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퍼스트 교수/ 조기순 팀장/ 강성호 교수평의회장

에듀케이션 3.0은 서남표 총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새로운 교육체계이다. 이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진지한 우려를 표하는 구성원도 있다. 조지 퍼스트 교수, 조기순 팀장, 강성호 교수평의회장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에듀케이션 3.0을 들어보았다.


조지 퍼스트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에듀케이션 3.0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학습 환경에서 완전히 다른 교육을 제공한다. 벽면 전체가 칠판으로 사용가능한 글라스보드, 교실을 교수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그에 맞춰 카메라가 자동으로 촬영을 하는 추적 시스템…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에게는 최대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당연히 교수와 학생 둘다 수업을 하고 들으며 신 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앉아있는 원탁마다 큰스크린이 달려있다. 이는 수업의 중심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교수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은 학생은 졸거나 집중을 하지 못했지만 더이상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친밀한 상호작용은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연스런 환경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신나게 손을 들어 참여하며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학생과 교수의 모습을 기대한다.

에듀케이션 3.0의 최대 장점은 자율성이다. 학생은 자기가 궁금한 것을 부담없이 가지고 와서 강의실 모든 학생에게 질문할 수도 있다. 단순히 모니터에 자신의 기기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영상을 각 테이블 별로 설치된 스크린에서 재생하고 토론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단점으로는 수업의 꽤 많은 부분을 디지털 시스템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너무 그것에만 의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약 고장이 생기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순 에듀케이션 3.0 추진단 글로벌e러닝센터 교육연구팀장

학생이 변했고 시대가 변했지만 교육은 그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 에듀케이션 3.0이다. 알록달록하게 배색된 전면 칠판들, 한 교실에 설치된 TV 여덟 개, 원탁마다 5~6명씩 둘러앉은 48명의 학생들은 모두 이를 위해 시범적으로 설치되었고 선발되었다. 개축된 교실과 파격적으로 변한 교과과정은 단순히 ‘기존과는다르다’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제작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꾸준한 교육 컨설팅 연구,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다보니 학부교육에는 그만큼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수들 또한 더욱 좋은 가르침을 주기 위한 열정과 철학은 여느 대학의 교수들 이상이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에 갇힌 강의가 아니라 교수님들의 특성, 과목의 특성에 맞는 자율적이며 학생중심적인 강의가 궁극적인 교육의 지향점이다. 이를 위한 것이 에듀케이션 3.0이다.

혹 IT를 기반으로 하고 또한 이를 위한 교실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므로 에듀케이션 3.0은 배움의 기회와 장소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생각의 차이다. 강의와 강의 사이 쉬는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 기숙사 침대에 누워 여러 고민을 하다가도 자연스레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강의를 듣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에듀케이션 3.0 이다. 이는 교육환경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시범단계이기 때문에 잡음이 있을 수 있다. 과목별 특성과 교수들의 재량에 맞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달리하는 교육환경과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교수와 학생간의 오랜 토론, 직접 참여해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학생들, 가르치고자 하는 교수들의 열정이 맞물려 우리 학교 실정에 딱 맞는 모습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강성호 교수평의회장

전공과목 중 설계, 모델링 수업과 같이 강의식 수업이 아닌 과목에는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범운영 중인 기초과목에 에듀케이션 3.0 수업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첫째, 기초과목은 지식의 기본이며 여기에는 토론할 여지가 없다. 기본 지식이 없는 학생에게 토론할 것이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기초과목은 양이 많고 전달하기에 벅차 토론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기존 수업방식에서도 수업량이 많아 진도를 나가기도 벅찬데, 언제 토론을 할 수 있을까.

셋째, 내가 느낀 에듀케이션 3.0 수업방식은 학생들이 모여서 인터넷 강의를 보고 토론을 하는 수업이다. 형식적인 수업으로 느껴진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놀랍고 혁신적인 수업일지 몰라도, 직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학업 면에서 부담이 될 것이다.

넷째, 우리 학교에서, 처음 배운 지식으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영어실력을 가진 학생은 적다. 수학 및 과학을 잘해 들어온 학생인만큼 처음 배우는 지식을 영어로 자유롭게 구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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