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학생들이 점심때에 딸기파티를 하자고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들을 모두 초대했다. 대강당 뒤뜰 만개한 벚꽃 아래 자리를 펴고 앉으니 봄을 즐기러 나온 팀이 많았다. 양 옆에 지식서비스 공학과의 윤완철 교수님과 학생들, 신임외국인 교수, 산업디자인학과 대학원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 이외에도 대 여섯 무리가 모여 딸기와 김밥을 먹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잠시나마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주부터 태울 가요제를 비롯한 학생 축제가 열린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창의적인 놀이를 고안하고 개발해서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참여한 학생은 놀이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몇 년 전부터 우리 학교의

놀이문화를 선도(?)하는 문화기술대학원 주최‘완전연소’파티에도 많이 참석해 미치도록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온갖 기발하고 황당한 일을 저지르며 창조적 에너지 발산의 기회를 얻기 바란다. 잘 노는 사람들이 공부도 잘하는 법이다. “강의와 숙제에 눌려서 놀 수 없어요”라며 학교 측에 휴강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고, 실제로 판을 벌여 주어도 놀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늘 심각한 것이 문제다. 늘 심각하기만한 사람은 매력이 없다. 황당하고 가끔은 엉뚱하며 예측불허한 구석도 있어야 재미있지 않은가? 자신에게 엄격한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자신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21세기 과학기술계의 창의적 글로벌 리더를 기르자는 우리 학교의 교육목표는 학문적 탁월함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행복한 글로벌 리더를 만들 것 인가에 초점을 맞출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하버드 대학의 한 강의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탈 벤-샤하르 교수가 강의하는 <긍정 심리학>은 행복도 체계적으로 배워서 일상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다 보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목으로 하버드 학부생들의 20%가 수강하는 인기과목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 교수의 책을 아마존에서 사들여 읽어보고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행복한 인간을 위한 여섯 가지 조언’을 보니 너무도 상식적이었다.

우선 자신이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무섭거나 두려우면 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너무 완벽의 틀에 가두고 수시로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계속 거부하다 보면 우리는 좌절감과 불행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행복이란 쾌락과 의미의 교차점에서 얻을 수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 즐거움이나 쾌락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의미와 보람을 주는 일에 몰두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겁게 하는 중에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가정, 사회, 국가, 인류에 중요하고 뜻있는 일을 하고 싶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일주일 중 일정시간을 할애해서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어떤 의미 있는 행위(happiness booster)를 규칙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즉 규칙적인 봉사활동이야말로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이다.

셋째, 행복이란 우리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보다는 우리의 마음 상태에 달렸다는 <긍정 심리학>의 핵심 개념에 따라 행복은 우리의 선택과 우리에게 일어난 외적 사건에 대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작은 실수나 일시적 실패를 회생 불가능한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다음의 도약을 위한 배움의 기회로 해석하느냐에 행복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넷째는 시간 관리에 관한 것으로 삶을 단순화 하라는 조언이다. 목표 지향적 삶을 사는 우리는 한정된 시간 안에 너무 많은 활동을 억지로 포개 넣으려 하다 보니 양은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

문에 같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달성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결국 행복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섯째 몸과 마음의 연관성을 기억하여 몸에 좋은 규칙적 운동, 적절한 수면, 건강한 식습관 등은 정신적 건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여섯째, 감사함을 자주 표시하 라는 조언이다. 일상의 삶 속에서 사람들에게 자주 감사하고 음식, 자연, 미소 등의 좋은 것을 음미할 줄 아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결국,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그것을 일상에서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면 쉽게 학점을 따고 졸업 학점을 만족하게 해 졸업할까만 생각하고 학문의 즐거움이나 지적 호기심 같은 것은 사치라는 식의 좁은 시야를 가진 많은 학생의 행복지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학생들이 창의적이면서도 행복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심도 있는 의견수렴과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많은 학생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바이다.

노영해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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