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평가하는 진정한 척도는 ‘영향력’… 개개인의 위치에 맞는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야

<편집자 주> 지난해에 이은 학우의 비보에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다시 한 번 슬픔을 겪어야 했다. 리더십 코치로 유명한 LJM교육연구소 이정민 원장은 이런 슬픔을 극복하는 리더십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제시한다. ‘4월의 슬픔’에서 ‘4월의 기쁨’으로 돌아가기 위한 리더십을 소개한다.

“2012년은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입니다”라는 총장의 신년사와 함께 맞이한 2012년. 그리고 어느새 4월, 한창 봄기운이 만연한 이때 따뜻한 봄을 만끽할 수 없는 것은 작년 4월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찾아온 봄에, 또 한 번의 비보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유명 CEO의 “문제란 늘 생기는 것이기에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란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라는 말에서처럼, 어느 조직이든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필요한 것은, 현재 봉착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제시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KAIST를 바라보는 학교 안팎의 시선은 어떠한가? 현재 인터넷에서 ‘KAIST’를 검색해 보면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현재 KAIST의 모습을 대변한다. 도약의 발판이 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리더십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정답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리더십을 평가하는 진정한 척도는 영향력이다.

현재 KAIST에 발휘되어야 하는 리더십은 무엇이며, 학내 구성원으로서 개개인의 위치에 맞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세분화해 알아보고자 한다.

[학교본부와 교수의 리더십] “학생이 재산이다”

리더(Leader)의 긍정적인 리더십이 발휘된다면 팔로어(Follower)들은 몰입도와 충성심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점검해 보자. 우리의 몰입도는 어떠한가? 다시 말해 학생들이 학교에 갖는 충성심은 어떠한가? 리더가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관계회복을 위한 신뢰형성을 제일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학교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제도들을 개편해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수렴하는 데 학교가 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은 제도의 부재가 아닌 관심의 부재다. “상담센터를 설치했는데…”라는 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학은 사상, 감정, 의지, 성품등을 배양하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영혼을 다듬는 장소다”라는 이찬식 인천대학교 교수의 말처럼, 대학이 학생들의 영혼을 다듬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본부와 교수협의회 간의 끊임없는 충돌이 학교를 더욱더 위기로 빠뜨리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진정한 리더는 귀가 여러 개다’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나가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를 학교본부는 들어야 한다. 학교의 재산은 학생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일본 미라이공업의 창업주는 "채찍이 아닌 당근만으로도 충분히 경영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직원의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미라이공업의 정신처럼 학생들의 행복이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교는 대학순위보다 학생들의 행복수치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 함께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리더로서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한다.

학교본부의 일련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공감능력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다’라고 상대가 말할 때 ‘나는 더 아프다’라고 대답하면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아프다’라고 말할 때 진심으로 걱정하고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흔히 리더들을 떠올릴 때 독재, 억압, 독불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면, 리더십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진정 학교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진정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키워드로 자신을 대변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학생대표의 리더십]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개미가 자기 집이 무너지는 것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화를 내거나 실망하는 것이 아닌, 집을 지을 재료들을 다시 모으는 일이다. 분노, 슬픔, 실망, 복수 등의 감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집을 지을 재료는 우리 학생들의 의견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상황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문제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방식이다. 문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줘야 하는 학생 대표로서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 짐작해 본다. 이때 발휘되는 능력이 진정한 리더십일 것이다. 더욱 나은 학교발전을 위해 과거에서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돌아보고, 이들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으로 생활을 향상하고자 하는 놀라운 능력만큼 믿음직한 것은 없다. 만일 인간이 자신이 뜻하는 방향으로 확신을 하고 나아가 바라던 인생을 누리고자 한다면 일반적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어떤 성공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방향을 확신하고 목소리를 내자. 그리고 후배들에게 우리의 헌신, 희생을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 길이 비록 험하고 고될지라도 말이다.

[학생 개인의 리더십] “과학기술의 미래가 우리 손에”

영국의 경제학자이며 윤리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한 나라의 가치는 결국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가치다”라고 했다. KAIST의 가치는 곧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가치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주어진 환경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걱정하기보다 ‘고민’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시대의 많은 청년이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생각이 많다. 최고가 되기보다 온 힘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과학기술의 미래는 바로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사명감으로 자부심을 품길 바란다.

“진로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이더라”라고 말한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처럼 ‘사회적 부채의식’을 갖고, 우리들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를 위해, 학교를 위해 내 재능을 환원하는 일, 더불어 자신과 행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낸 업적과 성취는 진실로 위대하다. 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귀와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우리가 되자. 그렇게 함께하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대자보가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대자보로 교정에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글/ LJM교육연구소 이정민 원장
정리/ 박찬우 문화부장
* 이정민 원장은 LJM교육연구소의 원장으로, 공공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직 활성화, 리더십 등에 대한 코칭과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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