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의 기자로 일해요"라고 나를 소개하면 모두들 논술 시험은 걱정 없겠다며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신문의 글이 아닌 그림을 담당하는 그림 기자라고 자세히 설명을 덧붙여야, 그제야 내 글 실력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

한때는 그림이 좋아 산업디자인학과를 갈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다른 길이 더 맞는 것 같아 지금은 완전히 취미로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와 숙제 등 바쁜 일상 속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릴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신문을 만드는 날이면 피곤하든 바쁘든 그림을 그려서 다른 기자들에게 줘야 하기에, 하루 종일 타블렛 펜을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신문을 만들고 나면 지치고 피곤하지만, 나의 그림이 신문에 실려있는 것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나의 그림이 학교를 대표하는 신문에 실린다는 사실로 나에게는 그림 그리는 일이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신문사는 내게 알려주었다. 일종의 자아 실현을 도와준 셈이다. 매우 감사하다.

물론 이런 뿌듯함은 신문을 만드는 주가 돌아오면 귀찮고 피곤한 마음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문사를 퇴직하고 지난 2년을 돌아본다면, 이런 시간들이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부족한 나와 함께해준 신문사와 다른 기자들에게 고맙고 또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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