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보와 집회, 그리고 대화… 위기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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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비보와 집회, 그리고 대화… 위기 해법 모색
  • 송민성 기자
  • 승인 2012.04.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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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8일, 故조민홍 학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전문계고등학교 출신 ‘로봇 영재’의 입학으로 관심을 모은 지 1년 만이었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을 배려하지 못한 학사정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故조 학우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지 두 달 만인 3월 20일에 故김경현 학우가 경기도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3월 29일에는 故장민석 학우가 자택에서 자살했다. 세 학우의 자살이 이어지자, 학내외에서는 서남표 총장의 경쟁 중심 학사개혁과 독단적 대학운영을 지적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 이준혁 학우(건설및환경공학과 11)가 본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양현우 기자

1인 시위 그리고 대자보 게재

일련의 개혁을 비판하는 글이 ARA에 이어졌으며, 특히 추천인이 3백 명보다 많으면 한주 간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이준혁 학우(건설및환경공학과 11)의 글은 5백이 넘는 추천수과 3천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학우는 4월 4일부터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서 총장은 모든 학우들에게 ‘KAIST 학생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학우들을 독려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벌어진 사태에 대한 사과의 내용이 있었지만 ‘노력 없이, 고통 없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나중에 이기기 위해 때론 지금 질 수 있다’등의 내용으로 오히려 학우들을 자극해 반발을 불렀다. 학부식당 앞과 창의학습관에는 학우들의 대자보가 걸렸고 과학도서관에 게시한 총장 담화문 옆에는 이를 반박하는 한 학우의 목소리가 나란히 붙었다.

▲ '총장과의 대화'를 알리는 학부식당 앞 총학의 게시물 옆에 허현호 학우(산업및시스템공학과 09)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손하늘 기자

그렇게 학내 갈등이 심화되던 중 4월 7일, 또다시 故박상훈 학우의 비보가 전해졌다. 소식이 총장실에 전달된 지 한 시간 만에 서 총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라며 “큰 논란을 불러온 차등 등록금을 폐지할 것을 검토하겠다”라고 논란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 '총장과의 대화'가 진행된 창의학습관 앞에서 이병찬 전 학부총학생회 부회장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총장과의 대화와 교수협의회 긴급총회

네 학우의 연이은 안타까운 죽음에 결국 ‘총장과의 대화’가 다음날인 8일에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많은 학우들이 참석해 창의학습관 터만홀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외부 언론 취재진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서 총장은 예정된 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취재진이 나간 뒤인 1시간 10분 후에서야 간담회가 비로소 진행되었다. 밤 11시 40분까지 3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 대해서는 “서 총장의 소통의지를 확인했다”라는 의견과 “총장이 자신의 철학만을 되풀이해 실망했다”라는 의견이 맞섰다.

▲ '총장과의 대화'에서 많은 학우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한연승 기자

그러던 중, 4월 10일에 생명과학과 故박태관 교수가 자택에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되어 충격을 더했다. 11일부터 이틀간은 고인들에 대한 애도기간으로 선포되었고, 대부분의 수업이 휴강한 가운데 학과별 공청회가 열려 정책 개선 방향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 스승과 동료의 변고를 애도하는 학우들의 발걸음이 본관 앞을 메우고 있다 /손하늘 기자

4월 11일에 열린 교수협의회 총회에서는 ‘지금 카이스트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는 안과 ‘서 총장의 용퇴를 촉구한다’라는 안을 놓고 투표했다. 교수 189명 중 106명(56.1%)이 ‘새로운 리더십’을, 64명(33.9%)이 ‘용퇴’를 요구했다.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는 비상학생총회 개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18일로 예정되었던 국회의 질의는 12일로 당겨졌다. 서 총장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잇단 자살과 개혁 정책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 교수협의회에서 긴급 교수총회를 소집한 가운데, 교수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손하늘 기자

개교 이래 첫 비상학생총회

4월 13일에는 교수협의회(이하 교협)에서 혁신비상위원회과 관련한 투표 결과와 합의서를 발표했다. ‘혁신비상위원회(이하 혁신위)의 구성을 총장에게 촉구한다’라는 안건에 대해 교수 355명 중 301명 (84.8%)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에 서 총장은 “교수협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라며 의견을 수용하고 합의서에 서명해 혁신위가 구성되었다. 혁신위는 총장 지명 5인, 교수 대표 5인, 학생 대표 3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총장에게는 혁신위의 결론을 반드시, 그리고 즉시 실행해야 할 의무가 주어졌다.

