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학교본부-교수협의회 ‘두 개의 주장’ 엇갈리는 까닭은

지루한 서신 공방 끝에 결국 고소까지
본부 “진상규명이 목적, 처벌은 원하지 않아”
‘흠집내기 전쟁’에 학교 얼굴 온통 ‘먹칠’

▲ 서남표 총장(고소인, 左)과 경종민 교수협의회장(피고소인, 右)


학교가 지난 ‘4월사태’ 이후, ‘소통’을 전면에 내세운 지 어느새 1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혁신비상위원회가 설치되고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학교본부와 교협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해 발생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심층적인 진단을 해온 바 있다.

국정감사 전후로 다시 시작된 진실 공방은 한때 잠시 수그러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열린 이사회의 ‘학교의 마찰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무색하게, 학교본부와 교협의 갈등은 모바일하버(이하 MH) 관련 특허의 발명자 변경을 계기로 점차 심화되었고, 지난 1월 본격적인 마찰이 외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으며,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나 공개하지 않고 일이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인 P교수에게는 일언반구 없었던 학교본부. 그리고 끝없이 언론에 의혹을 제기하고 서신을 보내던 교협. 갈등은 결국, 교협이 ‘자책골’이라 표현한 학교본부의 고소로 귀결되었다. 학교본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지난 8일 오전 10시 40분 경 우리 학교와 서남표 총장의 이름으로 교수협의회장, 교수협의회 총무, 특허 원발명자인 P교수, 신원불상자 1인의 교수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둔산경찰서에 고소했다.

기관장인 총장이 교수를 고소하는, 유례를 찾기조차 힘든 비화로 끝난 이번 논란에서 ‘소통’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본지는 다시 ‘진흙탕 갈등’이 벌어지게 된 까닭을 심층취재했다.
 

2009년 9월 1일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발명인이 서남표 총장으로 단독 등재되어 있던 MH 관련 특허 중 하나인 ‘해상부유물의 동요방지장치(출원번호 10-2009-0082785)’의 발명인을 지난 1월 17일 원발명자인 P교수로 수정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에 교협은 학교본부에 P교수의 특허가 분실되고 도난당한 ‘절도행위’에 대해 사실규명을 요구하며 출입기자들에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이렇게 시작된 진실공방은 수많은 논란과 함께 학교 명예에 커다란 흠집을 남기며, 고소라는 또다른 문제로 귀결되어 끝나지 않은 ‘진흙탕 갈등’을 예고했다.

MH 관련 특허, 발명자 바뀐 까닭은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MH 관련 특허인 ‘해상부유물의 동요방지장치’의 원발명자는 우리 학교 기계공학전공 P교수다. 그러나 2009년 8월 5일에 학내특허관리시스템인 에피앙에는 MH 사업단 소속 교수 5명이 발명자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이 특허는 몇 일 후인 2009년 9월 3일, 발명자가 서 총장으로 수정되어 등록되었고, 이로부터 약 2년 4개월 후인 지난 1월 17일 특허사무소에서 발명자를 원발명자인 P교수로 수정했다.

지난해 12월 초, 학내 교수진 및 임직원 사이에는‘총장이 특허출원과 관련해 중대한 과실을 범했으며, 이는 매우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총장이 MH 사업단에 참여했던 모 교수의 기술을 빼앗아 총장 명의로 단독 특허출원을 했다’라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원동혁 비서실장이 확인하던 중, 특허의 발명자를 바로잡게 된 것이다.

MH 특허 관련 논란, 어떻게 전개되었나

논란은 지난달 23일 교협의 의문 제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온라인전기자동차(OLEV)사업과 MH사업에서 총장의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가 공동특허 47건 및 단독특허 4건으로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을 펼쳐오던 교협은, 지난달 23일 총장의 단독특허가 3건으로 준 것을 발견하고 즉각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학교본부는 24일 ‘해상부유물의 동요방지장치 특허 관련 교협의 의혹제기에 대한 반박 및 진실규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9월 3일, 원발명자인 P교수가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발명자를 서남표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P교수가 J특허사무소의 담당변리사에게 직접 전화해 발명자를 임의로 서 총장으로 바꾸고 단독 특허출원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한 정황과, P교수가 직접 발명자 변경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P교수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힐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특허 관련 논란에 대한 모든 소문이 P교수와 교협 수뇌부가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히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교협은 3일 후인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증거를 즉각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같은 날 P교수도 학교가 본인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사실을 비판하며 성명서를 통해 학교본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성명서에서 본인이직접 에피앙에 접속한 적이 없으며, 특허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발명자 교체를 지시했다는 홍보실의 주장은 거짓이라 반박했다.

