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식수술을 했다. ‘사람이 1,000냥 이면 눈이 900냥’이라는 말처럼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시술을 받을 안과를 선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최신장비로 좀 더 정밀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안과를 선택했다. 이처럼 처음에 많이 투자해 최신 설비를 갖추면 그만큼 많은 환자가 시술받고, 이를 또 투자해 더 큰 이익을 남긴다. 이는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이로운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몇 년 사이 학교정책이 바뀌어 후배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졸업 후 한발 떨어져서 변화하는 학교를 보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다. 현재 우리가 손에 꼽는 세계 명문대학은 그만큼 비싼 학비로도 유명하다. 투자가 있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는 법. 뿌리 없는 나무에 기적의 열매를 바랄 순 없다. 지금 당장이야 불만이겠지만 졸업 후 각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활동을 하다 보면 지금 투자한 돈이 질 높은 논문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식수술 후 높은 시력이 장비의 능력에 달렸듯이 연구성과 또한 장비의 능력에 따라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현실이니 학점 3.0에 목숨 걸어 심신이 피폐해져 가는 후배들에게 조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학교가 더욱 발전하려면 학교에 대한 맹목적으로 불신하기보다는 과학도로서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날씨 좋은 요즘 학교를 잠시 벗어나 가까운 충남대학교 캠퍼스에 가보기를 바란다. 곳곳에 영어모의고사와 취업준비 현수막이 걸려 있는 등 안이한 우리 학교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자기 발전을 위해 영어공부나 자격증준비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졸업을 하고 나면 KAIST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안락했는지, 밀려오는 사회의 무게로 알 수 있을 것이다. 1개의 기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이러한 듬직한 기업들이 더욱 많았으면 하는 것이 온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에 불만을 느끼는 것보다 과학도로서 밥값은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사명감을 느껴야 한다.

학생을 대하는 학교의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 행정시스템과 사무원들은 앞으로 10만 명을 먹여 살릴 학생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우리 학교 행정시 스템이 잘 되어 있다 생각했지만, 가끔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는 몇몇 직원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다. 그러면 그 직원뿐 아니라 학교 자체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한다면 학생들의 애교심이 더욱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졸업생으로서 하는 말이니 지금 재학생들에게 약 올리는 글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KAIST를 졸업했다는 것이 ‘나의 자랑’이 되고, 또 내가 KAIST를 졸업한 것이‘학교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학교와 학생 모두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염지현 동문(05학번 신소재공학과 졸업)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