▲ 비상학생총회 개회에 앞서 총회에 참여하려는 학우들이 비표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손하늘 기자

한편, 이날 저녁에는 개교 이래 최초로 비상학생총회가 소집되어 학생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날 자리에는 의사정족수 496명을 넘어선 890명의 학우가 참석했다.

▲ 비상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우들이 행정본관 앞 잔디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구건모 기자

학생총회 이후 돌파구 모색

이후 4월 15일에 아침 긴급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사회에서는 학교의 보고를 받았다. 곽영출 전 총학 회장은 개회 직전 학우들의 참관을 요구하기 위해 회의장을 기습 방문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어, 곽 전 회장도 참관할 수 없었다. 4월 19일에는 혁신위의 첫 회의가 열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혁신위는 5월 9일에 첫 의결 내용을, 5월 19일에 두 번째 의결 내용을 발표했다. 9일에는 ▲석·박사 과정 연차초과 수업료 개선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신입생디자인 과목(이하 FDC) 기초선택과목으로 변경 ▲학기제 변경 등 총 4개를 발표했고 열흘 뒤인 두 번째 발표 때는 ▲학사과정 등록금 제도개선 ▲영어강의 제도개선 ▲학기제 변경 시행시기 결정 ▲대학평의회 발족으로 총 4가지를 발표해 학사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위 결정의 즉각 실행과 의결구조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미진한 의결 시행과 이사회 의결 권한 둘러싸고 갈등 심화

잇따라 혁신위의 의결 발표가 있었지만 서 총장이 “이사회에 보고하고 논의한 뒤 실행하겠다”라고 밝히며 즉각적인 실행을 미루자 교수사회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경 위원장은 서 총장에게 즉시 실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서 총장은“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혁신위의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보고서를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보고한 후에 실행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교협은 5월 31일에 교수총회를 열어 혁신위 결정의 즉각 실행을 촉구하고 이사회 의결구조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박희경 기획처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협의 성명에 대한 학교본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한편, 이날 저녁에는 학생사회의 입장을 정리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회의가 열렸다. 중운위는 ‘혁신위 안건의 즉각 수용과 실행을 서 총장에게 요구하며, 총장과 만나서 요구를 전다한다’라는 안건을 의결했다. ‘혁신위 안건의 즉각 수용과 실행 요구’의 방법으로, 중운위원들은 총장이 해외 출장 중인 점을 감안해 이메일로 항의서한을 발송하기로 결의했다. 위원들은 다음날인 6월 1일 아침 총학생회실에 다시 모여, 서 총장에게 보낼 이메일 내용을 조율하고 이날 오후 서한을 전송했다.

이날 혁신위는 ▲학과선택 제도개선 ▲명예박사 학위 수여기준 제정 등 9가지 안건을 포함한 3차 의결 안건을 발표했다.

총학은 이날 총장으로부터 답장을 받았으나 “이사회의 요청사항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총장의 답변으로 미루어, 과연 총장이 이사회와의 논의에서 혁신위의 의결안건들을 모두 즉시 수용할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라고 밝히며, 모든 결정의 즉시 실행을 재차 촉구했다.

▲ 곽영출 전 학부총학생회장이 학부식당 앞에서 혁신위 의결사항의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양현우 기자

수차례 면담 시도, 천막 농성, 릴레이 1인 시위

6월 3일 오후에 곽 회장과 최인호 전 부회장, 김홍경 전 신소재공학과 학생회장, 김도한 전 전산학과 학생회장은 서 총장의 귀국에 맞춰 총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별다른 대안없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서 총장을 직접 만나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서 총장이 당시 서울에 있어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곽 전 회장은 서울에서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 다음날에 일정상을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사태가 좀처럼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자, 총학은 6월 4일부터 19일까지 릴레이 1인시위에 나섰다. 곽 전 회장을 비롯한 많은 학우들이 본관 앞과 학부식당 등에서 '서남표 총장은 학우들과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모든 혁신위 의결사항의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합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또한, 총학은 6월 20일에 ‘서남표 총장은 의결안을 즉시 수용하고 시행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2일부터 본관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총학의 천막농성에 앞서 학교본부와 총학이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 앞서, 최인호 전 학부총학생회 부회장이 원동혁 비서실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이에 학교본부는 총학에 면담을 요청해 총학과 만나서 우선적으로 개정된 일부 규정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희경 전 기획처장은 “혁신위 의결사항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서로 신뢰를 가지고 기다려달라”라고 의사를 밝혔다.

6월 23일에는 학사연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총학은 이 자리에 참관해 개정된 규정이 통과되는 것을 확인했다. 총학은 여기서 학교 측이 혁신위의 의결 사안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판단해 천막 농성 등 계획했던 활동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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