학교본부는 지난달 27일 홍보실이 발행하는 학내 웹진 ‘유레카’를통해 교협의 ‘주장’과 ‘사실’을 비교하는 기사로 교협을 비판하고, 주장하고자 타이밍을 만드는 것은 ‘공세’가 아닌 ‘공작’이라며 ‘언론플레이’라는 표현 등을 사용해 교협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한, 학교본부는 지난 5일 서 총장이 외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뜻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교협 또한 같은 날 ‘금번 특허사건에 대한 교수협의회의 입장’이라는 글을 배포하며, ▲서 총장이 2009년 9월 3일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해당 특허의 발명인 역할을 하며 PCT 국제 특허를 출원한 것 ▲특허의 발명자가 서 총장으로 변경된 것 ▲총장측이 P교수를 허위사실과 부적절한 말로 공격 한 것 등 3가지 학교본부의 행위를 지적했다. 또한 같은 날 배포된 홍보실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반박문을 내어, ‘홍보실은 총장의 사조직이 아니며, 교협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기본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다음날인 6일에는 P교수가 ‘학교가 교협을 고발하기 전에 자연인 서남표가 자연인 본인을 외부에 고발하는 것이 먼저’라며, 학교본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MH 관련 논란, 소송으로 비화된 까닭은

소송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달 27일, 학교본부와 모 일간지의 인터뷰에서부터 불거졌다. 학교본부는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이번주 안에 서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서 총장은 “나부터 직접 조사를 받겠다”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고, 교협은 이를 ‘자책골(교협 표현 자살골)’로 표현하며 맞섰다.

또한, 지난 5일 점심에 있었던 총장-학생 간담회서 서 총장은 “이사를 포함한 학교 관련 인사의 조언을 얻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우리 학교를 위해 법으로 처리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 다수의 조언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부총장단 회의에서 서 총장은 “지금은 우리 학교의 가치와 명예를 지킬 때”라며 수사의뢰를 시사했다.

이후 3일 후인 8일 오전, 결국 학교본부에서 선임한 변호사가 대전 둔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서 총장의 변호사와 원 비서실장은 오전 10시 40분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특허 논란, 학내서 해결하지 못한 까닭은

이번에도 ‘소통’은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학교 내외의 전반적인 평가다. 경종민 교협 회장은“학교본부가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서 총장은 감정적으로 대화하고, 학교에서는 교협이 이야기한 것을 오해하고 있다”라며 학교본부가 교협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현했다. 또한 P교수도,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학교 측과 만나서 협의를 하거나 특허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며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이번 지적재산권 도용 문제는 자연인 서남표와 본인 사이의 문제인데 왜 이것을 외부로 내보내는지 모르겠다”라며 학교 내의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그러나 학교본부는 교협이 사실을 왜곡하고 지나친 언론플레이를 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입장이다. 두원수 홍보실장은 “교협 주장의 핵심은 특허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규명하자고 하는 것이다”라며, “우리도 사실관계를 규명하자고 하는데 교협은 학내 연구 진실성위원회는 못믿겠다 하고, 우리가 해명할 시간조차 없이 언론에 제보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두 홍보실장은 왜 학교와 P교수간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P교수는 기억에 의한 진술을 하기 때문에 인지시점이 계속 바뀐다”라며, “학교에서는 P교수가 거짓말을 한다는 증거를 모두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내 연구 진실성위원회의 공정성도 이번 논란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경 교협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진실성위원회는 총장이 임명한 보직자들로 구성되는데 그것이 진상을 진정으로 규명할 수 있는지는 삼척동자에게 물어도 알 일”이라며, 연구 진실성위원회의 수사가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두 홍보실장은 “12명으로 구성된 연구 진실성위원회는 3명의 보직교수와 9명의 평교수로 이루어진다”라며, “이것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교협의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고소 직후, 본부와 교협의 반응은

8일 고소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경 교협 회장은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창피한 일이 일어나 몸둘 바를 모르겠다”라며, “교협에서는 사실을 제시했을 뿐인데, 학교에서는 사실을 왜곡하고 교협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라며, 고소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또한 P교수는“진실 규명에 있어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내부에서 진상을 파악했으면 좋았을텐데, 한국의 대학교 총장이 교수를 고발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본부 관계자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관련 자료들과 증거를 제출했으며, 고소를 통해 처벌을 원하지는 않으나 확실한 진실규명을 바란다”라며, “지금부터 말을 하는 내용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내용에 대한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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