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학생문화공간건립 학생추진위원장

신(新) 학생회관 건립사업이 드디어 본궤도에 올라섰다. 발의한지 일 년 만이다. 이 사업은 작년 봄 학기의 아픔 속에서 그 싹을 틔웠다. 당시 우리 학생사회의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들 가운데, ‘학생활동’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 학교의 학생활동은 오랜 기간 동안 KAIST의 자유로운 학업 분위기를 상징해왔다.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생들은 학생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었다. 또한 학생활동은 우리 여가생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함은 물론이고, 가족을 대체할 새로운 인간관계의 장으로써 정신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학부 학생의 수가 천 명 이상 증가하면서 학생활동의 기반이 되는 활동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2001년 태울관 건립 이후, 동아리방을 포함한 단체실의 수요만 30여 개 이상 증가했다. 따라서 학생활동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분명 활동을 위한 공간의 확충이었다. 하지만 기존 학생회관들의 구성과 형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시도가 있었다.

먼저 타 학교에서 벤치마킹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나 태울관보다 열악한 시설이 대부분이었고, 신축되는 학생회관에는 학생활동 공간 대신 온갖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해 있었다. 결국 우리 학생들의 수요에 입각한 완전히 새로운 활동 공간을 만들어내야 했다. 여러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공간의 네 가지 차원이 도출되었다. 학생활동의 터전, 문화 및 여가 공간, 자유로운 소통 공간, 복지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물리적인 형태들로 구체화되었으며, 곧 하나의 새로운 학생회관이 되었다.

신 학생회관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학생활동의 터전이다. 이에 활동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공간들이 기획되었다. 크게 활동의 기반으로 작용할 단체실과 공용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들은 바와 결합된 지하의 홀과 창작실, 인문학 카페 등이다. 각종 문화 행사와 강좌의 개최를 통해 교내에서 보다 쉽게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자유로운 소통 공간으로는 학교와 학생사회의 각종 정보가 공유될 로비 등이 있다. 이전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모할 상담센터도 중요한 대화의 창구로 작용할 예정이다. 복지공간은 주로 편의 시설을 뜻하는데, 스낵바와 자판기 코너 등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새로운 내부 컨텐츠들에 더해, 신축될 학생회관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기존의 학생회관들과 차별화된다. 먼저 이 건물에는 용도가 특별하게 정해지지 않은 여러 형태의 공용공간이 존재한다. 지하 홀과 실내 노천극장, 로비, 옥상 정원 등이 그것이다. 형태의 특성과 각 공간 간의 배치 이외에는 오로지 그 안에서 이뤄질 ‘활동’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지하 홀은 금요일 밤의 댄스홀이 될 수도 있고, 프로야구를 즐기는 비어홀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 공간에서 학과 세미나를 열 수도 있겠다.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무한대의 확장이 가능하다. 새로운 학생회관이 ‘학생자치건물’이라는 것도 매우 커다란 차이이다. 학생이 주인이라는 개념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건물 전체를 실제로 학생들이 관리, 운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부 총학생회 산하에 이 일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갈 학생문화공간관리위원회가 발족한 바 있다.

이 글을 써내려가는 동안에 건물의 부지 또한 확정이 되었다. 이제 새로운 학생회관은 하나의 물리적인 공간이 되어 우리에게 직접 느껴질 일만 남았다. 이 공간은 KAIST 학생활동의 터전이자, 대학 학생활동 공간의 대안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우리의 활동과 공간이 공생하는 공간이며, 젊은 우리네가 그러하듯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나가는 공간이다. 제대로 된 사용과 책임에 대한 과제들 속에서 우리들의 삶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실현되는 공간을 꿈꿔본다. 학생회관 건립 사업이 정말로 시작되는 순간은 건물의 완공 이후 학생과 공간이 만나는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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