막 차는 새벽 1시 40분 본캠퍼스에서 문지캠퍼스 행 편도로 운행한다. 버스 2대가 약 1시간 단위로 분포해 있다. 반광현 총무팀장은“문지캠퍼스 학우의 요청에 따라 아침 8시 30분 버스를 1대 더 늘릴 계획이다”라며 학우의 이용 빈도에 대해서는 시간마다 탑승자의 수가 다른데 아침에 특히 매우 붐비며, 보통 한 차에 2~30명 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 총무팀장은 “‘밤늦은 시각에도 운행해달라’‘왕복 버스를 늘려달라’등 주로 버스 편을 늘려달라는 의견이 많은데 앞으로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현실과 학생 요구의 격차를 줄이려 계속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ICU 교수도 본캠퍼스 교수와 함께 평가받아

통합 후 본캠퍼스 교수에게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전 ICU 교수는 우리 학교 기준에 맞추어 강의하고 연구하며 우리 학교 인사제도에 따라 평가받고 승진하게 된다.

테뉴어 제도도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테뉴어 제도에 대해 권희복 교무 팀장은“교수의 테뉴어 제도에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민감한 사항인만큼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형 교무처장은“기존의 우리 학교 교수와 전 ICU 교수의 연구 분야가 겹치는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양 캠퍼스 교수들의 연구분야가 같으면 힘을 합쳐 그 분야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번에 통합하면서 IT분야의 교수가 약 150명이 되었다. 이 숫자는 미국 MIT, 스탠포드 등의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숫자이다”라고 말했다.

 

학생자치단체와 동아리는 어떻게 되는가

ICU는 이미 지난 2월, 공식적 투표를 통해 총학생대표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학생사회를 구성하는 총학생회 또한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우리 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전 학대회에서 ICU와의 학생사회통합을 위한 원칙 협의안을 의결했다. 협의안은 양교 학생 사회의 점진적 통합을 지향해 양교의 현실적인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지양한다는 점과 전 ICU 학우 또한 KAIST 학부 총학생회의 일원이며, KAIST 학부 총학생회는 KAIST 학부생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는 유일한 단체임을 밝히는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현재는 ICU 총학생대표단이 우리 학교 회칙에 존재하는 특별 기구라는 임시 조직으로 기존 체제 내에 들어오는 방식이 협의중이다.

기타 학생자치단체나 동아리 역시 통합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ICU의 언론국의 역할을 담당하던 PRESS는 다음 달 1일부로 우리 학교 본원 홍보팀과 ICU 홍보부가 통합됨에 따라 통합, 폐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으며 ICU 홍보 단체 ING는 이미 간판을 내린 상태다. 일부의 전 ICU 학우가 우리 학교 동아리에 참여하기도 하나 대개 통합 이전 ICU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상돈 동아리 연합회장은 “가을학기부터 전 ICU 동아리도 우리 학교 동아리와 마찬가지로 회칙에 따라 신청을 받고 회의를 거쳐 가등록 혹은 신규등록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회의에서 심사 기준에 따라 기존 동아리와 중복되는 동아리는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ICU 통합, 학우가 말한다

ICU와의 통합이 완료된 현재도 학우의 의견은 분분하다. 정우영 학우(전기및전자공학전공 07)는“통합을 통해 더 나은 학교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학과의 커리큘럼 등 둘 사이의 차이는 분명히 명시되어야 한다”라며 “현재로는 기존의 우리 학교 학우가 피해를 본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학교가 확실한 해명 혹은 양쪽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ICU와의 통합을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전산학전공에서는 교수들이 학우들의 의견을 듣고자 간담회도 마련했다. 배경윤 전산학전공 학회장은“ICU와의 통합은 누구보다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교수님들께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불만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셨다. 이미 통합이 완료된 만큼 두 학교 학우가 서로 잘 지내는 것이 통합의 본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학교는 문지캠퍼스의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는 전 ICU 학우를 위해 새벽까지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학우의 불편함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ICU로 입학한 박성준 학우(무학과 09)는“늦은 밤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공강 시간에 마땅히 있을 만한 곳이 없는 등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지만 학교에서 여러 배려를 해주어 많은 점이 개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승규, 함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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