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대학이라는 자만의 늪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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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대학이라는 자만의 늪에 빠지지 말자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2.04.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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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건국대학교 기계공학과 학과장

요즘 언론 기사들을 보면, 내가 KAIST 학부도서관 앞 붉은 광장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탓하며 수없이 절망했던 90년대 학창시절에 비해, KAIST가 엄청나게 유명해 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KAIST 내부의 사소한 일들 조차 주요 언론의 기사로 등장하더니, KAIST를 졸업한 것도 아닌 잠시 몸담았다는 것을,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경력으로 내세우고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많은 동문들은 그야말로 이를 보고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은 KAIST가 무언지 몰랐다. 뿐만 아니라 KAIST 출신은 어디에서나 소수그룹이었다. 지금은 인원이 많이 늘었지만, KAIST는 오랜 동안 학부는 학년당 500여 명 남짓, 석사는 1000여 명, 박사는 400여 명이었다. 산업계, 연구계, 학계, 관료 사회, 어디서나 KAIST 출신은 소수였다.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 소재의 무명 대학 출신 소수의 집단이, 오늘날 이 사회에서 가장 존경 받는 엘리트 집단으로 성장해 나갔고 KAIST가 최고의 대학이 된 데에는, 정부지원이나 병역특례 제도, 또는 과학고 입시 덕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는, 그 원인이 KAIST에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실력’과 ‘정직’이라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을 이끄는 것은 ‘실력’이며, 실력을 쌓기 위해 꼼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이 사회에서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많은 졸업생들이 믿으며, 그 가치를 뼛속 깊이 새기고 추구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동문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으로 KAIST라는 ‘이름값’을해 왔고, 내가 속한 학계에서도, KAIST 출신 젊은 교수들이 미국과 유럽의 명문대학 출신을‘실력’으로 압도하여 학계의 영향력 있는 주목 받는 인재로 성장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비단 학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KAIST가 발전함에 따라, 한편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오로지 실력만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선배들과는 달리, 지금의 신입생들은 KAIST라는 ‘이름값’에 의존해 인생을 살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KAIST 출신을 알아주기 시작하자, 그 이름에 의지해 만든 허상의 모습으로 이 사회를 속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KAIST를 졸업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런 삶을 살지 말자. KAIST라는 ‘이름값’체제 속에서 안주하며 살고자 하지 말자. 그런 삶은 구린내 나는 삶이며 썩은 삶이다. KAIST가 그대를 배출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는, 그러한 당당한 삶을 살자. 그대의 실력으로 이 사회에 큰 기여를 해서, 모든 KAIST인이 그대와 동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뻐하는, 그러한 삶을 살자.

특히 KAIST 박사과정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세계 1위 대학을 만드는 것은 결국 박사과정들이다. 그대들이 각자 세부 전공 분야에서 1위의 최고의 논문과 특허를 내고 실력을 인정 받으면, 본인의 졸업이 영예로움과 동시에 KAIST가 직접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매일 한 시간씩만 더 집중해 실험하고 연구하면, 세계 1위 대학은 그대들이 졸업하기 전에 완성된다. 그대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오면 교수, 대기업에서는 간부, 연구소에서는 연구책임자이다. 경영능력을 포함해 젊은 지도자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인격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박사과정들의 건전한 도전정신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지금껏 KAIST를 떠 받쳐온 탄탄한 기둥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KAIST 신입생이여. 우리 모두 진정으로 노력하는 실력 있는 자가 이 사회를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자. KAIST 졸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삶이 아닌, KAIST가 그대를 배출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한민국 희망의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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