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학생지원본부장 “이유는 아무도 몰라… 복합적 요인 의한 것”
경종민 교수협의회장 “근본 원인을 해석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학부총학생회 “지난해와 같이 연이은 슬픔을 겪지 않도록 추스러야”

▲ 현장조사가 마무리된 17일 오전 10시 10분, 경찰 관계자와 캠퍼스폴리스 관계자, 학교본부 관계자와 취재진 등이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손하늘 기자
이번 비보의 수사에 착수한 도룡지구대는 김아무개 학우가 남긴 2장의 유서 등을 토대로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이유로 김아무개 학우가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김 학우는 당일 새벽 룸메이트와 술을 마시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에서 김 학우는 4시 30분에 계단통로로 들어서 20분 뒤 옥상에 도착했다. 이 시간동안 김 학우는 여러 생각을 한 뒤,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이다.

학교본부 관계자는 “직전학기 성적이 3점대 중반으로, 성적 비관과는 관련성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학우는 이번 학기에 복학했으므로, 직전학기 평점보다는 전체 평점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진로문제와 직결되는 전체 평점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68.3%가 대학원으로 진학하며, 산업체로 15.0%, 국책연구기관 0.1%, 정부기관 0.5%, 교육기관 1.1% 등으로 유출된다. 절반 이상의 학우들이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

지난해 4월사태의 연장선인가

비상대책팀의 위원인 이영훈 학생지원본부장은 이번 비보와 지난해 4월사태의 개연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처음 들어와 적응이 어려웠던 저학년이었다. 김아무개 학생은 4학년이고 군대도 다녀왔으며,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운 점을 토로한 적도 없었다. 이번엔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 (비보가) 일어났다. 지난번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작년 일과 다른게 뭐가 있는가, 4월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라고 말했다. 경 회장은 작년에 혁신비상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서남표 총장의 전시행정적 학부 제도가 일부 개선되었지만, 아직 근본적인 학사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본부장과 경 회장은 학교에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모았다. 경 회장은 “우리 학교는 불안정적이고 차가운 학교다”라고 말했다. 
 
각 단체가 내놓고 있는 대응책

교학부총장, 학생지원본부장, 학생생활처장, 학생부장, 상담센터장, 학생대표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팀은 현재 지난해 4월사태 때 구체화된 위기대처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이 매뉴얼에는 사고자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며, 총학생회와 협력해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를 막는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는 김 학우의 룸메이트, 친구, 신고자, 동아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건에 관련한 모든 대외자료는 홍보실을 거치고 있다. 학부총학생회는 학내커뮤니티 ARA에 ‘언론사와 취재진에게 당부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추스르고 위로하며 다잡을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무리한 취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와 같이 분위기를 따라 연쇄적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분위기는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다”라며 이 정책을 세운 배경을 설명했다.

상담센터는 지도교수와의 면담을 위해 전체 휴강일로 지정된 지난 20일 교수들에게 상담 매뉴얼을 전달했다. 이 매뉴얼에는 심리적 안정을 돕는 대화방식과 구체적인 멘트, 지양해야 할 단어들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포탈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안전팀과 학생복지팀은 옥상 출입문을 폐쇄하고 폐쇄회로(CC)TV 감시를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는데, 옥상 출입문을 폐쇄하는 것은 소방법에 의해 금지되므로 안전팀은 빠른 시일 내에 다른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한편 경 회장은 학교본부의 일련의 대응에 대해 “학교 측은 근본 원인을 해석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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