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팀] 그래핀 층 사이에 액체 가두면 고진공 상태에서도 증발하지 않아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시편을 투사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 TEM)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사이언스> 4월 호에 게재되었다.

고체만 관찰 가능했던 전자 현미경

전자현미경은 빛 대신 전자를 쏘아 시편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기구다. 그러나 대기압에서는 전자가 기체 분자에 방해를 받아서 관찰할 수 없다. 따라서 전자현미경의 시료는 고진공 조건에 놓는다. 그러나 액체가 포함된 시편은 진공 상태에서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 등의 고체로 시료를 감싸서 관찰하는 방법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액체를 담는 고체가 두꺼워, 해상도가 매우 떨어졌다.

그래핀 층 사이에 액체 고정 가능해

이 교수팀은 지난해 금 나노 입자들을 여러 겹의 그래핀 층 사이에 고정한 후 열을 가해 변화를 관찰한 연구로 <나노 레터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그래핀은 탄소가 벌집 구조로 결합한 한 층의 흑연이다.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져 매우 얇고 투명하며 유연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금 나노 입자가 그래핀에 둘러싸여도 측정되는 금 나노 입자의 특성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또한, 탄소 간의 공유결합은 매우 강력해서 열에 강하고 화학 반응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금 나노 입자를 그래핀 여러 층에 고정해 열을 가하면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이 교수팀은 금 나노 입자가 액화되어도 그래핀 층 사이에 고정된 것을 확인했다. 그래핀의 탄소 그물 구조가 촘촘해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TEM으로 백금 결정 형성 관찰

이 교수팀은 이 사실에 영감을 얻어, 그래핀으로 백금 나노 결정의 성장 용액 시편을 가두어 결정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핀은 매우 얇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어려우므로, 두 개의 그리드에 그래핀을 한 장씩 각각 올려놓고 서로 마주 보게 덮었다. 그리드는 투사전자현미경의 시료를 올려놓기 위한 받침대다. 그 후, 백금 나노 결정의 성장 용액을 충분히 적셔주면 두 장의 그래핀 사이에 용액이 스며든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용액을 피펫으로 제거하면 두 장의 그래핀 사이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용액이 가두어진 채로 남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편의 용액은 투사전자현미경 촬영을 위한 고진공 환경에서도 증발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 교수팀은 성장 용액에서 백금이 석출되어 나노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투사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1. 그래핀 사이에 고정된 성장 용액 = 그래핀 막 사이에 성장 용액이 가두어진 모습. 그래핀이 감싸고 있어 용액이 증발하지 못하지만 전자는 쉽게 투과해 상을 얻을 수 있다 /이정용 교수 제공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가능성

이 교수는 이 연구가 백금 나노 결정의 성장 과정을 규명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학문의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시편을 투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시편을 만들면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으로도 관찰할 수 있으며, 기체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액체 전자현미경학, 기체 전자현미경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발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나노 분야 학문은 고체에만 국한되었지만,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나 기체를 원하는 위치에 가둘 수 있다면 ‘나노 액체’, ‘나노 기체’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화학, 생명 분야는 물론 액체나 기체를 다루는 수많은 분야에서 이 방법을 이용한 연구가 가능하다. 사람 몸에 결석이 생성되는 원리, 용액에서 반응이 진행되는 메커니즘, 바이러스 연구 등 수많은 분야에서 연구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번 연구는 UC버클리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되었다. 이 교수는 “새로운 학문적 가능성과 분야를 열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라며, “우리 학교 학생들도 얼마든지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라고 학우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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