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의 입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힉스(Higgs) 입자를 찾기 위해 CERN(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의 LHC(Large Hadron Collider, 강입자 충돌기)에서 수행된 실험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례적으로 최신 입자물리학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며 많은 뉴스와 칼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정작 강입자가 무엇인지, 중성미자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와 같은 입자들은 모두 표준모형 내에서 설명되고 예견된다.

▲ 표준 모형의 기본 입자들 /이가영 기자

물리학은 모든 물리 현상의 원리를 밝혀내고 이해하기 위해 발전해 왔다. 특히 입자 물리학은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을 가지고 우주의 모든 물질과 힘을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현대에 들어서 경이로울 정도로 빠른 발전을 거듭한 물리학은 수 km에서 수십 km에 이르는 거대 규모의 장비가 필요할 정도로 발달했다. LHC 역시 직경이 27k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러한 발전 속에서 물리학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힘이 네 가지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중 중력과 전자기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으며, 강력(strong force)과 약력(weak force)은 새롭게 등장한 힘이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중력은 이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훌륭하게 설명된다. 전자기력은 따로 다루어지던 전기력과 자기력이 서로 연관이 깊은 힘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맥스웰이 정리한 네 가지 방정식으로 압축해 설명된다.
1928년에 발표된 디랙 방정식은 전자와 양성자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었으며, 둘의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설명할 이론의 초석도 거의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당시 알려진 입자인 전자, 양성자, 그리고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의 상호작용을 서술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거의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힘만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물리학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원자핵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

원자핵이 오로지 양성자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자. 전자기력에 의해 양성자는 순식간에 분해되고 말 것이다. 1932년,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면서 원자핵 내의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 강한 인력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 힘은 전자기력보다 강해야 양성자 간의 반발력을 극복하고 원자핵을 유지할 것이므로 강력이라고 이름 붙였다.
강력에 영향을 받는 입자를 강입자라고 한다. 강입자는 쿼크로 이루어지며, 중입자와 중간자로 나뉜다. 중간자는 1934년에 유카와가 강력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1947년에 파웰이 우주선에서 중간자 중 하나인 파이온(pion)을 발견해 존재를 입증했다.

강력을 설명하는 양자 색역학

강력은 입자가 글루온(gluon)이라는 입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설명된다. 쿼크는 각각 세 가지 색깔을 가질 수 있다. 쿼크는 모두 6개이므로, 총 18종류로 쿼크를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쿼크의 색은 눈에 보이는 색이 아니라 쿼크의 성질을 의미한다. 글루온은 쿼크 사이를 매개하면서 색 전하(color charge)를 띄는데, 이 글루온을 교환하면서 쿼크 사이에 인력이 생긴다. 이렇게 강력을 설명하는 이론을 양자 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이라고 한다.

힘의 상호작용을 입자 교환으로 설명

입자를 주고받으면서 인력이 형성되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이 미끄러운 빙판에서 서로 공을 주고받는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공을 던지는 사람은 공을 던지는 운동량만큼 뒤로 밀려나고, 공을 받는 사람은 공의 운동량을 받은 만큼 뒤로 밀려나게 된다. 즉, 공을 주고받는 것이 서로 밀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만약 공이 음의 운동량을 갖고 있다면 두 사람은 공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유가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예는 입자를 매개로 하는 척력과 인력의 작용을 이해하도록 한다.

베타붕괴에 작용하는 약력

베타붕괴는 원자가 방사성 붕괴를 할 때 중성자가 전자를 방출하면서 양성자가 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에너지를 측정해 보니 중성자일 때와 양성자로 붕괴하면서 전자를 내놓을 때, 즉 반응 전과 후의 총 에너지의 합이 같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던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깨지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물리학자들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포기할 것인가, 관측되지 못한 에너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 에너지가 어디로 빠져나가는지를 찾아볼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파울리는 1929년에 베타붕괴 과정에서 어떤 미지의 입자가 존재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만족할 것이라고 예견했고, 1933년에 페르미는 이 입자를 전자반중성미자로 명명하며, 이때 원자핵 속에서 약력이 작용하면서 반응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약력은 전자기력보다 약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약전자기 이론으로 두 힘 통합해

이후, 와인버그, 살람, 글래쇼가 약전자기 이론(Electroweak Theory)을 주장하며, 약력의 매개입자가 W 보존과 Z 보존 입자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초고온에서는 W 보존, Z 보존과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가 대칭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초고온의 우주는 빅뱅 직후(10-12초 후) 우주의 온도가 1016K 정도 되었을 때를 의미한다. 두 힘의 매개입자들이 대칭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매개입자들을 서로 특정한 방식으로 교환해도 물리적 과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빅뱅 직후의 초고온 우주에서는 전자기력과 약력이 같은 힘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주 온도가 내려가면서 W 보존과 Z 보존은 광자와 달리 질량을 갖게 되었고, 이 외에도 몇 가지 성질이 변하면서 서로 다른 입자가 되었다. 온도가 낮아지면서 두 힘의 대칭성이 파괴된 것이다.

질량의 근원, 힉스 입자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 전자기력과 약력의 대칭성이 깨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힉스 입자가 쥐고 있다. ‘신의 입자’라고도 불리는 힉스 입자는 모든 질량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입자다.
넓은 광장에 수많은 파파라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파파라치는 유명인에게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지나갈 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유명인사가 지나가면 파파라치는 유명인사의 주변으로 달려든다. 이때 일반인은 아무런 저항 없이 광장을 지나갈 수 있지만, 유명인사가 그 광장을 빠져나오려면 파파라치에 둘러싸여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항을 느낄 것이다. 사람의 인기도를 질량에 비유하고 파파라치들을 힉스장에 비유하면 힉스장이 질량을 가진 입자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힉스장과 질량을 가진 입자의 상호작용은 힉스 입자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각각의 입자들이 가진 질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힉스 입자가 규명되어야 한다. 이 힉스 입자가 표준모형을 완성할 마지막 키다.

대통일 이론을 향한 꿈

전자기력과 약력이 약전자기력으로 통합되면서 물리학자들은 대통일 이론(Grand Unified Theory, GUT)을 꿈꾸게 되었다. 우주의 온도가 더 높으면 혹시 ‘약전자기력과 강력도 대칭성을 회복한 하나의 힘으로 기술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 강력과 약전자기력이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1028K의 온도는 빅뱅 10-35초 후의 우주 온도에 해당하는데, 이만한 에너지와 온도 상황을 구현할 기술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TOE를 향해 갈 길 멀어

그렇다면, 중력은 어디로 갔을까. 안타깝게도 표준모형은 중력에 대한 이론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상하게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양자 이론과 충돌한다. 이 때문에 중력의 근원이 되는 입자는 찾지 못한 상태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에 의해 중력을 매개할 것으로 예상하는 입자의 성질과 특징은 전부 계산되어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중력자(graviton)’라고 이름 붙였다. 때문에, 양자적인 관점에서의 새로운 중력 이론은 중력자를 포함할 수 있어야 하며, 중력까지 포함한 네 가지 근본적인 힘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으로써의 영예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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